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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딩차이 Jan 07. 2024

요즘 엄마에게 위로가 되는 것들

사랑 필사 2

                                               



요즘 엄마가 좋아하는 것, 세 가지를 들면 찬원이 노래, 텃밭, 수영이다. 엄마가 하는 일은 텃밭 가꾸기, 힐링이 되는 것은 찬원이 노래, 무릎 건강을 위해 선택한 것은 수영이다. 셋 다 코로나가 터진 후의 일이다.      


“딸보다는 찬원이가 더 낫지.”     


코로나가 시작되는 해에 엄마는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평소에 유일한 위안이 되던 교회도 눈치 보여 못 갔다. 그땐 확진이 가장 무서웠던 때이고, 백신 접종을 할 나이가 되지 않는 손녀를 위해서는 참아야 했다. 물론 엄마도 무서웠을 것이다. 베란다에 있는 의자에 앉아 멍하니 밖을 보는 날이 늘어났다. 그런 엄마를 나는 내 코도 석 자라 살피지 못했다. 


그맘때쯤 ‘미스터 트롯’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시작되었고, 우리 가족에게 작은 활기를 안겨줬다. 특히 엄마는 그 프로그램에 푹 빠졌다. 더 정확히는 찬원이의 시원시원한 노래에 푹 빠져들었다. 꽉 막힌 마음에 한 줄기의 청량한 공기가 스며드는 것 같다고 하였다. 엄마는 본방 사수뿐만 아니라, 재방도 자주 보고, 각종 기사도 읽어 보고, 유튜브 채널도 시청했다. 난생처음 팬클럽 가입을 하고, 하트 누르고, 응원하고, 음반도 샀다. 닉네임을 ‘찬또’라고 지었다. 찬원이가 엄마에게는 로또라며.


엄마는 찬원이 팬이다. 매일 ‘바쁘다’를 입에 달고 사는 큰딸에게 받지 못한 위로를 찬원이에게서 받았다. 엄마 방뿐만 아니라 부엌에도 찬원이 포스터가 붙어 있다. 


그때부터 우리 집에는 세 종류의 노래가 번갈아 혹은 동시에 흘러나왔다. 엄마는 찬원이 노래만, 아빠는 흘러간 옛 노래, 내 딸은 최신곡을 틀었다. 


글을 쓰는 지금, 엄마는 찬원이 노래를 듣고 있다. 아침 일찍 병원 진료를 받으러 가는 엄마에게 오늘도 찬원이 노래가 위로되고 있다. 진작 내가 해야 했을 위로를.


“텃밭에 가면 숨통이 탁 틔는 것 같아서 좋구나.”     


2020년부터 시작된 엄마의 텃밭 가꾸기는 지금까지 계속 이어진다. 텃밭에 가면, 마스크를 답답하게 쓰지 않아도 되어서 좋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아침마다 자전거를 타고 텃밭에 가면 새롭고 신기하고, 주변에 텃밭 하는 선배 텃밭쟁이들에게 밭 가꾸는 것을 배우니, 새롭다고 한다. 20여 년 전 옛 시골집에 앞마당과 뒷마당에도 텃밭이 있었는데, 그때는 텃밭이 귀한 줄도 몰랐다고 한다. 널찍한 앞뒤 마당에는 가지, 고추, 옥수수, 상추 등뿐만 아니라, 딸기도 있었고, 사과나무와 앵두나무도 있었다. 


직장 다닐 때, 한 장 한 장씩 꼼꼼히 검사한 의류가 세관을 무사히 통과하면 뿌듯함이 몰려왔다고 한다. 지금 텃밭 가꿀 때 딱 그런 느낌이라고 한다. 갓 수확한 깻잎을 한 장 한 장 잘 씻어서 맛깔스러운 양념을 하면, 밥반찬으로는 최고다. 엄마는 싱싱한 상추로 쌈을 싸 먹고, 간식으로 방울토마토를 한입에 쏙쏙 넣으며 건강을 챙기신다.     


“매일 수영 가는 것 당연히 힘들지, 그래도 수영은 가야 해.”     


엄마는 올해 3월부터 근처 체육센터에서 수영 레슨을 받았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수영이라니, 참 대단한 시도이다. 다행히 또래 수강생이 있어서 친구도 생겼다. 항상 맨 마지막에 겨우 따라가곤 했지만, 계속 다녔다. 사실 수영은 좋아서라기보다 건강하게 계속 걷고 싶어서 하는 것이다.

 

요즘은 폭염이라 수영 갔다 오면 땀에 푹 젖는다. 자전거로 5분 거리인 수영장이 리모델링을 시작해서 연말까지는 자전거로 20분 거리인 수영장을 다니기 때문이다. 


엄마는 지금 엄마보다는 여자 사람으로 살고 있다. 자식 걱정에 희생만 하는 엄마가 아니라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자신의 건강을 챙기고 있다. 나는 이런 엄마가 더 좋다. 


2023. 8월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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