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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앞으로는 무엇을 해볼까?"

Chapter1. 우당탕탕, 또시작? 또, 시작!

by 장병조


2024년 3월, 방꾸녀(방황하며 꿈꾸는 여자) 예닮은 퇴사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교육 사기업에서의 26개월 근무에 마침표를 찍었다. 사람에 치여 지쳐있던 터라 퇴사가 마냥 신나지는 않았지만, “Dobby is free(영화 해리포터의 유명한 밈)”를 외치며 자유로움과 여유를 만끽했다. 2개월 남짓의 휴식기를 가지며 지난 26개월 동안 미뤄왔던 일들을 하나둘씩 실천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못 만났던 사람들 만나기’, ‘발레 배우기’, ‘매일 운동하기’, ‘독서하기’, ‘1일 1영화 보기’ 등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학입시 이후로 6년 반 동안 미뤄왔던 숙제, ‘운전면허 시험 합격하기’를 해냈다.


2024년 6월, 방꾸남(방황하며 꿈꾸는 남자) 병조 역시 퇴사했다. 청소년 NGO에서 근무했던 방꾸남은 회사를 나온다는 것이 꽤나 아쉬웠다. 신사업팀으로 입사했던 방꾸남은 ‘청소년 디지털 시민 교육’을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기획하고 운영했다. 그 외에도 사업 제안 TF팀, 대학 강의 기획팀, 회사 유튜버 등 다방면에 발을 걸치고 활동했다. 덕분에 일을 폭넓게 배울 수 있었다. 한참 배움의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고, 같은 버스에 좋은 팀원들이 함께하고 있었는데, 모든 것을 뒤로하고 떠난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과장님, 팀장님과의 여러 번의 면담과 진심이 담긴 조언, 따뜻한 응원에 힘입어 회사와는 다른 길을 걷기로 했다.


두 사람이 퇴사한 이유는 ‘여행’이었다. 대학교 때 착실하게 산다는 것을 핑계로 여행을 다니지 않았던 때문일까? 돈을 조금 벌어보니 왠지 모르게 ‘긴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의 지역이나 장소는 어디든지 상관없었다. 방꾸쟁이들은 2박 3일, 1주일처럼 짧은 여행이 아니라 1달, 3개월처럼 긴 여행이 하고 싶었다. 내일에 대한 압박이 없는 여행, 그 여행 속에서 느리게 앞으로 나아가며 자신들만의 경험과 추억을 쌓고 싶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퇴사 후에 여행을 떠나자’라는 약속을 한 뒤 회사를 그만두었다.


퇴사에 대한 또 다른 이유는 ‘결혼’이다. 어쩌면 이게 진짜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방꾸쟁이들은 아직 결혼하지 않은 젊은 남녀이고, 미리 밝힌다면 커플이다. 두 사람은 약 2년 반 전에 대학생 신분으로 만나 함께 성장해왔다. 그런데 이제는 진지하게 결혼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기가 왔다. 그래서 시험하기로 했다. ‘우리가 여행을 하면서 싸우지 않을 수 있을까?’, ‘우리가 퇴사를 하고 돈이 없어도 잘 만날 수 있을까?’, ‘우리가 함께 프로젝트를 하면서 갈라서지 않을 수 있을까?’, ‘싸우더라도, 갈라서더라도 다시 화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두 사람만의 답변을 찾아보기로 결심했다. 퇴사와 여행은 어쩌면 둘을 영원히 남으로 만들지도 모르는 도전이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으며 함께하기로 약속했다.


방꾸쟁이들처럼 의도적으로 하던 일(또는 학업)을 잠시 멈추어 주변을 둘러보려는 시기를 우린 흔히 ‘갭이어(Gap-year)’라고 부른다. 하던 일을 완전히 멈추지 않더라도 의도적으로 시간적·정신적 여유를 만들어 삶의 방향성을 점검해본다면, 그것 또한 갭이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갭이어 동안에는 여행을 떠나거나, 진로 체험을 해보거나, 직업 교육에 참여하거나, 새로운 도전을 해보며 자신의 진로를 설계·보완하는 듯하다. 그런데 알다시피 그런 일을 할 때는 시간적 여유뿐 아니라 돈도 필요하다. 그리고 갭이어를 갖고자 결심한 방꾸쟁이들에게도 물론 돈이 필요했다.


이때, 정말 감사하게도 방꾸쟁이들이 사는 대한민국의 경기도에는 ‘경기청년 갭이어’라는 지원사업이 있다. “경기청년 하고 싶은 거 다 해!”라는 말과 함께 갭이어를 갖고자 하는 청년들에게 교육적·금전적 차원에서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방꾸쟁이들은 운 좋게도 경기청년 갭이어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아 여행하게 됐다. 춘천에서 청년모임 춘뿌리의 대표로 활동하는 방꾸남의 친구가 프로그램을 소개해준 덕분이다.


경기청년 갭이어의 존재를 알았을 당시, 신청서 제출까지는 10일 남짓 남았었다. 따라서 방꾸쟁이들은 급하게 회의를 하고 부랴부랴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그리고 2차 시험인 면접, 참여자 교육, 갭이어 계획 발표 과정을 거쳐 지원 대상자로 선정됐다. 덕분에 숙소비와 식비 등 여행경비의 대부분을 지원받아 4주를 여행할 수 있게 됐다. 처음에는 2~4주씩 3개 지역을 다녀오고자 했으나 최종 계획 제출 당시 예산의 한계, 도서 제작 등의 일정을 고려하여 1주일씩 네 군데로 변경하였다.


요약하자면, 방꾸쟁이들은 교육 기업과 기관에서 일했고, 퇴사 후에는 여행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어차피 여행을 다닐 거면 ‘개인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모두 추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꿈속으로 떠나는 여행’이라는 프로젝트로 경기청년 갭이어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꿈속으로 떠나는 여행 프로젝트는 ‘인구 10만 이하 지방’에 방문해서 ‘청소년 진로 멘토링’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지방에 머물면서 그곳의 문화를 체험하고, 지방 청소년의 ‘꿈속’을 여행하겠다는 의미의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방꾸쟁이들은 꿈에도 몰랐다. A로 가려고 했던 프로젝트가 C, D를 넘어 E, F에 도착하게 될지를. 두 사람의 여행이 멘토링 여행이 아닌 인터뷰 여행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Ch1_사진2_전지에적은꿈.jpg 플랜F가 되어버린 방꾸쟁이들의 플랜A

■ 다음 이야기(2024.12.15.일 업로드 예정)

□ Chapter1. 우당탕탕, 또시작? 또, 시작!


"청소년 진로 멘토링, 100명쯤은 할 수 있지 않나?"

→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한 목표를 지나치게 높게 잡았다가 대폭 수정하게 된 방꾸쟁이 스토리, 그리고 퍼실리테이터의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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