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이런 사람이 되고 싶었어?

애초에 내가 되고 싶었던 것은 뭐였을까.

by 유영

지쳤다. 그것도 아주 많이. 잃어버린 것들이 눈에 밟히곤 했는데, 이제는 잃은 것에 대한 허무함과 슬픔조차 잃어버린 기분이 든다. 잃은 것을 잃어버린다면, 그런 감정에 익숙해진다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었다. 불행이 통증처럼 느껴졌던 날에는 차라리 모든 감정이 무뎌진다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던 적이 있었나. 이젠 그렇게 되었어. 덕분에 행복을 느낀 지도 오래되었어. 저주일지 축복일지는 몰라. 하지만 이게 바라던 것은 아닌 것 같아 나는. 정신과에 다시 가기로 한다. 내 본질이 아닌 무력감이고, 치료를 해야 하는 감정이길 바라면서. 무감각에서도 쓸 수 있는 언어가 있을까. 나는 양극단의 감정에서 언어를 채집해 왔는데, 여기서도 글을 쓸 수 있을까. 그런가. 그게 가능하려나.


한숨 대신 헛웃음이 자꾸만 나온다. 이런 사람이 되고 싶었어?




이런 사람이 되고 싶었던가. 애초에 내가 되고 싶었던 것은 뭐였을까.

물음표가 갈고리가 되면 나를 뚫을 수도 있을 것만 같아.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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