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개인적으로 나눈 대화는 아주 짧고 - 시작과 마무리 진행 정도로만 - 작가와의 만남 행사를 통해서 만났다.
아이들이 올린 질문은 겹치는 것들이 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왜 작가가 되었는가 하는 질문이다. 작가님은 그냥 좋은 대학교 가는 것이 꿈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를 다 떨어지고 나니 아버지가 교대를 한 번 가 보면 어떻겠냐고 권유를 하셨고 그렇게 생각지도 못한 교대 진학을 했다. (사실 교대생들 중 이런 이야기는 흔하다. 나만 해도 서울대는 아슬아슬해서 교대를 썼고 고대에 합격은 했으나 전공도 애매하고 무엇보다 거리가 너무 멀어 그냥 가까운 서울교대를 선택했었다. 어떤 뚜렷한 사명감에서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막상 해 보니 적성에 잘 맞았다고나 할까.) 교대생이 되었는데 잘 모르겠다는 생각에 군대로 도망을 갔다고. 그런데 막상 군대에 있으니 학교로 너무 오고 싶어 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군대에서 책을 읽게 되면서 교사가 되고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니 꿈은 나중에 만들어졌다고 했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것은 진짜 꿈은 아니었던 것 같고 그러니 지금 무엇을 해야 좋을지 모르는 친구들에게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시간을 들여서 생각해 보길 권한다고. 남들이 하찮게 생각하는 것이라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보면 좋겠다고 말이다.
준비하신 내용은 많았으나 시간이 넉넉지 않았기 때문에 이야기는 조금씩 건너뛰었다. 이재문 작가님의 책을 읽으면 주인공들은 늘 약자들이다. 약자라기보다는 주류에서 소외된 아이들이다. 하늬도 그렇고 대안이도 그렇고 소희도 그렇다. 주류에 속해 있어도 그 자리가 불편하고 어쩐지 마음에 걸린다. 그런 아이들의 이야기를 꺼내고 싶었던 것은 본인도 그렇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그러시면서 교실 속 소외된 아이들 이야기와 현실적인 풍경을 펼쳐주시자 아이들은 더 귀를 쫑긋 세웠다. 다른 멀리 있는 것이 아닌 우리들의 이야기니까.
그리고 지금 세대의 아이들은 불안 세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아이들이 상처를 겪어 보지 않아 작은 상처에도 쉽게 두려워하고 불안해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우리 반 아이 하나는 유난히 통증에 민감하다. 남들이 봐서는 그냥 넘어가도 괜찮을 만한 사소한 아픔에도 당장 병원에 가서 진료를 봐야 할 정도라고 눈물로 호소를 한다. 이러니 이제는 보건 선생님조차 그냥 기다려 보자고 말씀하실 정도이다. 어느 정도는 위험을 겪으면서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이런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데 힘을 쓰고 있다.
작가님의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에 대한 애정과 따스한 시선을 보았는데, 역시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만난 실제의 작가님 역시 그러했다. 이어서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에도 아이들은 열심히 손을 들고 질문을 했고 작가님은 진지하면서도 재미있게 답변을 해 주셨다. 이 시간이 지나고 바로 학교로 돌아가셔야 하니 사인회를 할 시간은 물론 없었다. 다만 우리 반 아이들이 작은 선물을 - 나는 절대 안 시켰다, 아이들이 스스로 준비해 온 것도 아침에서야 알았다 - 준비해 왔길래 강연이 끝나고 전달을 했다. 책을 준비해 온 아이들은 사인을 못 받아서 아쉬워했지만 사인본보다 더 좋은 것은 작가님의 생각과 마음을 생생하게 느낀 이 시간이다. 작가님의 추천 도서에 아이들은 열광하면서 궁금해했다. 그 책들 중 한 권인 체리새우는 도서관에서 벌써 품절이다.
좋은 책은, 좋은 이야기는 마음을 울리고, 마음을 움직인다. 이 작가님이 향하실 다음 길은 어디인지 기대가 되는 것은 나만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동학년 회의 시간에도 선생님들 표정도 다 좋았다. 솔직하신 분들이라 별로였으면 다음엔 안 되겠다고 하셨을 텐데, 아이들이 아주 열광했다시면서 모두 흡족해하셨으니, 나 혼자만의 만족감은 아닌 것이다. 이렇게 감동받는 만남의 시간이 지나고 이어진 도서관에서의 수업은 조금 더 책에 가까웠던 것 같다. 평소보다 더 집중하는 기운이 느껴진 것은 역시 전해진 따스한 마음 덕분이겠지.
책에서 책으로 이어지는 귀한 한 연결구간이 된 것 같아 행복한 오후였다.
그리고 그날 오후 우리 학교에는 누군가 불장난을 한 흔적이 발견되었으니... 하아.... 감동과 호기심은 별개의 것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