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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음 Dec 02. 2021

전집과 단행본 사이

그림책 전집이 좋아요? 단행본이 좋아요?


같은 동네에서 또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을 만나면 유독 할 이야기가 많다. 한참을 도로가에 사서 끊임없이 수다를 이어가게 된다. 아이, 남편, 육아템, 책 이야기 등 우연히 만나더라도 한참을 서서 말을 이어가고, 동네에 사건 사고가 일어나면 서로 먼저 전하느라 바쁘다. 4~5시 오후가 되면 같은 동네 또래 엄마들은 하나 둘 놀이터에 삼삼오오 모인다. 따로 약속을 한 적도 없는데 미리 약속을 한 듯 엄마들과 아이들은 그곳에 모여 시끌벅적 동네 분위기를 이끈다. 육아를 하고 있다는 동지애는 친한 친구를 넘어 아주 끈끈한 관계를 만들어준다.

 


하루는 국민자 붙은 한 장난감을 사기 위해 중고장터를 기웃거렸다. 아이에게 장난감을 건네주고 싶은 마음과 엄마의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도 장난감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그런데 웬일인가 마침 같은 지역에 찾던 중고 물건이 나왔다. 거래를 위해 어디로 가면 될지 확인해보니 우연치고는 너무나 운명처럼 아파트 앞 동이었다. 이렇게 가까울 수가... 중고 거래는 수월했다. 중고 거래자는 나보다 한 살 많은 육아 맘이었고, 동네 언니였다. 동네 언니는 우리 아이보다 한 살 많은 아들을 키우고 있었다. 그렇게 인연이 되어 우리는 동네 육아 동지로 끈끈함을 이어갔다. 언니네 집을 처음 놀러 갔을 때가 생각난다. 집안 모든 물건이 자기 자리를 찾은 듯 정갈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특히 거실 양쪽 벽면에는 아이 책으로 가득했다. 거실에 TV가 없었고, 가지런히 종류별로 꽂힌 책들 때문에 과장을 조금 보태어 서점이나 도서관처럼 보였다. 




그 때 처음 알았다. 아이들 보는 전집의 종류가 이렇게 다양하다는 것을... 창작, 과학, 인성, 명작, 전래 등 주제별 영역별로 묶인 전집은 1세트가 30권에서 많게는 70권까지 되었다. 거실 자체가 책으로 뒤덮여 있으니 자연스럽게 아이는 책을 많이 본다고 했다.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졌다. 나는 이렇게 많은 책을 갖추지 않고 육아를 한다고 생각하니 불안하기까지 했다. 책에 관심이 없었다고 하면 그런 마음은 들지 않았겠지만 이미 유아전집으로 책에 대한 관심이 아주 많을 때였다. 언니는 이런 책들을 소위 영사(영업사원)에게서 샀다고 했다. 나는 언니에게 그 분을 소개 받고 급기야 집에서 영사를 만났다. 보통 영사님들은 집에 직접 와서 책에 대해 소개하며, 영업을 한다. 집에 찾아온 영사님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며 흥미를 이끌어냈고, 보는 엄마를 만족시켰다. 지금 이 시기 늦지 않게 노출해주어야 할 전집을 차근차근 보여주었다. 언니네 집의 책장이 오버랩 되었다. 고민 끝에 전집 한 질을 구매하였다. 적은 돈은 아니었다. 50만원이 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 때 산 전집은 시누이, 동생의 조카들에게까지 대대로 보여주고 있다. 꽤 괜찮은 전집이었다. 이 전집은 책 육아를 본격적으로 하게 해 준 책들이기도 했다. 워낙 아이가 좋아했기에 돈이 아깝지 않았다. 사실 돈을 많이 들여서 샀던 책이라 뽕을 뽑자는 마음으로 많이 보여주려고 노력했던 면도 있다. 결론적으로는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좋은 결과를 주었다. 



