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원서를 끝까지 읽었다! 눈으로 읽었든, 오디오 북을 통해서 귀로 읽었든, 그리고 가끔은 입으로 소리 내어서 읽었든 끝까지 읽었다. 페이지 수의 여부에 상관없이 책을 한 권을 완독 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각별한 의미가 있다.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나면 작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했는지 조금 더 구체화되어서 그 전달받은 메시지가 내게 주는 울림도 좋고 또 중도에 많은 시련과 고비가 있었더라도 끝까지 갔다는 부분에서 스스로에게 기특한 마음이 들어 한 번 더 격려해 줄 수 있는 것도 좋다. 그리고 그렇게 삶에 또 다른 원동력과 동기를 부여받는 것이다. 이 마음과 설렘이 남아있을 때 나는 글로 써 볼 것은 권한다.
아무리 좋았던 감동도 시간이 지나면 희석되고 바래진다는 것은 당연하다. 나도 이전의 기록들을 뒤져보지 않았다면 어떤 부분에서 어떤 감동을 받았는지, 어떤 생각을 했는지 확인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보통은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글로 옮기겠다고 생각할 것이다. 맞다. 그렇게 할 때는 조금 더 종합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많이 그렇게 한다. 하지만 나는 책을 끝내기 전에 감상을 짧게라도 글로 쓰기를 추천한다. 클라이맥스에 도달할 무렵 혹은 그 하이라이트 되는 부분을 지나는 중간 과정도 좋다. 보통 갈등상황이 전개될 때 독자 역시 많은 생각을 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쓰는 것도 좋다. 글을 쓰기 제일 좋은 시점은 생각의 나래가 마구마구 펼쳐지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오히려 글 쓰기가 난감할 때가 있다. 마지막 장을 덮은 그 여운이 몰려와 어느 것부터 잡아야 할지 모르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이다. 그래서 책을 읽다 좋은 부분은 책에 바로 메모를 하는 독서법도 좋다고 하지만 여전히 나는 책에 낙서를 하는 것 같아 망설여지는 옛날의 풍습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밑줄까지는 연필로 슬쩍 긋지만 자잘한 감상이나 메모를 적을 때는 아직도 공책을 사용한다.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마음에 들어오는 문장 혹은 부분이 있을 것이다. 시간을 내어 적어두면 더 좋고, 그것도 여력이 안 되면 사진이라도 찍어 둔다. 사진은 블로그에 책 서평이나 감상을 올릴 때 조금 더 편리했다. 하지만 활자 크기가 작다 보니 확대해서 보는 것도 귀찮을 때가 종종 있어서 요새는 웬만하면 견출지를 붙여두고 한 번 더 보면서 정말 좋은 부분은 필사를 한다. 방식은 내가 편한 대로가 기준이다.
내가 왜 이 부분이 눈에 들어왔는지 짧게라도 감상을 노트에 적든, 책에 적든, 온라인 공간에 남겨두든 어떤 형태로든 기록해 두면 나중에 볼 때 조금 더 도움이 된다. 한 번 보는 것과 두 번 이상 거듭해서 보는 것은 다르다. 기억력의 재생속도를 좀 더 활성화시키면서 가지를 이어나가고 살을 붙여서 조금 더 탄탄하게 구성하도록 도움을 준다.
원서 읽기를 하면서 항상 부탁드렸던 것은 마지막에 감상문을 쓰는 것이었다. 이 독후감을 쓰는 것이 매우 귀찮을 때도 있었으나 돌이켜 보면 쓰기를 잘했다고 여겨진다. 그 감상에 더해서 시간이 지난 후 나의 생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보면서 새로운 기분이 들기도 하는 것은 과거의 내가 가졌던 시각이 지금의 관점과 비슷하기도 하고 완전히 달라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책을 읽는 것은 결국 깊이 있게 보기 위함이다. 나를 들여다 보고 내 주변을 둘러보면서 함께 세상을 넓게 바라본다. 그 과정을 통해서 결국 나 자신도 잘 몰랐던 나를 알게 되고 세워간다. 그 과정에서 책을 읽고 글로 남겨두는 것은 생각 외로 큰 도움이 된다. 결국 이러한 목적은 영어든 한국어든 다르지 않다. 그러니 한 줄이라도 짧게 간단한 감상을 적어두기를 권한다. 감상평을 나는 한국어로 썼다. 영어를 이렇게 오래 공부했어도 역시 한국어가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영어로 쓸 수는 있는데 한국어로 받는 그 느낌과 영어의 느낌은 아직은 다르다. 그렇기에 감상까지 영어로 자유자재로 적고 즐길 수 있으려면 아직도 더 많이 많이 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 책은 영어로 읽었더라도 한국어가 전해주는 그 감성을 조금은 더 느끼고 싶다는 건 약간은 핑계일 수도 있다. 하지만 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도 있다.
나중에 쓰겠지만 글쓰기는 언어의 꽃이다. 듣기 말하기 읽기를 모두 거쳐서 마지막에 피어나는 언어의 최종 예술 단계인 것이다. 그만큼 한국어로도 글을 쓰기가 힘든데 여기에 영어로 책을 읽었으니 영어로 글도 쓰라고 하면 마음이 당연히 부담이 되겠지 않겠는가. 나는 늘 천천히 단계를 밟아 가는 것을 좋아하기에 제일 좋아하는 단계는 제일 뒤로 미루어 두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로 글 쓰기를 시도해 보는 것을 말리는 것은 아니다. 본인이 의지가 있고 쓰고 싶다면 적극 추천한다. 하고 싶은 말은 억지로 부담을 느껴가면서 굳이 영어로 적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니까. 그래서 오늘도 나는 영어로 책을 읽은 자신을 토닥이며 한글로 감상문을 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