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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지안 Dec 05. 2022

어떤 사람과 결혼해야 할까요?

김민영, 농담과 그림자

교무실 짝꿍이 어려운 질문을 했다. 요즘 부쩍 결혼에 대한 질문을 많이 했는데, 기혼자인 나에게 궁금한 것이 많았던 것 같다. 답이 없는 결정에서 불안하기는 아이들이나 어른이나 매 한가지였다.


“어떤 사람이랑 결혼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나이가 드니 지금껏 미뤄왔는데 결정이 더 어려워요.”


“어떤 분이랑 결혼하시고 싶으신데요?”


“직업은 제가 교사니까 그와 비슷하거나 저보다 좀 더 안정되면 좋겠고, 집안도 평범하면 좋겠고, 대화도 좀 잘 통하고… 선생님은 지금 남편분이 이상형이셨어요?”


“아뇨, 그럴 리가요. 세상에 이상형이랑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됩니까. 저 남편이랑 결혼할 때 남편은 계약직이었어요. 이혼가정에서 자랐고, 평범하다는 선생님 기준으로는 미달이었네요.“


“그럼 왜 결혼하셨어요?”


“때가 됐는데 제 옆에 있더라고요? 하하 놀리는 거 아닙니다. 결혼해도 되겠다 싶었어요. 제가 현실감각이 좀 없는데, 그런 면에서 믿음직했어요. 무엇보다 가치관이 수용 가능한 범위에 있었어요.”


“가치관이요? 그걸 어떻게 아나요?”


”대화가 잘 통화는 사람 만나 결혼해야 한다는데 저는 그게 결국은 가치관 같아요. 저흰 대화를 많이 해요. 많이 싸워요 말로. 근데 결국은 합의하는 것 같네요.

예를 들어 볼게요. 저는 가끔 주차구역이 아닌 곳에 통행만 가능하다면 차를 세웠었어요. 완료형입니다. 어느 날 남편이 그 부분에 문제를 제기하더라고요. 주차는 주차선에 해야 한다.

누가 모르냐. 자리가 (가까운 곳에) 없으니 그러는 거 아니냐.

그랬더니 남편이 그건 나의 편의를 위해 남의 안전을 침해하는 거라고. 사각지대는 당연히 생기고, 지정 구역이 아닌 곳에 세워진 차를 피하려고 다른 이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거라고.


바로 납득했어요. 나의 순간적 편리와 타인의 안전은 등가교환이 안 되는 가치구나. 그때부터는 양손에 장바구니가 있고 애 둘을 손잡고 1킬로를 걷는 한이 있어도 절대 지정 구역 외에는 차를 안 세워요.


만약에 저희가 합의하거나 누구 하나 설득되지 못했다면 그건 행동이냐 취향의 차이가 아니라 가치관의 문제일지도 모른다는 거죠.


“무슨 느낌인지 알 것 같아요. 선생님 저보다 나이는 어려도 어른 맞네요.”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오직 나만 고민하고 나만 답을 내릴 수 있는 문제일 뿐. 좋은 인연 만나셨음 해요. 그리고 제가 요즘 읽는 책 여기 한 번 읽어보세요. 저는 개떡같이 말했지만 이분은 찰떡같이 이야기하시네요. “



 그까짓 농담이 뭐가 그리 중요하냐고 말하기엔 농담엔 너무나 많은 것들이 담겨 있다. 삶의 색깔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타인을 대하는 태도와 윤리와 규범에 이르기까지. 나이가 들어갈수록 내가 좋아하는 어떤 부분을 가진 사람보다는 내가 견딜 수 없는 어떤 부분이 없는 사람이 내게 더 좋은 상대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내가 견딜 수 없는 부분들에는 상대방의 농담 취향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서로의 농담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건 애초에 나와는 다른 종류의 사람이라는 뜻일 테니까.

김민영, 농담과 그림자.


배우자 선택뿐만 아니라, 인간관계도 같은 원리라는 생각이 든다. 핼러윈을 겪으며 애도에 대한 관점이 다른 여러 명을 언팔 한 것처럼, 견딜 수 없는 부분이 없는 사람이 내게 남는 사람이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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