아이들 보는 책을 전집이나 단행본 중 어떤 것을 사야해요? 육아를 시작하고 많이 하는 질문이다. 어떤 육아서에는 전집은 굳이 필요 없고 단행본으로 사서 읽히라고 한다. 어떤 것이 정답일까? 사실 정답은 없다. 전집이나 단행본 모두가 아이들에게 보여줄 때 좋은 점이 있고, 전집이 채워주지 못하는 점을 단행본이 채워주고, 또 단행본으로서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을 전집이 채워준다. 결론은 둘 다 필요하고, 같이 보여주는 것이 좋다. 나는 전집으로 아이 책 육아를 시작했다. 나중에 단행본 그림책이 훨씬 많아졌고 좋아하지만 전집을 아예 배재하거나 보여주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아이 연령대별로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중고로 전집을 구매했다. 동네 언니네 집에서 느낀 감정 때문에 전집을 얼른 새것으로 구매하긴 했지만 그 후로는 중고로만 전집을 사서 읽혔다. 그리고 나도 중고로 되 팔았다. 그림책 관련 전집 중고 사이트를 뒤져보면 새 것인데도 70%이상 저렴하게 구매할 수도 있다. 새 것인데도 정가의 70%이상 저렴하다면 어떤 것을 구매하겠는가? 하지만 또 싸다고 해서 모든 전집을 다 갖출 필요는 없다. 언니네 책장을 보면서 도서관처럼 갖추고 싶었고 나만 그렇게 안하고 있다는 강박관념도 가졌었다. 요즘 SNS를 보며 나만 우리 집만 책이 없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 남들과 비교하여 책을 고를 필요는 더욱 없다. 


다른 아이들과 나의 아이는 엄연히 다르다. 똑같이 전집을 갖추고 읽어도 내 아이가 좋아하는 책이 다르고, 읽었을 때 느끼는 바는 다르다. 이 시기에는 여기 출판사 전집이 필수라더라 이건 꼭 사야 하는 전집이 라더라 이런 것에 현혹될 필요가 전혀 없다. 내 아이에게 지금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갖추되 가격이 부담이면 도서관이나 중고를 활용하면 된다. 단행본도 마찬가지이다. 아이에게 전집만을 보여주고, 단행본만을 보여줄 필요도 없다. 전집과 단행본을 고르게 읽혀주는 것이 그림책을 제대로 읽히는 것이다. 전래동화나 역사, 위인전, 과학 관련 책들은 단행본으로 읽혀주기는 한계가 있다. 이런 주제들은 탄탄한 구성으로 묶인 전집을 보여주는 것이 맞다. 반면에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나 수상작 등 질 좋은 그림책들은 전집으로는 만날 수가 없다. 이런 책들은 분명 단행본으로 만나보아야 한다. 그림책 육아는 어렵지 않다.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많이 읽어주면 된다. 전집이냐 단행본이냐를 생각하기보다 아이에게 맞는 책을 그냥 읽히면 된다. 책의 본질은 읽는 것이다. 책은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


<전집의 장점과 단점>

(장점) 1. 다양한 주제와 영역이 묶여 있다.

(장점) 2. 한 번에 많은 책에 갖출 수 있다.

(장점) 3. 책을 고르는 시간과 수고를 줄일 수 있다.

(장점) 4. 연령대에 맞춘 책을 살 수 있다.


(단점) 1. 양적인 것에 비해 질적으로 떨어진다.

(단점) 2. 가격에 거품이 있을 수 있다.

(단점) 3. 아이가 모든 책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


<단행본의 장점과 단점>

(장점) 1. 완성도가 높은 질 좋은 책을 만날 수 있다.

(장점) 2. 아이의 취향을 알 수 있다.

(장점) 3. 개성과 다양성을 갖춘 책을 볼 수 있다.

(장점) 4. 책을 고를 수 있는 안목이 길러진다.


(단점) 1. 생각보다 가격이 높다.

(단점) 2. 어떤 책을 고를지 어렵다.

(단점) 3. 양을 채우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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