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1. 우당탕탕, 또시작? 또, 시작!
'꿈속으로 떠나는 여행' 프로젝트 초기 기획은 ‘3개월 동안 여행’을 하면서 ‘청소년 100명에게 진로 멘토링’을 제공하고, 그들이 꿈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멘토링에 참여한 청소년 100인의 꿈 이야기를 ‘책으로 담아내는 것’이 방꾸쟁이들이 목표한 프로젝트 최종 산출물이었다.
기간을 3개월로 잡은 이유는 현실적 조건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경기청년 갭이어 프로그램이 참여자인 방꾸쟁이들을 지원해주는 기간이 12주였기 때문이다. 청소년 100명을 만나겠다고 결심한 것은 ‘100’이라는 숫자가 주는 상징적인 느낌에서였으며, 책을 만들고자 한 것은 방꾸쟁이들의 경험이 더 많은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방꾸쟁이들은 기획 단계에서 ‘우리는 두 사람이니까 충분히 가능하겠지?! 한 사람은 멘토링 열심히 하고, 한 사람은 책 쓰면 되잖아.’라고 굳게 믿으며 프로젝트를 계획했다. 3개 지역에서 4주씩 머무르며 각각 30여 명의 청소년에게 멘토링을 제공하고, 틈틈이 책을 쓰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불가능할 이유가 전혀 없어 보였다. 자신들에게 ‘변수’라는 것이 생길지 몰랐기 때문이다.
이런 방꾸쟁이들에게 처음으로 ‘목표를 수정하는 게 좋을 것 같다.’라는 내용의 조언을 해준 사람이 있었으니, 그 사람은 바로 경기청년 갭이어의 담당 ‘FT(퍼실리테이터: facilitator)’였다. FT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면, 그들의 역할은 경기청년 갭이어 참여자들의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 도움을 주고, 참여자의 성장과 성과 달성을 촉진하는 것이다. 즉, 참여자가 방향을 잘 잡고 꾸준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조력자 역할이다. FT로는 대학교수, 기업 대표 등 각 분야의 구루(guru)들이 배정되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방꾸쟁이들의 담당 FT는 두 사람의 프로젝트 수행 계획을 차분히 들어보더니 “3개월 동안 100명? 10명도 많을 것 같은데요? 그리고 부천이나 성남 같은 경기도 내 지역에도 교육 소외를 겪고 있는 청소년이 꽤 많아요. 그러니까 굳이 멀리 가지 말고 주변에서 해보는 건 어때요?”라고 조심스레 조언해주었다. 그리고 멘티 모집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데, 서울·경기 내 지역에서의 멘티 모집이라면 도와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천 지역에서 교육기관에 종사하는 지인에게 방꾸쟁이들을 소개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방꾸쟁이들은 귀에 결계라도 친 듯, 담당 FT의 이야기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아마도 당시의 방꾸쟁이들은 각자의 머릿속에 상상하고 있던 그림을 ‘그대로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환상에 빠져 있었던 것 같다. ‘무조건 해낼 수 있어!’라는 오만한 생각의 달콤함 속에서 허우적거렸던 것 같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이면서 패기만 넘쳤다.
결과적으로, ‘FT님의 말을 들어야 했는데.,,’라고 생각한 적이 수십 번은 된다. 특히 “저희 멘티 모집 목표는 100명입니다.”라고 당차게 말해놓고선 계획한 기간 안에 멘티 모집이 4명밖에 되지 않았을 때, 담당 FT의 얼굴이 자꾸만 떠올랐다. 스스로 설계한 목표가 너무 터무니없이 컸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중에는 4명, 2명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것조차 버겁다는 것을 느꼈을 때, 또다시 담당 FT의 얼굴이 방꾸쟁이들의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럼에도 담당FT의 이야기를 듣지 않은 선택에 대한 후회는 없다. 오히려 좋다고 생각한다. ‘타인의 조언을 수용할 줄 아는 자세’를 배웠고, 실패를 겪는 과정에서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는 방법’을 배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즐거웠다. 처음에는 참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적당한 부담감과 기대감 따위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우리가 자처하고 자초한 일인데 즐겨야 하지 않겠는가?
사실 중간에 포기할 뻔한 적도 있고, 다음 발걸음으로 나아가기를 망설인 적도 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담당 FT는 “A를 하려고 해도 원래 보통 C가 나와요. 그러니까 그냥 하면 돼요.”, “맞다고 생각하는 게 있다면 그냥 해보세요. 아니면 다시 하면 되죠.”라는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한 말들로 방꾸쟁이들을 격려해주었다. 돌이켜보면, 김FT님과 같은 좋은 사람에게 응원과 도움을 받으며 성장할 기회를 얻었음이 참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 다음 이야기(2024.12.22.일 업로드 예정)
□ Chapter1. 우당탕탕, 또시작? 또, 시작!
"배를 띄우기는 쉬웠다. 하지만 왜 나아가질 않지?"
→ 패기 있게 시작했으나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프로젝트, 연속되는 좌절. 그 속에서 방꾸쟁이들은 어떤 깨달음을 얻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