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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Sep 19. 2024

마흔에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하다

오랫동안 육아 휴직을 했습니다. 딸 둘, 아들 둘, 이렇게 네 명의 아이를 낳고 키우는 십 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고 드디어 직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설렘과 불안이 공존하는 마음을 안고 돌아온 일터에서 마주한 현실은 생각보다 더 도전적이었습니다. 결혼 전 나름 차곡차곡 쌓아 올렸던 지식과 경험들은 큰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미 가지고 있던 것을 완전히 버릴 필요는 없었지만 달라진 상황에 맞추어 새롭게 배우고 재구성해야 했습니다. 


결혼 전 제일 자신 있었던 영어는 이제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영어를 잘한다고 알고 있었기에 그래서 더 제 자신의 실제를 드러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2년을 잘 피해 다녔는데, 복직 3년 차 결국 영어에 날마다 노출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서 시작한 영어 공부는 이제 제 삶의 주요한 동력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5년이 지나고 나서 보니, 마흔은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하기 참 좋은 나이더라고요. 우선, 학생 시절처럼 시험에 대한 압박이 없습니다. 누가 우리에게 영어 공부를 시키지도 않고 영어 공부의 결과가 점수와 순위로 나와서 심적으로 부담을 주지도 않습니다. 옆 친구와 비교할 필요도 없고 혼자서 나만의 속도로 가면 됩니다. 학창 시절처럼 문법용어를 달달달 외워가면서 문장 구조를 분석하고 틀린 용법을 골라내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재미없는 독해 지문을 억지로 읽으면서 문제 출제자가 원하는 바를 파악해서 답을 찾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이를 핑계로 댈 수 있습니다. 오랜만이라 어색하고 쉽지 않은 것은 당연할뿐더러 영어를 초등학교 때부터 배우지 않았으니 한국식 발음도 용서가 됩니다. 방법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정해서 하면 됩니다. 영화나 미드로 깔깔 웃으면서 공부할 수 있고 좋아하는 소설을 읽으면서 감동에 젖어서 할 수도 있습니다. 


영어는 우리가 유용하게 사용하는 도구인데 그동안 영어 공부 자체가 목적이 되어 왔습니다. 영어를 공부하는 목적은 결국 나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보다 넓게 보다 깊게 만들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마흔에 영어를 다시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알았습니다. 마흔. 해 보니 정말 공부하기 좋은 나이였어요. 


아이를 네 명 키우느라 굳어진 머리로 시작하느라 더 힘들었지만 더 즐거웠던 마흔 워킹맘의 영어 공부 이야기, 지금부터 풀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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