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 #짐퀵 #마지막 몰입 #뇌가소성 #식스센스 #직관
살다 보면 왠지 모르게 싸한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원인은 잘 모르겠지만 뭔가 몸에서 위험 신호를 보내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불길한 예감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습니다. ^^ 이러한 감각을 우리는 식스 센스(six sense) 또는 직감이라고 부릅니다. 직감(直感, gut feeling)은 사전적 의미로 '사물이나 현상을 접하였을 때에 설명하거나 증명하지 아니하고 진상을 곧바로 느껴 앎. 또는 그런 감각'을 뜻합니다. 비슷한 말로는 직관(直觀, intuition)이 있습니다. 직관은 '감각, 경험, 연상, 판단, 추리 따위의 사유 작용을 거치지 아니하고 대상을 직접적으로 파악하는 작용이고, 사유 혹은 추리와 대립되는 인식능력이나 작용'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하면 직감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으로 나타나는 오감 이외의 말초적 감각, 즉 식스 센스(six sense)를 의미하지만 직관은 생각이나 사유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빠르게 판단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에 따르면 직관은 '인간의 삶과 경험, 그리고 지식과 생각의 통합적 산물'이라고 합니다. 한 마디로 직관은 과거의 경험과 지식, 분석, 추론의 경험이 잠재의식 속에 융합되어 있다가 필요한 시점에 자신도 모르게 순식간에 발현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직감을 활용한 순간적인 판단 능력이 직관이라고 말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많은 세계적 석학들이 직관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철학자 스피노자는 '직관이란 확신을 궁극적으로 믿게 하는 보증이며 최초의 근원'이라고 하였고, 프랑스 철학자 버그슨은 '직관이란 사물의 이치를 깨닫는 공감적 방법으로 지속, 활동, 생활 현상 등의 본질을 파악하도록 인도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직관과 마음을 따를 용기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청소년기 때부터 불교와 명상을 접하고 평생 수행을 해온 그는 직관이 이성이나 지성보다 더 강력하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직관적 사고는 하늘이 주신 신성한 선물이며, 합리적 사고는 충실한 하인이다. 그러나 하인을 섬기고 선물을 등한시하는 사회를 만들었다'라고 말하며 직관을 소홀히 여기는 세간의 풍토를 한탄하기도 했습니다.
직관을 활용해 역사적으로 유명해진 인물은 바로 아이작 뉴턴입니다. 사과나무 밑에서 쉬고 있다가 갑자기 사과가 떨어지자 그는 직관적으로 '지구가 모든 물체들을 잡아당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하고, 그의 직관을 정교화해 '만유인력의 법칙'을 탄생시켰습니다. 직관은 이렇듯 모든 과학적, 창조적 사고를 만들고 발현시키는 가장 근원적이고 원초적인 판단 능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노벨상을 수상한 아인슈타인, 제임스 왓슨, 샤를 니콜, 슈바이처, 리처드 파인만 등도 모두 직관 예찬론자들이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직관을 '촉(觸)'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촉이 좋다는 말은 뛰어난 직관을 가졌음을 의미하는 것이죠. 그런데 촉에 관해 좋지 않은 얘기를 하는 학문이 있습니다. 바로 행동경제학이죠. 노벨 경제학 수상자이자 행동경제학의 창시자인 리처드 탈러에 따르면 “사람이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비합리적이기 때문에 항상 경제학 이론을 무시하는 쪽으로 행동한다"라고 합니다. 효율성을 중시하고 합리적 사고를 하는 기존의 '호모 이코노미쿠스', 즉 '이콘'과는 반대의 개념입니다. 행동경제학에는 합리적으로 보였던 인간들이 얼마나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는가에 대한 수많은 에피소드가 예시되어 있습니다.
