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했어 그동안
정말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쓴다. 어제 본 CFA2 시험 준비를 하느라 최근에 모든 리소스를 다 이쪽에 쏟았었다. 아직 결과도 안 나왔지만, 작년 10월 말 정도부터 시작한 몇 개월간의 여정을 마무리하면서 몇 가지 느끼는 바가 있어서 글을 쓴다 (아직도 Forward rate과 Spot rate이 머릿속에서 빙빙 도는 중이다…).
*금융 쪽 직장인이라고 해서 CFA2를 만만하게 보면 절대절대 안 된다 (조금 만만하게 봤다가 후회했다..). 나는 주식 리서치 업무를 했지만, CFA2 공부는 생각보다 정말 힘들었다. Equity는 잘 넘어갈 수 있었는데 (무엇보다 이패스 유태인 강사님 너무너무 좋음! 마지막 인강에 전체 내용을 쭉 정리해 주시는데 그 강의는 한 3-4번 들은 것 같다) 나름 관련이 있는 FSA/Economics도 내용이 깊이가 있기에 한 3번 정도 복습하니까 이해가 되었고, Fixed income/Derivatives는 인강을 2 번들은 차시들도 많았다. 기본적으로 Level 2는 Level 1보다 훨씬 깊이가 있게 들어가서 각각 과목에 들이는 시간이 꽤 많았다.
*그래도 금융업에서 계속 일할 예정이면, CFA2를 도전하는 것 자체가 도움이 많이 된다. 나는 FSA /Economics/PM/Corporate Issuer/Fixed income이 과목들은 스스로 배우는 게 많다고 느꼈다. 이 나이에 이걸 왜 하고 있나… 하면서 설렁설렁 듣다가 갑자기 열심히 해서 패스해보고 싶다고 느낀 건 FSA의 권오상 회계사님의 강의를 들으면서였다 (넘 재밌!). 실무 사례도 들어주시는데 나도 모르게 맞아 맞아 이렇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들었다. 채권의 경우, 이렇게 깊이 있게 본적은 처음이었는데, 김종곤 강사님이 설명도 잘해주시고 매크로랑 연결도 되면서 현재 업무에도 도움이 되었다.
*제대로 된 시험 준비를 위해서는 문제 풀이가 필수이고, 슈웨저 교재에 있는 문제로는 부족하다. 시험에 등록하면 온라인으로 접할 수 있는 문제들이나 자료들이 많은데 미리미리 풀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앱도 있고 웹페이지도 보면 리소스도 많고 구조도 깔끔해서 공부하게 좋다). 나는 인강을 다 듣고 올해 4월 초 정도부터 문제풀이들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미리 안 풀어본 것을 후회했다. 인강을 듣고 슈웨저 문제를 푸는 것과 실제 시험 스타일 문제를 푸는 것은 다르기도 하고, 11월에 들었던 FSA 내용들을 다른 인강들을 다 듣고 4월에 다시 풀려고 하니 멘붕이 왔었다. 이패스 테스트 뱅크 처음 풀었을 때 아예 풀리지가 않아서 정말 포기하고 싶었다....... 중간에 꾸준히 복습해 주었더라면 덜 힘들었었을 것 같다..
*내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CFA2 시험 자체도 그렇고 (5시간....) 공부도 그렇고 체력이 정말 중요하다고 다시금 느꼈다. 특히 계획을 짜 놨는데 업무 후에 공부하면서 머리가 무거워지면서 눈에 안 들어올 때 우울하기도 하고 스트레스도 받았다. 하루에 5시간 이상 공부하면 시간이 남아도 더 할 수가 없었다 -_-;;;; 막판에는 뭔가 과부하가 걸린 느낌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웹툰을 보기도 했다 (어떤 분은 웹툰으로 스트레스를 풀었다고 하시는데 나는 그런 느낌은 아니었다).
*공부를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포기하는 것들이 생겼는데… 가족들이 그런 부분을 이해해 줘서 (? 넘어가줘서?) 고마웠다. 애들은 밥도 사서 먹이고 (오마뎅과 김밥으로..), 숙제도 제대로 못 봐줬다.. 학원에서 쫓겨나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한 수준….. 어제 CFA2 시험 보고 와서 애들 가방을 봤는데 난장판.. (원래도 잘 봐주지는 않았지만.. 너무 심한 듯..) 그래도 얻은 것이라면 하도 애들을 도서관으로 끌고 다녔더니 도서관에 가는 걸 싫어했던 둘째가 줄글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애들이 오히려 너무 어렸으면 훨씬 더 힘들었었을 것 같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남는 시간들을 사용해서 공부하고, 아이들을 끌고 다니며 도서관에 다니면서 시험 볼 만한 준비를 한 나를 칭찬해주고 싶다. 오랜만에 공부라는 것을 해 보았고 시험이라는 것을 보았는데, 힘들었지만 즐거웠다. 정말 막판에 복습할 때는 인강 듣는 것에서 한 단계 더 올라가서 문제를 풀고 점수를 올리는 게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었는데, 그래도 포기하지 않은 나 자신을 칭찬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