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대기에 다다랐을 때, 톱질 소리가 멈춘다. 톱밥이 어지럽게 널린 마당에 서서 캐시는 널판자 두 개를 맞추고 있다. 주변이 어두워서 널판자는 황금처럼 노랗게 보인다. 부드러운 황금빛이다. 널판자의 측면은 손도끼날 자국이 부드럽게 물결치고 있다. 훌륭한 목수지, 캐시는 말이야. 그는 선반 위에 두꺼운 판자 두 개를 놓고, 다 만들어진 상자의 한 모서리에 가장자리를 맞춘다. 무릎 꿇고 가장자리를 들여다보고는 다시 내려놓고 손도끼를 집어 든다. 훌륭한 목수야. 엄마는 더 이상 바랄 게 없겠지. 죽어 누워 있기에 캐시의 관보다 더 좋은 것은 없을 것이다. 이 관은 엄마를 편안하고 안전하게 해줄 것이다. 나는 집으로 들어간다. 손도끼로 나무 찍는 소리를 들으며. 탁. 탁. 탁. 8쪽.
달이 태어났을 때, 내가 죽으면 제퍼슨에 묻겠다고 약속해 달라고 했다. 199쪽.
황혼 녘 창문 속에 나타난 수척한 얼굴의 어머니를 캐시가 바라본다. 그가 어린 시절부터 봐 왔던, 세월에 따라 변해온 엄마의 얼굴이 모두 겹쳐진 모습이다. 그는 톱질을 멈추고 자신이 자른 널판자를, 어머니의 얼굴이 고정되어 있는 창문을 향해 들어올린다. 그는 두 번째 널판자를 끌어당겨, 다 만들어진 후의 모습대로 두 개의 널판자를 나란히 기대 세운다. 그러고는 바닥에 있는 널판자를 가리키며 팬터마임처럼, 완성된 모습의 상자를 두 손으로 만들어 낸다. 겹쳐진 그림 같은 어머니는 아무런 비난이나 칭찬도 없이 한참 동안 캐시를 바라본 뒤, 창문에서 사라진다.
어머니는 다시 누워 아버지는 쳐다보지도 않은 채, 바더만을 바라본다. 남아 있는 모든 생명이 엄마의 눈으로 쏠린 듯, 잠시 동안 두 개의 불꽃이 타오른다. 그러나 누군가가 그 불 꽃을 훅 불어 꺼버린 듯이 이내 사라져버린다. 58쪽.
“이쪽이 캐시이고... 주얼... 바더만... 그리고 듀이 델이오.” 비열하면서도 당당하게, 우리를 바라보지 않은 채 아버지가 우리를 소개한다. 그는 이제 의치도 있고 모두 다 가진 듯하다. “얘들아. 새엄마, 번드런 부인이다.”아버지가 말한다. 299쪽.
한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기 위해서는 두 사람이 필요하다. 그중 한 사람이 죽게 되고, 이제 그런 식으로 세상은 끝나게 되는 것이다. 48쪽.
우리가 방에 들어서자 애디는 고개를 돌려 우리를 바라본다. 그녀는 이렇게 열흘 동안 죽은 듯 누워 있었다. 죽음이 일종의 변화라면 그 변화를 막는 일조차 오랫동안 앤스의 몫이었다. 난 어릴 적, 죽음을 단순히 몸의 변화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제 난 죽음을 마음의 변화로 이해한다. 즉 사별을 견디어야 하는 사람들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변화 말이다. 허무주의자들은 죽음이 끝이라고 하고, 근본주의자들은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상 죽음이란, 가족 또는 세 들었던 사람이 집이나 마을을 떠나는 것이나 다름없다. 53쪽.
아버지께서 늘 하시던 말씀이 그냥 기억났을 뿐이었다. 우리가 살아 있는 이유는 오랫동안 죽어 있을 준비를 하기 위해서라고 말이다. 195쪽.
말과 행위가 맞아떨어지지 않을 때 사람들 사이에는 틈이 생긴다. 늘 그렇듯이 무서운 밤, 거친 어둠으로부터 들리는 거위의 울음 소리처럼 언어는 떨어져내린다. 누군가 군중 속의 두 얼굴을 가리키며, 너의 엄마다 혹은 아빠다 말할 때, 정신없이 그 얼굴을 찾아 헤매는 고아처럼, 말은 그것이 가리키는 행위를 찾아 헤맨다. 201쪽.
“너희들은 모른다. ” 아버지가 말했다. “ 우린 젊음을 함께했고, 함께 늙어왔다. 늙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하는 괜찮다는 말. 슬픔과 시련으로 가득한 험한 세상에서 괜찮다는 말은 진실이란다. 너희들은 이해하지 못하지.” 27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