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아는 이야기
"나는 인간이 싫다. 모순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 또한 모순이 뭉쳐 만들어진 덩어리 중 하나이다."
모순_창 모(矛) / 방패 순(盾) : 말이나 행동의 앞뒤가 서로 일치하지 아니함_네이버 사전
나는 매일 아침에 식사를 하며 뉴스를 볼 때마다, 지하철에서 SNS에 접속할 때마다 인간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라고 느껴왔다. 인간이란 존재가 너무 모순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리고 그런 모순적인 사람은 항상 멀리 있을 것만 같았지만, 오히려 그 반대였다. 언제나 나의 주변에 존재하며, 나 또한 굉장히 모순적인 사람 중 하나였다.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삶을 살아오면서, 혼자 사색하면서 모순적인 인간을 수도 없이 봐왔다. 모순적인 인간의 모습은 언제 어디서나 눈만 뜨면 볼 수 있었다.
우리의 삶 속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예시를 몇 가지만 살펴보자.
(설문조사 및 논문 연구 결과는 효과적 전달이 어렵다고 판단하여 일상에서의 사례만을 담았다.)
우선, 가장 익숙한 이야기부터 해보자. 그것은 바로 '차별'에 관한 모순이다.
그중에서도 직간접적으로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례는 '외모'에 관한 것이다.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외모에 대한 차별을 어떻게 생각하나요?"라고 물으면 대부분은 "부정적으로 생각합니다."라고 답한다. 직후에 "당신은 외모를 기준으로 사람을 차별하나요?"라고 묻는다면 많은 이들이 잠시 망설이다가 "NO"라고 얘기한다.
그런데 과연 사람들의 말과 행동은 실제로 일치할까?
여기에 대한 대답 또한 "NO"이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혹은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서 "외모에 대한 차별을 겪은 사람은 얼마나 되는가?"에 대해 조사해보면 알 수 있다. 조사 자료에 따라 다르지만, 적게는 조사 대상의 50% 가까이에서 많게는 90% 이상까지 "차별당한 경험이 있다."라는 선택지를 고른다.
차별하는 사람은 없지만 차별당하는 사람은 존재하는 아이러니한 모습이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차별에 관한 잣대,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기준은 매우 주관적이며 사회적-관습적 특성을 가지기 때문에 내가 처한 상황이나 시대상에 따라 시시각각 바뀐다. 그래서 모순이 발생한다.
조금 더 쉽게 말해서, 내가 차별이라고 생각하는 게 다른 사람에게는 차별이 아닐 수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성립한다. 또, 사회적으로 차별이라 여기던 것이 어느 순간에는 차별이 아닌 게 될 수 있으며, 그 반대의 경우도 성립한다. 그렇게 우리는 '차별'에 대한 잣대를 이리저리 움직인다.
다음으로 환경오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환경오염은 요즘 떠오르는 화두이다. 그래서인지 환경오염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식을 갖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들 중 일부는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는 어떤 행위 또는 사람을 비판하고 비난한다. 그런데 자기 자신이 바로 그 주범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탄소배출' 문제를 한 번 예로 들어보자.
많은 사람들이 중국의 놀라운 탄소배출량을 보고 난 뒤에 욕을 하곤 한다.
"역시 미개한 중국. 중국만 없어도."
그런데 과연 그들은 중국이 탄소를 많이 배출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생각해보았을까? 그곳에 얼마나 많은 인구가 거주하며, 우리가 사용하는 물품들 중 얼마나 많은 비율이 중국 공장에서 만들어져 오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자신이 대충 입고 버리는 옷, 잠깐 사용하고 버리는 물건들이 중국에서부터 왔다는 것을 생각하고 비판하는 것일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런 경우도 흔하다.
가족과 친구들 간에 오가는 대화 속에서 발견한 모순이다.
어떤 사람들은 아무 생각 없이 '클라우드 서비스'에 사진과 동영상을 저장한다. 그러고는 몇 년 동안 한 번도 그것들을 찾아보지 않는다. 이때, 그들은 자신이 저장한 파일들이 어느 정도 양의 전력을 필요로 하고 얼마큼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지 신경쓰지 않는다. 어떤 이들은 전혀 모르는 눈치이다.
