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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넼 Sep 14. 2021

영원히 사는 법

'기억'을 통해 보는 '코코'

  우리나라 속담 중에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습니다. 모든 생명체는 죽어서 무언가를 남기는데 사람은 생전에 타인에게 남긴 기억이 남는다는 것이죠. 이러한 생각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생각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세계 어느 곳을 가도 먼저 죽은 이를 기리고, 기억하는 저마다의 풍습이 있기 때문이죠. 아마도 우리 인간은 타인의 기억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주제를 잘 담아낸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픽사의 애니메이션 '코코'입니다. 


멕시코 '죽은 자의 날'을 배경으로 한 픽사의 작품 '코코'


  영화 코코에는 두 가지 세계가 존재합니다. 살아있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현실 세계와 죽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망자의 세계이죠. 두 세계는 일 년에 한 번 죽은 자의 날에 이어집니다. 만약 자신을 기억해 주고 기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이승에 넘어와 그리운 얼굴들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을 기억해주는 사람과 사진이 없다면 건너올 수 없습니다. 주인공 중 한 명인 '헥터'처럼 말이죠. 그리고 산 사람 중 자신을 기억해줄 사람이 없다면 영원히 사라지는 두 번째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만큼 이 영화에서 기억은 작품을 관통하는 중심 주제인 것이죠.


  가족을 중시하는 '리베라 가족'은 먼저 죽은 이들을 기억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먼저는 제단에 사진을 올리고 어린아이들에게 설명해주는 것과 가족 대대로 내려오는 기억, 바로 가업이 있습니다. 반면 지우려 노력하는 기억도 있죠. 가족을 버리고 자신의 꿈인 음악을 택한 ‘코코’ 할머니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음악은 이 집안에서 금기입니다. 이러한 집안의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미구엘'은 음악을 사랑하며 뮤지션을 꿈꾸는 아이입니다. 


  죽은 자의 날을 앞두고 마을에서 음악 경연대회가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된 미구엘은 용기를 내서 가족들에게 말하지만, 음악은 절대 하지 말고 가업이나 이으라는 가족들. 결국 집을 나와 경연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존경하는 뮤지션 '에르네스토 델라크루즈'의 기타를 훔치게 됩니다. 하지만 죽은 자의 날에 망자의 물건을 훔쳤다는 이유로 저주를 받아 영혼이 되어버립니다. 가족들의 축복만 있으면 이승으로 돌아올 수 있지만 음악은 절대 하지 말라는 고조할머니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아 뮤지션이었던 고조할아버지의 축복을 받으러 헥터와 길을 떠나게 됩니다.


  ‘코코’의 줄거리는 마치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과도 같습니다. 우리는 잊힌 기억을 찾기 위해 파편화된 기억을 더듬으며 관련된 당사자들을 만나 하나로 모으며 기억을 회복하죠. 미구엘은 자신이 가진 사진 한 장의 기억을 따라 더듬어가는 과정에서 헥터와 가족들, 델라 크루즈를 만나며 기억을 모아갑니다. 결국 하나로 모여 완성된 기억으로 인해 전해지지 못해 생긴 오해가 풀어지게 되고, 치매에 걸려 사라져 가던 코코의 기억이 잠시나마 되살아나며, 헥터 또한 영원한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그리고 하나로 모인 기억처럼 가족도 하나가 되죠.


모든 기억이 모여 하나가 된 '리베라 가족'


  이렇듯 기억이란 원래 개인적인 것이고, 전하지 않는 한 사라지는 수명이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나누고 전달될 때 그 힘이 강해지죠. 그래서 그런지 작중에서는 기억해주는 사람이 많을수록 저승에서의 지위도 다르게 표현됩니다. 기억해 주는 사람이 많으면 부유하고 기억해 주는 사람이 없다면 가난하게 말이죠. 무엇보다 먼저 떠난 이에 대한 그리움과 아름다운 기억은 전해지고 나눠질 때 계속해서 생명력을 얻게 됩니다. 사람은 망각하는 존재이지만 동시에 추억하는 존재이기도 하니깐요. 그래서 우리가 이 작품을 보고 더 많은 재미와 깊은 감동을 느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사람은 좋든 싫든 저마다의 기억 속에 먼저 떠나보낸 이에 대한 기억들을 품고 살아가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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