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결핍

by 유영

오랜 시간 동안 결핍을 충족시키기 위해 애를 썼던 것 같다.

실은 다 부질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랑받고 자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자란 티가 난다고 하면, 사랑받고 자라지 못한 이들도 티가 나는지. 사랑받는 건 뭐가 그렇게 어려운 건지, 뭐가 그렇게. 진절머리가 날 것만 같은데.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말들이 길어진다. 결핍을 주제로 쓴 시로 안부를 대체한다.



결핍을 도둑질하는 거야 / 유영


실은 다 부질없고

결핍의 앞에는 애정이라는 꼬리표

사랑받고 싶다는 진실은 독이 되는 거지


애정이 원래 있어야 했었나

충족의 망상

사랑해 달라는 언어는 사랑받지 못하고

영원히 결핍의 행성을 떠도는


나 같은 건


길가에 버리고 간 쓰레기 더미 속을 뒤져서 야금야금 깨진 사랑을 주워 먹어 탈이 났어


모두가 잠든 밤이라는 착각

안에서 남의 외로움까지

내 것인 양 훔쳐 먹어도


네 앞에선 결핍 없는 모양을 흉내 낼 거야


자신의 그림자를 잘근잘근 밟으며 빛을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우리는 쓸모없이 완벽한

도둑이 되는 꿈을 꿔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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