행동경제학에서 가장 먼저 알아두어야 할 개념 중 하나는 '휴리스틱(Heuristic)'입니다. 휴리스틱은 직관 혹은 직감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는 방식을 의미하는 것으로 시간이나 정보가 불충분하여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거나, 굳이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신속하게 사용하는 '어림짐작의 기술'을 말합니다. 휴리스틱은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경우에 매우 유용하기도 하지만 그 반대인 경우 개인이 가진 편향(bias) 때문에 나쁜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콩나물은 100원을 따져가며 깐깐하게 구매하지만 비싼 보석이나 차, 그리고 집을 구매할 때는 분석 능력이 마비되어 자신이 끌리는 방향으로 무모한 선택을 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긍정적인 측면에서 직관은 사회의 많은 영역에서 그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업무 영역에서 직관은 업무 감각으로 나타납니다. 일잘러들의 특성을 보면 분석 능력, 작업 능력, 업무 수행 능력 등의 업무 스킬도 뛰어나지만 무엇보다 업무 감각이 탁월한 경우가 많습니다. 야무구치 슈와 구스노키 겐은 그의 저서 《일을 잘한다는 것》에서 일을 잘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업무감각이 뛰어나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업무 감각은 업무 기술을 넘어선 업무 경험과 지식, 생각과 통찰력과 같은 총체적 능력을 의미합니다.
직관의 이러한 능력은 예술 분야에서도 두드러집니다. 음악, 미술, 문학, 영화, 사진 등을 비롯한 모든 예술 분야 종사자들은 이미 이 놀라운 직관의 힘을 알고 있고 자신의 분야에서 활용해 아티스트로서의 역량을 인정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넷과 IT 산업에 종사자들에게도 직관은 필수적인 능력입니다. 생김새와 언어가 달라도 한 눈에 알 수 있는 제품과 아이디어를 만들어냄으로써 ‘넘버원’을 넘어 ‘온리원’을 만드는 능력이 바로 직관이기 때문입니다. 직관은 연구 분야(과학, 수학, 경영학 등)에 종사하는 연구원들이나 결단력과 리더십이 필요한 경영인들과 정치인들에게도 마찬가지로 필수 능력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직관과 같은 사고방식에 영향을 주는 우리 몸속의 중요한 기관이 있다고 합니다. 혹시 여러분들은 직감을 느끼거나 직관적으로 상황을 판단할 때 왠지 싸한 느낌을 받은 적은 없었나요? 만약 있다면 그건 바로 '제2외 뇌'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새로운 일을 시도할 때 속이 울렁거리거나 어떤 공명을 일으키는 것도 이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합니다.
'제2외 뇌'라고 불리는 '내장 속의 뇌'는 입에서 항문까지 이어지는 장신경계(Enteric Nervous System, ENS)를 일컫습니다. 세계적 브레인 코치인 짐 퀵의 저서 《마지막 몰입 : 나를 넘어서는 힘》에 따르면 '내장 속의 뇌'인 장신경계는 소화는 물론이고 기분, 건강, 심지어 직관과 같은 사고방식까지 컨트롤한다고 말합니다. '내장 속의 뇌'의 발견은 현재 의학계에서도 대변혁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과학자들은 소화기관이 뇌 기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장신경계와 두뇌 간의 관계는 나무가 기능하는 방식과 같다고 합니다. 장신경계에 해당하는 땅속의 뿌리는 나무의 다른 부위와 소통할 뿐만 아니라 토양에서 필수 영양분과 물을 빨아들여 끌어올리는 역할을 합니다. 땅속의 뿌리는 물과 영양분을 몸통으로 보내 줄기를 보강하거나 새로 만들기도 하고, 매년 봄에 새로운 잎과 꽃을 피우게 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섭취하는 영양소는 장을 통해 흡수가 되는데 뇌에 영양을 공급하면 그 영양소들이 뇌 기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죠.
장신경계와 중추신경계는 태아 때부터 같은 조직에서 발달해 미주신경을 통해 계속 연결되어 있습니다. 여러 면에서 두 신경계는 서로 흡사한 구조로 되어 있는데 세로토닌, 도파민, 아세틸콜린을 포함한 많은 신경 전달 물질을 함께 사용합니다. 뇌의 신경 가소성(neuroplaciticity)이란 용어를 혹시 기억하시나요? 예전에는 나이가 들면 뇌세포도 노화가 되면서 굳어진다고 믿어왔었죠. 하지만 최근 밝혀진 뇌의 신경 가소성 이론에 따르면 뇌세포는 80세가 넘어도 경로를 재구성하고(reorganize pathways), 새로운 연결을 만들고(create new connections), 어떤 경우에는 새로운 뉴런을 만든다(create new neurons)라는 사실이 새롭게 밝혔습니다. 뇌는 사용할수록 발달한다는 것이죠.
