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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넼 Mar 10. 2021

브리저튼 속 사이먼이 고구마였던 이유

존 볼비, 《애착 이론》을 통해 다시 본 '브리저튼'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의 완성도가 무섭게 올라가고 있습니다. 여러 작품들이 인기를 끌었지만, 그 중에서도 2021년 초 전 세계를 강타한 드라마가 있습니다. 바로 ‘브리저튼’이죠. 과거 가십걸을 꽤나 재미있게 봤던 터라 브리저튼 가문과 패더링턴 가문을 중심으로 영국 사교계의 스캔들을 그린 작품인 브리저튼 또한 시원시원한 전개와 자극적인 맛으로 아주 재밌게 보았는데요. 특히 헤이스팅스 공작, 사이먼은 척 베스의 상위 버전이라 생각될 만큼 남자가 봐도 멋졌습니다. 하지만 두 주인공 다프네와 사이먼은 가끔 왜 저러나 싶을 정도로 답답한 면도 많았는데요. 정신 분석학 이론 중 하나인 '애착이론'을 통해서 이 작품을 본다면 두 인물의 답답함이 조금이나마 이해되실 수 있을겁니다. 


브리저튼, 정말 재미있습니다...


  먼저 작품을 다시 보기에 앞서 애착 이론에 대해 조금 알아보자면, ‘애착 이론’이란 영국의 정신의학자이자 정신분석가인 존 볼비의 연구로써, 한 사람이 생애 초기에 부모의 돌봄 행동에 의해서 갖게 되는 애착 유형을 설명합니다. 생애 초기에 부모에 대한 실망을 경험하게 되면 견딜 수 없는 불안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원초적인 방어기제가 작동한다고 하는데요. 연구에 따르며 이러한 사람들은 성장하며 두 가지 애착 유형이 된다고 합니다.


'애착 이론'을 제시한 '존 볼비'


  먼저는 불안정 애착입니다. 불안정 애착은 관계에 있어 문제가 생겼을 때 두려워하고 집착하는 행동양식을 띄게 됩니다. 타인이 내가 바라는 만큼 가깝지 않다고 느낄 때 불안해지고 걱정하는 유형입니다. 두 번째로 회피형 애착이 있습니다. 문제가 발생하면 방어적인 성향을 띄며 문제를 회피하고, 자신의 공간으로 숨어드는 행동양식을 보이죠. 관계에 있어 정서적으로 친밀해지기 원하지만 동시에 너무 가까워지면 상처를 입게 되지 않을까 걱정합니다.


  위의 두 유형과는 반대로 부모에게 충분한 사랑과 돌봄을 받고 자란 사람은 안정 애착을 갖게 됩니다. 타인과 정서적으로 친밀해지는 것에 자연스럽고 타인에게 의지하는 것과 의지하게 하는 데에도 편안함을 느끼는 유형이죠. 그렇다면, 두 인물의 애착 유형은 무엇이길래 작품 안에서 갈등을 겪었을까요?


사이먼, '헤이스팅스 공작'의 애착 유형은 무엇일까?


  먼저 사이먼은 회피형 애착으로 보입니다. 어머니의 부재와 가문의 존속만을 생각하는 아버지로부터 적절한 돌봄을 받지 못함을 넘어 실패작 취급을 받으며 살아왔죠. 댄버리 부인의 도움으로 완벽한 모습으로 성장했지만,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아버지에 대한 복수로 가문을 자신의 대에서 끊기로 맹세합니다. 그렇기에 다프네와 사랑에 빠졌음에도 결혼보다 죽음을 택하고, 결혼 후에도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등 아주 답답하고 극단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다프네와 대화를 통해 해결하기보다 혼자 문제를 안고 회피하려고 하며, 댄버리 부인의 말처럼 사랑 안에서 아버지의 잘못된 가장상을 극복하기보다는 아버지가 자신에게 지운 의무로부터 회피하려는 모습 또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아닌 회피적인 선택으로 생각할 수 있죠.


  다음으로 다프네입니다. 다프네는 사실 많은 사랑을 받고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기에 안정형 애착의 모습을 보입니다. 자신감 넘치고, 주도적이며 문제 해결에도 적극적이죠. 하지만 아버지의 부재와 시대적 배경으로 인한 무지 때문에 사이먼과의 관계에 있어 어려움을 겪습니다.


사교계의 다이아몬드, '다프네 브리저튼'


  그렇다면 살아온 환경과 배경이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을까요? 작품 안에서 세 가지 방법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는 충분한 대화입니다. 서로의 성장 배경을 알아가고, 겪고 있는 문제들의 원인과 해결 방법을 충분한 대화를 통해 이해하려 시도해 보는 것이죠. 하지만 대화만으로 각자가 평생 살아온 환경을 완전히 이해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그 환경 속에서 생성된 성향을 극복하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작품 안에서도 다프네는 계속 대화를 시도하지만 사이먼은 회피하며 자신의 모든 부분을 이야기하지 않죠. 하지 않는다기보단 못한 거란 생각이 들긴 하지만요. 또한 다프네가 미쳐 알지 못한 일들 때문에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공감과 대화 자체가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두 번째로 주변에 있는 인생의 선배들과 타인의 삶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방법입니다. 어머니와 댄버리 부인의 조언과 도움 그리고 마리나 톰슨과 몬드리치의 모습을 통해 두 사람은 관계를 돌아보고,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는 과정을 거쳐갑니다.


  마지막으로 위의 두 가지 방법을 통해 알게 된 상대방과 자신의 마음을 서로 받아들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갖습니다. 머리로 아는 것이 우리의 마음으로 받아들여지기까지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니깐요. 결국 두 사람은 이러한 시간을 통해 서로를 향한 마음을 깨닫고 확정하며, 상대방의 상처를 감싸주고, 또 함께 행복을 향해 나아가는 방법을 배워갑니다. 그리고 그렇게, 시즌1은 두 사람에게 있어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것이죠.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온 두 사람이 관계를 맺기 위해선 노력이 필요한 것이죠


  어떠신가요? 교향악으로 연주되는 팝송처럼 드라마 속 두 사람의 모습은 우리가 관계를 맺는 모습과 시대적 배경에 의한 형태의 차이만 있을 뿐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살아온 환경이 다르기에 각자의 사정과 상처를 안고 살아갑니다. 모두가 같은 인생을 살 수 없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대화와 시간이 필요한 것이죠. 또 필요하다면 타인의 삶을 간접 경험함으로 자신과 주변을 돌아볼 시간도 어야겠죠. 인간은 모두 불완전하고 불안정하기에 서로의 이해와 도움이 필요하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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