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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틱 Nov 11. 2022

"라떼는~" 정말 좋았을까?

#Latte is horse #라떼는 말이야 #라떼 아트 #추억 보정


다양한 형태의 라떼 아트


저는 개인적으로 카페 라떼(이탈리아어: caffè latte)를 좋아합니다.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우유를 곁들인 커피로 이탈리아어로 '우유 커피'를 말합니다. 바닐라 시럽을 추가하면 바닐라 라떼, 헤이즐넛 시럽을 추가하면 헤이즐넛 라떼, 캐러멜 시럽을 추가하면 캐러멜 라떼를 즐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은 카푸치노란 놈과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이 둘의 공통점이 바로 에스프레소에 스팀밀크를 넣기 때문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카페 라떼는 카푸치노보다 많은 양의 우유로 조밀하게 거품을 만든다는 것이지요. 근데 제가 카페 라떼를 좋아하는 이유는 부드러운 우유 거품 맛도 좋지만 무엇보다 커피에 스팀우유를 이용하여 다양한 예술적 작품을 만들어내는 라떼 아트 때문입니다. 나뭇잎, 하트, 꽃, 동물 등 다양한 모양의 아트 작품들이 라떼 위에 형상화되어 있어 어떤 때는 먹기조차 아까울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는 한 모금씩 형체를 망가뜨리지 않도록 조심조심! 마지막까지 애쓰곤 합니다. ^^;


“라떼는 말이야(나 때는 말이야)” = Latte is horse??? (보험회사 광고 절대 아닙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말 그림이 그려진 라떼 머그잔을 들면서 "라떼는 말이야. 말(horse)이야"라고 농담을 던지는 모 배우(김병철 님)의 광고가 갑툭튀 나오면서부터 어느새 "라떼는 말이야~~"라는 말이 희화화가 되기 시작했고, 그 말을 자주 애용하는 직장 상사들이 하루아침에  '꼰대''고인물' 세대 취급을 받게 되었습니다. 시대가 급변했으니 받아들일 건 받아들여야 하지요. 하지만 소수의 "라떼는 말이야~~"의 진심!! 사용자층 때문에 모든 상사들이 그런 취급을 받는 건 좀 억울하단 생각이 듭니다.


제 나이 또래 세대들은 지금 세대보다는 다소 '위계적이고 상명하복의 직장 문화'라고 불리는 직업 생태계에서 뭔가를 극복하고, 쟁취하고, 살아남으려 애쓰며 살아왔던 세대였습니다. 군대처럼 까라면 까고, 시키면 물불 안 가리고 해야만 했던 시절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척박한 생태계에서 살아남은 상사들 중 일부가 지금 갓 들어온 신입들에게 뭔가 할 말이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본인 입장에서는 자랑질보다는 신입들에게 살과 피가 되는 얘기라고 분명히 변명할 겁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지금 밀레니얼 세대들은 우리 세대보다 더 힘든 사회화 여정을 겪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례없는 저 취업률, 강도 높은 고 스펙, 결혼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 천정부지 집값, 욜로족과 파이어족 등 타인과 비교하는 삶, 남녀 간 인식의 변화 격차, 워라벨 중시 등 여느 때보다 많은 사회적, 경제적 이슈들이 그들의 삶을 옥죄고 있는 중입니다. 지금처럼 복잡성과 변동성, 불확실성과 불투명성이 컸던 시대는 없었다고 자신합니다.  


일부 "라떼는 말이야~~"라고 시전하는 상사들 중 일부는 밀레니엄 세대는 개인주의적이고, 회사에 대한 충성도도 낮고, 끈기가 없으며, 업무보다 개인의 워라벨을 중시하는 월급 루팡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과연 자신들은 정말 그렇지 않았을까요? 아마 개구리 올챙이적 시절을 기억 못 할 수도 있을 겁니다. 과거는 추억이란 이름으로 아름답게 보정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전 지금 밀레니얼 세대들이 훨씬 능력이 뛰어나고, 사고도 폭넓고, 정보력도 탁월하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단지 자신의 커리어의 성장과 개인의 성취에 관심이 많고, 미션과 비전이 명확할수록 회사에 매력을 느끼는 그런 세대이긴 하지만 말이죠.  




우리들 대부분은 중학교에 가면 초등학교 시절을 그리워합니다. 마찬가지로 고등학교 때는 중학교 시절을, 대학교 때는 중고등학교 시절을, 직장에 입사를 하면 대학교 시절을, 과장이 되면 신입사원 시절을, 결혼한 후에는 연애하던 시절을, 아이를 낳으면 신혼시절을, 은퇴를 하면 직장 다니던 시절을 그리워하죠. 사실 임원이 된 사람들은 아마도 부장 시절을 제일 그리워할 겁니다. 하지만 "라떼는 말이야~~"처럼 그때가 정말 좋았을까요?


