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대회 1일 차 아침을 맞이했다. 각 소도시로 흩어져 몇몇 교구가 모여 진행하는 교구대회와는 규모가 다르다. 인파에 휩쓸릴 것을 대비해서 우리 교구는 본 대회 기간 동안 각 조별로 이동한다. 본 대회 개막식은 오후에 예정되어 있어서 오전에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전 세계 청년들이 다운타운으로 몰릴 것으로 예상이 되지만 우리도 다운타운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숙소 앞에 다 같이 모여서 출발했다. 버스를 타러 정류장으로 가는 길에 하늘만 보였다. 바로 머리 위에 구름이 내려와 있는 것 같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는데 지나가는 버스마다 WYD 청년들이 가득했다. 도저히 버스를 탈 수 없는 상황이어서 앞 정거장으로 걸어간 조도 있었는데 우리 조는 겨우 택시를 나눠 잡아타고 이동했다. 유럽에 카카오택시 같은 앱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Bolt라는 콜택시 앱이 있다. 신용카드를 등록하고 도착지를 입력하면 택시별로 요금이 뜬다. 원하는 택시를 선택해서 결제하면 기사가 배정되고 도착지에 갈 때까지 이동경로를 앱으로 체크할 수 있어서 안전하다. 더욱이 차가 막힌다 해도 이미 정해진 요금을 결제했기 때문에 추가 요금은 따로 낼 필요가 없다. 유럽에 있는 내내 정말 유용하게 썼던 앱이었음.
택시 타고 다운타운으로 내려가는 길이 기가 막히게 아름답다.
볼거리가 많은 벨렘 지구에 도착했다. 무슨 행사가 있는지 말 타고 이동하는 경찰관들을 봤다. 백마라니! 멋있어!
첫 목표는 Jerónimos Monastery (제로니무스 수도원)이다. 내부가 그렇게 멋있다고 한다. 그런데... 전 세계 각지에서 모인 WYD 순례자들이 많아도 너무 많아서 도저히 입장은 무리였다.
바로 노선을 바꿔서 Monument to the Discoveries (디스커버리 탑; Padrão dos Descobrimentos)와 Belém Tower (벨렘탑)을 보러 이동하기로 했다.
걸어가는 내내 마주치는 국가 순례자마다 인사하고 기념품 교환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국기를 들고 다니기 때문에 어떤 나라에서 왔는지 알 수 있다. 유럽 국기는 비슷비슷해서 헷갈리는데 확실히 태극기는 특이해서 눈에 띄는지 많은 순례자들이 인사하러 왔다. 벨렘탑까지 도보로 20분도 안 걸리는 거리인데 1시간은 걸린 듯하다. 역시나 인파 때문에 내부는 보지 못했다.
점심시간이 다 돼서 순례자 메뉴를 판매하는 지정 식당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는데 여기도 치열했다. 우리 조는 두 팀으로 나눠서 식사하기로 했다. 여러 식당을 돌아보다가 그나마 줄이 적은 곳으로 갔는데도 30분은 족히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여름 햇살에 목도 마르고 해서 기다리는 동안 시원한 맥주에 피스타치오를 안주삼아 먹었다. 피스타치오가 진짜 맛있다. WYD 순례자들은 눈만 마주치면 말을 걸어온다. 여러 일행과 수다 떨면서 기다리다 보니 금방 우리 차례가 왔다. 점심메뉴는 치킨, 생선, 돼지고기 선택이었는데 각자 다른 메뉴를 선택해서 나눠 먹었다. QR코드를 찍으면 식사를 받아 올 수 있다. 어차피 안에 자리도 없고 밖에 나와서 대충 길거리에 서서 먹었는데 너무 맛있게 먹었다.
식사 후에 다른 팀과 만났다. 이제 개막식이 열리는 Parque Eduardo VII (에듀아도 공원)으로 이동해야 한다. 버스 정류장으로 그래도 빨리 이동해서 그런지 줄 서서 기다리기는 했지만 다행히 버스에 올랐다. 공원 바로 앞에서는 내릴 수가 없어서 몇 정거장 전에 내렸다.
공원 입구까지 가는데도 인파가 어마어마했고 도로가 다 통제되어 있었다. 입구에 가면 Security (보안 검색)가 있어서 WYD 명찰과 가방 안을 확인해야 들어갈 수 있다. 각 교구별로 지정된 자리 번호도 있어서 맞는 입구로 찾아가야 한다.
공원이 굉장히 넓기 때문에 뒤쪽은 무대가 보이지 않는다. 곳곳에 전광판이 설치돼 있어 화면으로 봤는데 우리 교구는 전광판 바로 앞자리여서 좋았다. 흰색 제의를 입은 신부님들 숫자만 해도 어마어마했다. 이 현장에 있는 게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로 벅차오른다.
개막 미사가 시작되고 전율이 밀려왔다. 포르투갈어를 할 줄 알았다면 온전히 말씀에 녹아들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미사가 끝나기 전에 빠져나가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단짝과 나는 끝날 때까지 있기로 했다. 조금 더 빨리 나가자고 이 귀한 시간을 온전히 누리는 행운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행사가 다 끝난 후에 서로 어깨를 잡고 움직였다. 잠시라도 삐끗하면 숙소에서 만나야 한다.
다행히도 서로 잃어버리지 않고 공원을 빠져나왔다. 인근 지하철은 폐쇄돼서 꽤 멀리 걸어가야 한다. 나와 단짝은 저녁을 먹고 들어가기로 했고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에 맛있는 냄새를 풍기던 미국식 수제버거 집으로 들어갔다. 사람이 많은 것을 보니 맛집이다! 역시 운이 좋은 우리 둘.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적고 20분 정도 대기 후에 자리를 안내 받았다. 맥주 메뉴가 진심이다. 수제 맥주라니!
애피타이저로 도넛도 시키고 밀크셰이크도 주문했다. 버거에 들어가는 고기는 100% 인증된 블랙 앵거스 소고기 (Black Angus Beef)로 육즙이 장난 아니다. 정말 맛있게 먹었다.
배부르게 먹고 한참을 걸어서 지하철 역에 도착했다. 부지런히 이동해서 숙소에 가니 오늘도 밤이 깊었구나. 참 알찬 하루였다. 남은 본 대회 행사도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