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름으로 배우는 배달말(27) 두냇새, 뒤냇새, 양천간
오늘날, 우리 땅이름은 거의 모두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대부분 한자 뜻이나 소리를 빌려 쓴 한자 땅이름이다. 신라 경덕왕 때 땅이름은 두말할 것도 없고 벼슬아치 이름, 사람 이름을 한자를 빌어 적기 시작하면서 일어난 일이다. 물론 조선 세종 때 훈민정음을 짓기 전에는 배달말을 받아적을 우리 글자가 없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훈민정음이 생겨난 뒤 수백 년 동안 배달말 소리와 같거나 비슷한 한자 빌려 쓰기, 한자 뜻만 빌려 쓰기, 한자 소리와 뜻을 섞어 빌려 쓰기 같은 방법으로 땅이름을 받아 적는 일은 그대로 이어졌다. 지금이라고 다르지 않다. 이제는 한자가 아니라 영어를 빌려 쓴다는 점이 조금 다를까. 그럼에도 땅에 엎드려 일하는 사람들은 이름만 듣고도 금새 땅 생김새가 떠오를 배달말 땅이름을 짓고 써왔다.
두냇새, 뒤냇새라고 하면 마치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 다니는 새 이름인가 싶지만 땅이름이다. 동해시 망상 웃말(상촌)에서 흘러온 물줄기와 마상천 물줄기 사이에 있는 들을 가리킨다. 말 짜임을 보면 ‘두+내+새(사이)’다. 두 내 사이 땅이다. ‘두냇새’를 ‘뒤냇새’라고도 소리내며, ‘양천간’(兩川間)은 두냇새를 곧이곧대로 뒤친 한자 이름이다.
정선군 여량면에 ‘아우라지’라는 곳이 있다. 여량리와 유천리 사이로, 동남쪽 골지내(골지천)에서 흘러온 물과 북쪽 송천(솔내)에서 흘러온 물이 한데 어우러지는 자리다. 아우라지는 골지내와 솔내의 끝이면서 조양강의 맨 처음이다. 이 물이 흘러 흘러 영월에 이르면 ‘동강’이 된다. 아우라지는 ‘아우(르다)+지’ 꼴이다. ‘아우르다’는 ‘아울다’에서 왔다. 여럿이 모여 한 덩어리로 되거나 한 판을 이루는 일을 가리킨다. 뒤에 오는 말 ‘지’는 땅이나 자리를 나타내는 말이다. 골짜기를 흐르는 내를 ‘골지내’라고 하고 산이 있는 곳이라고 ‘둠지’라고 한 데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말이 났으니 충남 천안에 있는 ‘아우내’(병천․竝川)나 북쪽 양강도의 ‘아오지’도 두만강 물줄기가 아우러진 곳이라서 ‘아오지’라고 했으며, 경기도 양평 ‘두물머리’도 두 물줄기가 만나는 곳이라서 붙은 이름이다. 서로 어우러지는 물줄기로 보면 아우라지요 아우내라지만 두 물줄기 사이에 있는 땅이라면 두냇새가 아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