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30. 육아일기
미니멀한 거실에 초록 초록한 화초가 어우러진 집은 신혼 때부터 우리 부부의 로망이었다. 비록 아이가 태어나고, 특히 직립보행을 시작하고 난 후부터 로망은 그저 로망이 되었지만, 적어도 육퇴 이후에는 탁 트인 거실에 아내와 함께 앉아 시원한 맥주를 곁들인 야식을 먹으며 영화를 보고픈 소소한 꿈이 있었다.
얼마 전 거실에 있던 아이의 장난감을 아이 방으로 몽땅 옮기면서 거실을 우리 부부의 아지트로 만들자는 계획이 실현되는 줄 알았다. 물론 아이가 아이 방에 있던 장난감들을 거실에 가지고 나와서 놀기도 하고, 온갖 그림책들을 펼쳐놓기도 했지만, 아이가 잠든 밤이면 거실은 매일같이 부부의 고즈넉한 아지트로 변신하는 마법을 경험했다. 하지만, 그 마법은 어젯밤 아이가 잠든 사이 아이 방에 있던 장난감들을 다시 거실로 꺼내는 계기가 된 달밤의 체조와 함께 허망하게 끝났다.
범보 침대를 타 넘을 만큼 훌쩍 자란 아이가 마법을 깼다. 아이에게는 높았던 범보 침대의 장벽. 평소에도 간밤에 자주 깨긴 했지만, 사방이 벽으로 막힌 침대에서 아이가 탈출할 일은 없었기에 큰 걱정 없이 거실에서 부부가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가 벽을 타 넘으려는 시도가 잦아지고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어둠이 깔린 아이의 방은 장난감 지뢰밭으로 변해버렸고, 탈출을 감행하는 아이는 고스란히 위험에 노출되었다.
장난감들을 다시 거실로 옮기면서 아이의 방은 말 그대로 아이의 숙면만을 위한 방이 되었다. 장난감이 거실을 차지하게 되면서 거실 한편을 차지하고 있던 아이의 그림책들은 서재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온 집안이 다시 아이 중심으로 재편성되었다. 육아를 잠시 잊고 적어도 거실과 서재에서만큼은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자 했던 우리 부부의 작은 꿈은 일장춘몽으로 끝났다.
비록 아빠 엄마의 꿈은 산산이 깨졌지만, 해솔이는 다시 온 집안이 자기 놀이터가 된 것이 마음에 드는지 하루 종일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거실에서 장난감도 마음껏 갖고 놀고, 그림책이 보고 싶을 땐 서재에 들어가 실컷 어질러 놓고, 피곤하다 싶으면 자기 방에 들어가 토끼 인형, 치타 인형을 안고 뒹굴뒹굴 거리는 해솔이.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우리 부부의 아쉬웠던 마음도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새로운 마법을 경험하게 되었다. 이제 육아 속에서 우리 부부가 소소하게 즐길 거리를 찾아 다시 고민을 시작할 때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