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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 운수소관

육지에 올라왔다. 전철을 탔다.

by 인유당

가까이 운을 바라고, 여부에 따라 내 운을 시험에 쉽게 올리는 것은 버스자리 전철자리이다. 서 있기 힘들어도 에너지를 태우고 다리를 튼튼하게 하려 일부러 앉지 않기도 했었다. 어릴 때의 이야기이다.


오늘은 약속이 있어 서울에 나갔다. 잘 보고 잘 먹고 잘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러시아워를 피해서 귀가하자는 생각으로 적당한 시간에 헤어졌다. 출발은 러시아워 전이었으나 시간이 흘러가면서 꾸역꾸역 사람이 많아졌다. 환승을 2번 해야 하는데, 일부러 조금 돌아... 내가 타야 하는 4호선의 위쪽으로 이동했다. 종로 3가, 을지로 3가, 충무로, 서울역, 삼각지, 이촌, 동작, 이수, 사당 등....... 집으로 오는 전철 코스에 있는 환승역들. 사람들이 많이 내리는 역이 즐비했다. 그래서 당연히 자리에 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아예 자리에 못 앉을 수도 있어라는 각오를 했더라면 괜찮았을까. 자리를 탐하는데... 어찌하여 내가 자리를 잡은 곳 앉은 사람은 내가 내리기 전까지 내리지 않았던 걸까.


자리에 앉고 싶다. 앞의 저 아가씨가 내렸으면... 아무리 바래도.... 내리지 않았다. 그렇게.... 오래 서 있었다.



사소할 수도 있는 일에 좋은 운을 바란다. 현관문을 열고 나섰을 때 엘리베이터가 가까운 층, 혹은 내 층에 있기를. 횡단보도의 초록불이 오래 기다리지 않고 들어와 건널 수 있기를. 전철을 타면 자리에 앉을 수 있기를... 기다리지 않고 힘들이지 않고 척척 진행되기를 바란다.


노력보다 더 한 보상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건, 헛된 일이다. 그러나 최소한 노력한 것만큼은 결과를 맺을 수 있기를 바란다. 급한 성격 탓에 그 결과가 오래 기다리지 않은 채 바로 돌아와 알 수 있기를 바란다.


오늘, 전철을 탔는데, 자리에 앉지 못해서, 그래서 잠자지 못한 일을 두고 너무 말이 많은가. 과대하게 생각을 부풀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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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크스(Jinx)는 불길한 징후, 불운 등을 뜻하며 통상적으로는 "꼭 이 일만 하면 일이 제대로 안 풀린다", "이건 꼭 이렇게 되더라"는 관념을 이르는 말로 쓰인다. 반복적으로 적중되면 편견 및 고정관념이나 불문율진화하기도 한다. 심리학에서는 잘못된 조작적 조건형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미신적 행동의 일종으로 본다."-나무위키에서-


*운수소관이라는 운수는 길흉화복이 이미 정해져 있어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이다. 쉬지 않고 순환하는 천지운행, 곧 운(運)이 개인이나 집단의 길흉화복을 좌우하는데, 역리나 오행 또는 간지의 조합, 곧 수(數)에 의해 그 미래를 예측하고 대처할 수 있다는 동양 나름의 합리적인 자연철학적 방책에서 출발한 관념이다. 자연과학의 발달과 더불어 과학적 합리주의가 자리 잡으면서 퇴화하고 있는 관념이지만, 워낙 오랜 세월 동안 우리의 사고를 지배하여 왔던 까닭에 오늘날에도 운수라는 말은 길흉 판단을 내리는 데 거의 관습적, 무의식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말이다.(한국민족문화 대백과 '운수'항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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