과거의 지식과 달리 요즘은 장신경계도 뇌처럼 성인기에 새로운 뉴런을 생성하고 손상되면 보수도 한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습니다. 장 신경세포들은 놀랄 만큼 뇌와 유사한 경로를 통해 작동한다는 것이죠. 2010년 듀크대학교 신경과학자 디에고 보호르 케즈 소화관의 장내 분비 세포에 발 모양의 돌출부가 있고, 이 기관이 뉴런 간 소통에 사용되는 시냅스와 닮았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 세포들이 뉴런과 유사한 방식으로 신호를 보내 뇌와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죠.
장신경계는 장을 통해 흡수한 영양소(연료)를 뇌로 공급하는 역할을 합니다. 뇌와 장이 우리의 건강과 멘털을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장에 저급한 음식(연료)이 들어가 뇌에 영양소 공급이 원활해지지 않는다면 건강과 멘털 관리에 문제가 생긴다는 뜻이죠. 소화는 물론이고 기분, 건강, 심지어 직관과 같은 사고방식까지 잘 컨트롤하고 싶다면 장에 좋은 음식을 공급해야만 합니다.
이렇듯 '제2의 뇌'이자 '내장 속의 뇌'인 장(腸)은 1억 개의 신경세포들이 집중되어 있고, 또 뇌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장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기관 중 하나입니다. 건강한 장은 강인한 멘털과 면역력과도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습니다. 면역세포의 70~80%가 장에 분포해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장이 안 좋아 가스가 차거나 불편감을 느낀다면 속이 더부룩해져 일상생활이 힘들어지기도 합니다. 업무나 공부를 할 때 집중과 몰입도 힘들어집니다. 즐거워야 할 여행이나 휴식도 엉망진창이 되죠.
장건강이 안 좋으면 여러 증상을 신호로 보낸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신호가 피부 트러블입니다. 불필요한 독소가 배출되지 못해 면역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장이 안 좋으면 유익균과 유해균의 균형이 깨져 우울증과 같은 정신 질환을 유발하며, 유해균이 염증을 증가시켜 체중 증가와 대사 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가스가 차는 복부 팽만, 이로 인한 변비도 나타납니다. 건강한 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삼시 세끼, 물과 식이섬유, 그리고 유산균을 균형 있게 섭취해야 하며, 정신적 스트레스를 반드시 줄여야 합니다.
장신경계가 이렇게도 중요한 부위지만 여태껏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기관이라고 생각해 장 관리를 너무 소홀히 해왔던 것 같습니다. 물론 유산균을 먹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장이 싫어하는 인스턴트 음식을 계속 먹는다면 장 건강이 날로 악화될 것입니다. 중요한 건 장이 좋아하고, 장이 건강해지는 음식을 지속적으로 먹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럼 어떤 음식이 장에 좋을까요? 코미디 닷컴 기사(장 건강에 좋은 식품 8가지, 21.11.24)에 따르면 요구르트, 양파, 마늘, 브로콜리, 블루베리, 바나나, 사과식초, 콩 등이 장에 좋다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제2의 뇌'이자 '내장 속의 뇌'인 장신경계는 소화는 물론이고 기분, 건강, 심지어 직관과 같은 사고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건강한 신체와 두뇌, 몰입과 집중, 직감과 직관, 기분 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장에 좋은 음식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장 건강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자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인생을 살면서 선택과 결정의 기로에 설 때 중요한 건 여러분의 마음과 직관을 따르는 용기를 가지는 것이라는 스티브 잡스의 말을 꼭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의 마음과 직관은 이미 당신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머지는 모두 부차적인 것이죠.
옥상달빛(OKDAL)의♬ '수고했어, 오늘도' | 비긴 어게인 오픈 마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