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벌써 지난 계절은 약하게

얼마나 더 혼자서 살아갈 수 있을까.

by 유영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자주 휘청거리고 오늘도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졌다. 체력이 떨어졌다는 것이 확실히 느껴진다. 조금만 무리해도 몸이 아프다. 벌써 계절이 또 지났나, 남은 계절의 횟수를 세아리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혼자서 살아갈 수 있을까.




저번에 '자립'에 대한 얘기를 했는데, 어제 장애인 자립욕구조사를 한다고 방문하셨다. 혼자 지내는 것이 훤히 보이기에, 부모님은 가까이서 사는 거냐고 물으셨다. 다시 보지 않을 사이, 어차피 조사하러 오신 건데 숨길 것이 뭐가 있나 싶어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어머니는 작년에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교도소에 있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 금방 당황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으셨고, 알기에 자연스레 웃기만 했다. 당연한 사실을 남에게 전하는 것은 조금은 다른 느낌인 것 같다.


자립, 온전히 나로 살아가려면 꼭 '장애'는 뒤로 해야 가능할 것만 같아진다. 약하고 제 구실을 못해서 자꾸만 낡아지는 몸으론 온전한 내가 될 수 없을 것 같아졌다. 그래서 근육병이라는 점을 신경 쓰지 않고 온갖 활동을 다하며 체력적인 한계를 제한두지 않고 지냈더니, 3년만에 많은 것이 악화되어 버렸다. 무언가 잘못된 것 같아 다른 곳은 문제가 없나 싶어져서 급히 건강검진을 예약했다. 엊그제까지는 몸살 때문에 한참을 앓았다. 낮잠을 자던 도중에 깨어났더니 손가락 하나도 까딱할 수가 없이 온 몸이 아팠다. 허리 쪽에 누가 흔들어서 깨우는 듯한 손길이 느껴지고, 몸이 저렸다. 가위눌림인가 싶었지만, 어쩐지 그러다가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만 같았다. 겨우 자세라도 바꾸고서 다시 잠들었다.


활동보조서비스를 이용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물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활동보조서비스를 이용하기에 애매한 이유는, 현재 주중에 대학교를 다녀서 오전부터 대부분 늦은 저녁까지 대학교에 있는데 이 시간에는 혼자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주말에만 이용하기엔 활동시간이 적다. 그러니 완전히 혼자 살기엔 애매하고, 그렇다고 무조건 하루의 일부분을 누군가의 도움 없이 어려운 상태인 것도 아닌 거다.


아플수록 삶에 대한 고민이 늘어난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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