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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희 마리아 Jul 01. 2024

수유리 우동집

90세 된 우리 엄마
요양원에 계실 때

사그라져 가는 엄마를
잠깐 뵙고 나오면서

수유리 우동집에
홀로 앉아
김밥 하나 주문하고
벽을 보고 망연히 앉아

4층에 늙은 노모 맡겨두고
1층에서 눈물 씻으며 밥을 먹는
이런 세상도 있구나 싶었다

어머니 세상 떠나자
다시는 갈 일 없었는데

우연히 길 가다가
수유리 우동집 간판을 보고
혼자 들어가 앉는다

1인 식탁에
벽 보고 홀로 앉아

애써 눌러 왔던
엄마 생각에
가슴이 무너

다시 못 올 아득한 길
다시 못 볼 그날을

생각도 못 하고

혼자 가는 그 길에서

모른 척 놓아버린

죄송함에

마음만 먹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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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는 왜 항상 늦게야 오는가.


내 곁에 계실 때, 야기할 수 있을 때, 만져볼 수 있을 때는 소중한 줄 모르다가 내 곁을 떠나고 내 손에서 떠나야만 오는 깨달음.


어디에다 쓰라는 깨달음인가.

무엇에 쓰라는  깨달음인가.

누구에게 쓰라는 깨달음인가.


남은 생이 얼마나 된다고, 금방 닥칠 그 순간을 참지 못하고 가시기를 기다렸을까.


산소에 꽃 한 송이 놓고 눈물짓는 거짓 효도를 모를 리 없었을 부모님.


자식들 눈치 보느라 자신의 외로움과 무서움을 말도 못했을 부모님.


따뜻하게 인사도 못 드리고  마지막 덕담도 듣지 못하고 놓쳐버린 황망한 이별이 더없이 미안하고 죄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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