'추억 보정'이란 말이 있습니다. 지나간 과거에 대해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기억은 망각하고, 기쁨과 감동만 잔상으로 남아서 무의식적으로 과대평가하게 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또한 수많은 기성세대들이 오늘날의 세태를 돌아보면 끌끌 혀를 차면서 "요즘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다"든지 "라떼는 심성이 착했는데 요즘 것들은 막말이나 욕을 입에 달고 다닌다"와 같이 옛날이 좋았다는 말하는데 이를 '좋았던 옛날 편향(Good-old-day bias)'이라고 부릅니다.


경영학에서 나오는 '므두 셀라 증후군(Methuselah syndrome)'과도 같은 개념입니다. 조지 버나드 쇼의 1921년 작품인《므두셀라로 되돌아가라(Back to Methuselah)》에서 유래한 표현이라고 합니다. 과거의 것들을 주로 좋게 생각하고 아련한 향수를 느끼는 경향을 말합니다.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무드셀라'는 에녹의 아들로 969세까지 산 장수의 대명사로 불렸다고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컸던 그를 빗대어 생긴 말입니다. 과거에 머물러 있어 현실에 집중을 못 하죠.



"엄마의 손맛!, 고향의 맛! 그 시절 그 느낌 그대로!"와 같은 광고 카피들이 한때 레트로 열풍을 몰고 온 적이 있습니다. 이런 광고 카피는 과거의 경험이 대체적으로 긍정적으로 보정되는 '추억 보정' 현상 때문에 진가를 발휘합니다. 사실 고향의 맛! 어머니의 손맛!의 비밀은 다름 아닌 '다XX, 미X' 등 조미료의 주성분인 MSG의 맛이었던 것이죠. 저희 엄마도 인정합니다! 미X 안 넣으면 무슨 맛으로 먹느냐고요. ㅠㅠ


제가 어릴 적 유행했던 '영구와 땡칠이', '우뢰매' 등과 같은 영화도 지금 보면 그래픽 수준이나 스토리가 형편없지만 그 당시 그런 장르를 처음 접한 경우가 압도적이어서 높은 추억 보정 현상으로 고평가되고 있습니다. 물론 '캔디', '알프스 소녀 하이디', '빨강 머리 앤' 등의 애니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말괄량이 삐삐'도 빼놓을 수 없지요.



2010년에 개봉한 ‘김종욱 찾기’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주인공 지우(임수정)는 10년 전 인도에서 만난 ‘김종욱’이라는 첫사랑을 기억하고, '첫사랑 찾기 사무소' 소장인 기준(공유)과 함께 김종욱 찾아 나서기를 떠납니다. 이뤄지지 않은 첫사랑의 추억은 지우의 마음을 더 애틋하게 만듭니다. 그 사랑을 잊지 못하는 지우는 선을 본 남자의 프러포즈도 거절한 체 첫사랑 찾기에만 정성을 기울입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지우 또한 좋은 기억만을 추억으로 남겨두려는 무드 셀라 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영화 <김종욱 찾기>


첫사랑 하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겨두려는 경향이 많습니다. 첫사랑도 분명 힘들었던 시간이 많았을 텐데 말이죠, 군대 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군대 시절 또한 무척 힘들고, 고통스러워 전역 날짜만을 손꼽아 기다렸을 텐데요. 첫사랑과 헤어지면 마냥 그리워하고, 막상 전역을 하면 군대 시절만큼 재밌던 적은 없었다고 모두 말을 합니다.


그렇진 않겠지만 혹시 주변에 "라떼는 말이야~~"를 남발 또는 시전하는 상사가 있다면 너무 '꼰대'라고만 취급하지 마시고, 조금만 그 상사가 살아온 척박한 삶을 조금이라도 '이해해 주는 척'하는 노력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직장 생활 때 나도 저 사람처럼 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던 저도 어느 순간 그 사람의 모습을 닮아 있는 걸 보고 충격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상사들도 시대의 흐름에 맞게 "라떼는 말이야~~"의 시전을 자제해 주실 걸 당부드립니다. 섭섭하겠지만 상사의 덕목은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라'라는 이 한마디에 다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ㅠㅠ


일본 이화학 연구소의 기무라 데쓰야 연구진은 과거의 기억을 장시간 떠올리면 그 기억이 뇌에 저장될 때 '타우'라는 단백질이 축척 되기 쉽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뇌에 축척된 타우 단백질은 기억장애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장시간 추억에 잠기는 일이 잦을수록 노회될 가능성이 높다. - 흇타슈고, 《나는 왜 생각이 많을까》  중에서 -


"라떼는 말이야~~"에 대한 또 하나의 충격적인 소식이 있습니다. 추억에 잠기면, 아니 "라떼는 말이야~~"를 자주 시전하면, 뇌가 노화된다는 이 말!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이 사실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소하고 낯선 첫경험들을 많이 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낯선 곳 여행하기, 낯선 음식 먹어보기, 낯선 길로 가보기, 낯선 사람과 대화하기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작가님들 금주 한주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주말에는 추억에 잠기시지 말고 현생에 집중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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