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초등학교 1학년 담임 한 달째

by 이정원

학습연구년 파견을 마치고 복귀한 학교, 교직경력 12년 차에 처음으로 1학년 담임을 맡았다. 등 떠밀려 맡은 1학년이 아니라 내가 자원해서 맡은 1학년이다. 발령 첫 해 2학년 한 번, 6학년 한 번, 4학년 한 번을 제외하곤 줄곧 5학년 담임을 맡아 왔었던 내가 뜬금없이 1학년 담임을 희망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내년에 딸내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때문이다. 곧 초등학생이 될 딸내미가 학교에서 어떤 생활을 하게 될지 미리 살펴보고 싶은 마음, 그리고 육아휴직 1년, 육아휴직과 크게 다름없었던 학습 연구년 1년 동안 아이들과 함께 쌓은 육아의 내공을 교실에서도 십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충만했었다. 적어도 2월에는 그랬다.


한 달이 지난 지금 현실은 눈뜨자마자 시작한 육아를 눈 감을 때까지 쭉 하는 기분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찬찬히 알려줘야 하는, 퇴근하고 집에서만 하던 육아를 출근해서도 쭉 한다는 인상이 강하다. 처음에는 낯선 환경에 어리둥절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학교도 편해지고, 선생님도 편해졌는지 의자에 앉아 있는 것도 불편해하고, 자리에 앉으라는, 수업에 귀를 기울여달라는 선생님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는 기술을 사용하기도 한다. 5학년 담임을 할 때보다 수업은 줄었지만, 몸과 마음은 녹초가 되어 아이들을 돌봄 교실로 보내고 업무를 마친 후 퇴근할 때가 되면 파김치가 되어 겨우 핸들을 잡고 집으로 향하는 일이 허다하다. 집에 도착하면 아빠를 오매불망 기다리며 육아 2차전을 기다리는 우리 아이들이 있다.


아이들이 예쁘고 귀여운 것과는 별개로 몸과 마음이 슬슬 지쳐가고 있었는데, 이번 주 학부모 상담주간 동안 아이들이 학교 가는 것을 즐거워한다, 아이가 집에 와서 학교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학부모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힘들었던 몸과 마음이 조금은 위로받는 기분이다. 선생님 말씀을 안 듣고 늘 장난만 치는 남자아이들 때문에 선생님이 힘드실 것 같아 걱정이라는 아이의 예쁜 마음, 새벽 6시부터 일어나 학교 가는 시간만을 손꼽아 기다리는다는 아이의 이야기는 어느 하루 쉽지 않은 여정이 펼쳐질 것을 알면서도 기대를 안고 출근길에 오르게 하는 원동력이리라.


1년 동안 학교 현장을 떠나 있다 돌아와 적응하기가 쉽지는 않다. 저녁이면 늘 책을 읽고, 가끔을 글을 쓰던 일상도 많이 바뀌었다. 책장은 뒤로 넘어갈 생각을 하지 않고, 글쓰기는 사치이다. 출근해서 아이들과, 쌓인 업무와 씨름하다 퇴근해서 딸내미, 아들내미와 육아 2차전을 치르고 나면 녹초가 되어 눈 붙이기 급급한 요즘. 그래도 이제 입학한 지 한 달 되었다고 제법 씩씩하게 학교 생활을 하는 우리 반 아이들을 보며, 그리고 아빠랑 놀고 싶었다며 퇴근한 아빠를 반갑게 반겨주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위안을 받는 따스한 4월이다.


KakaoTalk_20250404_222418938.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믿을 구석은 결국 가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