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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틱 Jan 18. 2023

무기력에 고삐가 잡힐 때

#학습된 무기력 #마틴 셀리그먼 #서커스 코끼리 #무기력을 벗어나는 방법

서커스단의 코끼리는 어릴 때부터 쇠사슬을 다리에 채워서 묶어 놓는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저항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쇠사슬을 풀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순응하게 되죠. 성인 코끼리가 되어 쇠사슬을 묶은 말뚝을 충분히 뽑아낼 힘이 있는데도 더 이상 탈출을 감행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릴 때부터 아무리 발버둥 쳐도 탈출할 수 없다는 인식이 각인되었기 때문입니다.


1975년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은 24마리의 개를 세 그룹으로 나누어 큰 상자에 넣어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1그룹과 2그룹의 상자의 바닥에는 불규칙적으로 가벼운 전류를 흐르게 하였고, 3그룹의 상자에는 아무런 전류를 흘려보내지 않았습니다. 1그룹의 경우 코로 버튼을 눌러 그 상황을 극복하고 인지할 수 있도록 실험실을 설계했고, 2그룹의 경우 어떤 장치도 설치하지 않아 전류를 온몸으로 느끼도록 설계를 했죠.


시간이 흘러서 새로운 상자로 개들을 이동시켰습니다. 이번에는 세 그룹을 한꺼번에 모았고 중간에 파티션을 쳐서 넘어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다시 전류를 흐르게 하였더니 세 그룹의 개들은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코로 버튼을 눌러 전류를 멈추게 했던 1그룹의 개들은 전류가 흐르자 파티션을 뛰어 넘어갔습니다. 아무런 자극을 주지 않았던 개들도 역시 파티션을 뛰어넘었죠.


그런데 2그룹의 개들은 아무 반응이 없었습니다. 환경을 극복할 수 없다고 느껴왔던 개들은 그냥 흐르는 전류에 몸을 그대로 맡기고 무기력하게 몸을 떨고 있었다고 합니다. 극복할 수 없는 환경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경험 때문에 실제로 자신이 피할 수 있거나 극복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포자기해 버린 것이죠.



마틴 셀리그먼은 이 실험을 통해 2그룹처럼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해도 그 상황을 극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어 아무런 노력이나 시도를 하지 않는 상태를 가리켜 '학습된 무기력( Learned helplessness)'이라고 명명을 했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의 힘으로 바꿀 수 없는 상황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무기력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죠.


동물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발견되었던 학습된 무기력은 이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로 확장되었으며, 아동과 성인을 모두 아우르는 인간 심리를 설명하는 중요한 모델이 되었습니다. 학습된 무기력 상태가 나타나는 근본적인 원인은 '부정적 자기 암시' 때문이라고 합니다.


자유의지가 꺾이는 상황과 불가항력적인 상황을 지속적으로 경험하게 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부정적인 암시가 잠재의식 속에 입력되고 축척되면서 의지력과 자기 통제력을 상실하게 된다고 합니다. 학습된 무기력의 무서운 점은 몇 번 시도를 해보고 안되면 아예 시도조차 안 하게 된다는 것이죠.




어떤 상황에 노출되어 오랫동안 길들여지고 익숙해진다는 것은 학습된 무기력에 쉽게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도 악랄한 상사를 만나 업무 수행에 대한 좋지 않은 피드백과 낮은 업무 평가를 지속적으로 받게 되면 학습된 무기력을 경험하게 됩니다.


거부, 반박, 전환, 경시, 망각, 부인 등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들고, 이로써 타인에 대한 통제 능력을 행사하는 가스라이팅도 정신적 학대 유형으로 친구나 연인, 가족, 직장 상사나 동료 등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데 이 또한 학습된 무기력의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입니다.


쳇바퀴처럼 분주하게 돌아가는 직장 생활에서 문득 자신이 애써 해온 일들이 부질없다고 느껴질 때, 암에 걸린 암 환자가 오랜 기간 치료를 받으면서 회복이 되지 않아 피로감이나 우울감을 느낄 때, 나이가 들어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불리는 요양원에 들어간 치매 노인들이 감옥 같은 일상생활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느낄 때 학습된 무기력이 나타납니다.


출처 : Pixabay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해도 해도 답이 없네', '나 혼자 한다고 되는 게 아닌데...' 등의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그때가 바로 학습된 무기력이 찾아온 겁니다. 학습된 무기력이 찾아올 때 자기 성찰을 하게 되면 더 깊은 무기력감에 빠지게 됩니다. 고성과자와 저성과자가 있을 때 이런 무기력감은 고성과자에게서 흔하게 나타난다는 점이죠. 항상 남보다 앞서야 한다는 압박감과 불안감이 높은 상태이기 때문에 조금만 삐끗하면 무기력감에 빠지게 됩니다.


그런데 바쁘게 움직이거나 행동으로 문제를 돌파하는 주변 동료들을 보면 그들에게서는 무기력이란 단어를 전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학습된 무기력을 성장 에너지로 바꿀 수 있을까요?


무기력은 기력이 없다는 뜻이니 기력을 만들면 되는 것이죠. 기력을 만드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잘 먹고, 잘 쉬는 겁니다. 일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신체와 정신적 에너지는 같은 자원을 쓰기 때문에 정신이 무기력할 때 신체적 에너지원을 섭취하거나 휴식을 통해 고갈된 자원을 회복하면 무기력 극복에 도움이 됩니다.


