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얼마나 책을 읽어줘야 할까?

읽어주는 것만 잊지 않고 해 주기

아이들은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집에 모든 물건이 놀잇감이 되고, 이 놀이를 하다가 저 놀이를 다시 시작하고, 책을 보다가 그림을 그리고, 갑자기 또 다른 일을 시작한다. 모든 것이 탐구 대상이고, 무엇이든 창의적인 활동을 한다. 하루 종일 같이 있다 보면 책 좀 읽어야겠다고 바쁜 아이를 붙잡는다. 책을 많이 읽어주기로 다짐한 부모라면 아이가 심심해 보이는 틈만 보이면 책을 읽어주려고 한다. 집중하지 않는 아이를 붙잡고 지금은 책을 읽어야 할 시간이라고 책을 강요하기도 한다. 책은 무조건 많이 읽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하루에 정해진 양은 꼭 읽어주려고 노력한다. 도대체 하루에 몇 권의 책을 몇 시간씩 읽어주는 것이 좋을까?

며칠 아이와 외출을 계속하면서 집에서 진득하게 책을 읽어줄 시간이 없었다. 한참 책을 가져와 읽어달라고 하던 아이였는데 다른 놀잇감을 가지고 노느라 하루 종일 바쁘다. 책을 읽자고 해 보지만 관심이 없다. 책을 많이 봤으면 하는 엄마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도통 책에 관심이 없다. 그림책 모임에 가서 언니와 대화 중에 고민을 털어놓았다. 한참 책을 많이 보더니 요새는 책도 찾지 않고, 하루에 한 권도 제대로 안 읽는 거 같아... 언니가 내 이야기를 듣더니 대수롭지 않은 듯 그런다.

 ‘안 보다가도 또 어느 시기가 되면 읽더라. 엄마가 읽어주는 것만 계속 안 놓고 있으면 어느 순간 책을 가지고 오더라고... 너무 조급해할 필요 없는 거 같아.’

남자아이 셋을 키우고 있는 언니였다. 워낙 까불까불 활기찬 그 아이들을 봤다. 책에 관심이라고는 일도 없을 것 같이 행동하는 아이들이었다. 언니의 이야기로는 뛰어노는 거 하도 좋아해서 책을 많이 읽지는 않는데 그래도 책 읽어주는 것만 놓지 않고 해 주니 책을 가지고 온다는 것이었다. 언니의 말은 특별한 것은 없었지만 기억에 각인되었다. 엄마가 읽어주는 것만 놓치지 않으면 된다. 이 말이 뇌리에 꽂혔다. 육아휴직이 끝나고 복직을 해서는 하루 종일 아이를 붙잡고 책을 읽어줄 수 있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퇴근하고 와서 아이 밥 먹이고 씻기고 나면 어느새 재울 시간이 다 되었다. 책을 읽어줄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책을 많이 읽는 아이가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은 저만치 멀리 가버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엄마가 책 읽어주는 것만 놓치지 않으면 된다는 말을 믿었다.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아니면 잠자리에 누워서 한 권이라도 읽어주려고 했다. 초등학생이 된 아이는 다행히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되었다. 심심하면 책을 읽는다. 하루에 많은 양의 책을 읽어주지 않았다. 실제로 그럴 시간도 없었다. 하지만 경험상 책 읽어주기를 잊지 않고 해 주었던 것, 졸려도 잠자리에서 1~2권은 읽어주었던 것이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만들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둘째 딸아이는 워낙 책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언니와 역할놀이하거나 활동적인 것을 좋아하는 성향이었다. 지금도 밖에 나가서 뛰어노는 것을 좋아하고, 언니한테 맨날 놀아달라고 조른다. 아이의 성향도 성향이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첫째 딸아이보다 확실히 책을 많이 읽어주지 못했다. 그 결과 한글 떼는 시기에서 차이를 보였다. 첫째 딸아이는 본인이 좋아하는 책의 글자를 통으로 외워서 한글을 뗐다. 한글 공부를 해주지 않아도 책으로 글자를 알게 된 케이스였다. 그런데 둘째 딸아이는 확실히 그게 늦었다. 아직도 한글을 떼지 못했으니 너무 책을 안 읽어주었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한글 아직도 모른다며 걱정을 하시지만 엄마가 책 읽어주는 것을 놓치지만 않는다면 이라는 말을 믿었다. 책 한 권도 집중 못하던 아이였는데 요즘은 슬슬 책을 읽으려고 한다. 언니가 책 읽고 있으면 책 읽어달라고 가지고 온다. 겨우 잠자리에서 한 권이나 읽을까 싶은 아이였는데... 둘째 딸아이에게 내가 해준 일이라고는 책 읽어주는 것을 놓치지는 않았던 것, 도서관을 데리고 다닌 일 정도이다. 이제는 책 읽어달라고 가지고 오고, 글자도 점점 알아가는 것을 보면 그나마 읽어주는 것을 놓치지 않았던 것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책을 많이 읽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다. 그렇게 되게 하기 위해서 책 읽는 시간을 정하거나 정해진 양을 무조건 채워야 하는 것은 책을 점점 멀리하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집중력이 흐려질 때는 과감히 멈춰야 한다. 만약 아이가 10분 정도 책의 관심을 가지고 다른 일을 하려는데 그것을 못하게 막고 책을 읽게 하는 것은 아이에게 괴로운 시간이다. 괴로운 시간이 쌓이면 책을 싫어하게 될 수 있다. 하루에 얼마만큼 책을 읽어줘야 하는지는 그 양과 시간을 정해두지 않는다가 답이다. 커가는 딸아이들을 봐서도 그렇다. 조급한 마음을 가질 필요가 없다. 이미 책을 읽어주고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그 시간이 쌓이고 쌓인 만큼 책을 좋아하게 될 것이다. 많이 읽으라고 강요하지 않고, 읽어주는 것만 잊지 않고 해 주기를 바란다. 아이가 읽을 수 있을 만큼만 책을 읽게 하는 것이 책을 많이 읽게 하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