우리가 무심코 저장하는 파일들을 보존하기 위해서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들은 '데이터 센터'를 운영해야 한다. 이때 시설을 냉각시키는 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되며 전력도 사용된다. 그런데 이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어쩌다 한 번 형광등을 끄지 않는 친구에게, 어쩌다 한 번 코드를 뽑지 않는 가족에게 쓴소리를 한다. 전력 낭비와 탄소 배출을 운운하며.
스스로가 의도했든 아니든 앞뒤가 맞지 않는 말과 행동으로 이어지는 이 상황, 결국 또 모순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모순적인 걸까? 위 사례들을 통해 내가 도출해낸 결론은 두 가지이다.
첫째, 아는 것 이외에는 모르기 때문이다.
당연한 소리로 보일 테고 당연한 말이 맞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그래서 자신이 아는 것이 진실 혹은 사실이라고 믿는다. 누군가는 진리라고 믿어버리기도 한다. 그런데 이것이야말로 모순의 시작이다. 자신이 차별한다는 것은 알지 못한 채 차별을 반대하고, 자신이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것을 모른 채 환경오염에 대해서 비난한다. 알게 모르게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행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가 모든 것을 알 수는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하지만 '내가 아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 그것 만큼은 알고 살아갈 필요가 있는 듯싶다.
둘째, 세상이 변하기 때문에 인간도 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제는 내가 애인이 있었지만 오늘은 헤어졌다면, 나는 어제와 똑같이 말하고 행동할 수 없다. 만약 오늘은 어제와 비슷한 하루였지만 내일 지구에 운석이 떨어진다면, 오늘과 똑같이 말하고 행동할 수 없다. 즉, 인간의 말과 행동은 상황에 맞춰 변하는 게 자연스럽다는 뜻이다. 그러니 앞뒤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이것을 인정하지 않고 부정함으로써 스스로 모순을 만들어낸다. 모순 없는 인간은 없음에도 자신만큼은 모순이 없는 인간이라고 말한다.
"만약 이 세상에 '가장' 완전하고 완벽한 인간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우주에 마지막 남은 인간일 것이다. 그리고 그 또한 결국 불완전한 인간에 불과할 것이다."
나의 관점에서 바라본 '완전함과 완벽함'은 '그 자체만으로 이미 안정적이기 때문에 다른 어떠한 것도 필요로 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 단어들은 어차피 인간, 그중에서도 대한민국 사람들의 약속일뿐이다. 따라서 이것만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무언가를 온전히 표현해내기는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단어를 해석하고 사용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라고 생각한다.
각설하고, 만약 이 세상에 모순되지 않은 인간이 존재한다면, 그는 분명히 완전하고 완벽한 존재일 것이다. 너무나도 완전한 존재인 덕분에 시간과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며,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인지하고 있기에 모순점을 갖지 않을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런 그에게는 사랑도 미움도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완전한 인간이 존재한다면 세상에는 그 인간 외에 어떤 사물도 사람도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 외적인 존재는 어떤 것도 필요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완전(벽)한 인간(또는 다른 어떤 무언가)이 존재하게 된 순간부터, 그 존재는 이미 다른 무언가를 반드시 필요로 한다. 즉, 나의 철학적 관점에 의하면, 어떤 것은 존재함과 동시에 불완전한 것이 된다. 존재하게 되는 것 자체부터가 '무(無)'의 세계에서 펼쳐진 '변화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즉, 세상의 만물은 존재하는 순간부터 완전할 수 없으며, 이것은 결국 인간뿐만이 아니라 세상 전체가 모순일 수 있다는 증거라고 믿는다.
정리하자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상태는 결국 '무(無)'의 상태이다.
만물은 균형을 통해 안정적인 상태의 무엇이 될 수는 있지만, 존재하는 이상 완전하고 완벽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존재하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균형'이라는 것을 통해 '완전(벽)에 가까움'을 추구하는 것뿐이다.
나는 존재하고 우리도 존재한다.
무(無)가 아닌 유(有)의 존재이다.
따라서 세상 모든 것이 언제나 그 자체로서 완전(벽)하지 않음을 인지하며 살아가야 한다.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모순적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때서야 비로소 우리가 추구하는 완전(벽)과 균형에 가장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
그때서야 비로소 더 미워하고, 더 사랑하고, 더 행복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존재하는 것들의 삶이자 우리의 모습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오늘도 인간이 싫다. 인간을 미워한다. 그들은 너무나도 모순적이니까.
하지만 동시에 인간을 사랑한다. 나 또한 결국 인간이며, 모순적이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고 우리가 우리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누가 우리를 사랑해주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