무기력이란 부정적인 생각의 순환고리에 빠져 있을 때 가장 손쉽게 벗어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몸을 움직이는 것이죠. 누워있다면 이불을 박차고 나와야 합니다. 일단 커피로 정신을 각성시키고, 양치질이나 세수를 통해 정신과 육체를 깨우면 밖으로 나가기가 훨씬 수월할 겁니다. 커피를 먹고, 양치질이나 세수를 하는 것을 '환경 설정'이라고 부릅니다. 날씨가 화창한 날 밖으로 나가 비타민D를 보충하면서 산책을 하거나 운동을 하면 무기력의 순환 고리를 쉽게 끊어낼 수 있습니다.


마틴 셀리그먼은 무기력도 학습되는 것처럼 낙관주의도 학습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개인의 사고방식과 성격은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개선될 수 있다는 말이죠. 실패 경험으로 무기력이 쌓였다면 성공 경험으로 낙관을 쌓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때 성공 경험은 작은 성공 경험을 말합니다. 작은 성공 경험이 계속 쌓이면 자신감이 붙게 되고, 자존감도 높아져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이 높은 상태가 됩니다. 다른 말로 자신이 뭔가를 잘 한다고 느끼는 상태를 말하죠.


만약 자녀들이 낮은 학업 성취도로 학습된 무기력에 빠져 있다면 일단 기대감을 낮춰서 작은 목표를 설정하게 하고, 단계별 성취 경험을 할 때마다 보상과 칭찬을 한다면 자신감과 자존감이 높아지게 됩니다. 핵심은 낮은 기대감과 작은 목표입니다. 《타이탄의 도구들》의 저자 팀 페리스는 그의 저서에서 "무슨 일을 하든 간에 목표를 낮게 잡아라"라는 말을 했습니다. 과도하고 야심찬 목표는 작은 성공 경험을 저해한다는 뜻이죠.


그리고 매일 아침 일어나서 "난 멋진 놈이야", "난 뭐든 할 수 있어", "난 누구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라고 외치는 긍정적 자기 암시 또한 학습된 낙관주의를 만드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죠.


동기부여에 관한 서적을 읽는 것도 무기력 극복에 도움이 됩니다. 책을 읽는 이유 중 하나는 단순한 정보나 지식의 습득이 아니라 삶의 지혜와 통찰력을 얻어 실행력을 높이는 것이죠. 인간이 경험하는 모든 심리적, 감정적 문제들은 관련 서적을 통해 자신이 겪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자신에게 맞는 해결책을 찾아서 실행한다면 무기력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마지막으로 잦은 실패로 무기력이 형성되었다면 실패에 대한 관점을 바꿔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실패해서 낙담하지 않고 교훈을 얻는 사람은 실패를 통해 무기력을 학습하지 않으며 오히려 성장을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실패에 대한 다른 관점의 경우 일단 행동을 옮겼다는 말이며, 도전을 했다는 뜻입니다.


한 번도 실패하지 않고 승승장구만 한 사람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성공한 사람은 훗날 실패가 똑같이 닥쳤을 때 큰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승승장구만 한 사람은 실패에 크게 낙담하고 좌절에 빠지지만 실패를 거듭하며 성장한 사람은 실패가 경험 자산이 되어 더 큰 성장 자산이 된다고 합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은 그냥 나온 말은 아닐 겁니다.


영화 <127시간> 스틸 컷


<127시간>이란 영화를 보면 주인공인 아론 랠스톤이 블루존 캐니언이라는 협곡을 자전거로 여행하다 실수로 바위와 함께 협곡에 추락하면서 그의 오른팔이 협곡 바위 사이에 끼어버리는 불상사가 발생합니다. 지나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지만 그는 낙담하지 않고 침착하고 긍정적으로 자신이 가진 것들을 이용해 최대한 생명을 유지하면서 탈출하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하지만 조난 후 5일이 지났을 때 거의 포기 상태에 접어듭니다. 해도 안된다는 학습된 무기력을 경험하게 된 것이죠. 실패란 추락이 아니라 추락하고도 일어서지 않는 것이다라는 말의 뜻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절대 포기하지 않습니다. 급기야 그는 자신의 팔을 절단해서 탈출하기로 결심을 하고, 들고 있던 소형 나이프로 팔을 자르고 나중에는 팔을 부러뜨려 극적으로 그곳을 빠져나오게 됩니다. 그 장면은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경악스러웠습니다. 영화 포스터에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살고자 하는 의지보다 강한 것은 없다"


혹시 학습된 무기력을 현실에서 경험하고 계신다면 일단 잘 먹고 푹 쉰 후 긍정적인 자기 암시로 긍정성을 강화한 다음 이불을 박차고 밖으로 나와 산책과 운동을 통해 일단 육체와 정신을 깨우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작은 도전 목표를 세우고 실행해 작은 성취를 자주 경험하고, 자신의 성취를 칭찬함으로써 잃어버린  자신감과 자존감을 하루 빨리 되찾기를 추천드립니다. 복잡하시면 다 때려치우고 그냥 잘 먹고 푹 쉰 후 산책이나 나가시면 어떨까요?



장혜진 - 내게로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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