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를 써보고자 한다
나에게 중요한 것이 있다면 나의 가족들, 그리고 커리어이다. 그 외에는 다른 건 딱히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나는 일을 열심히, 그리고 나 스스로와 일체화하면서 살아왔다. 코로나로 인해 재택이 생길 때까지 오전 7시 전까지 출근을 해서 기약 없이 퇴근하는 생활을 10년 정도 넘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내가 무언가 했다면 - 예를 들어서 책을 읽는다던가, 대학원을 진학하려고 생각했다든가 - 하는 것도 모두 다 커리어를 위한 행동들이었다.
사회 초년생으로 시작하여, 부서의 하나밖에 없었던 여자 상무까지 찍고, 회사를 나오게 되었을 때까지 겪었던 일들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15년이 넘게 일했던 외국계 회사들 이야기를 써보고자 한다.
글을 쓰기 전에 몇 가지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나는 외국계 증권회사들을 다녔다. 그러니까 엄청나게 성장하는 빅테크 회사들을 다닌 것은 아니다. 증권회사들의 주식 리서치 부서에서 RA (애널리스트의 보조)로 시작하여 애널리스트를 달고 승진을 하면서 커리어를 쌓아나갔다.
많은 사람들이 외국계 회사라고 생각하면 상하위가 없고, 자유스러운 분위기를 떠올리는 것 같다. 식당도 딸려있는, 엄청나게 좋은 오피스에서, 뭔가 편하지만 깔끔한 옷을 입고 서로 토론하는 분위기 정도 떠올릴 수 있겠다. 하지만 내가 일했던 외국계 회사들은 보수적이고, 규제에 예민하며, 리스크를 부담스러워하는 증권회사들이었다. 물론 돈에 눈이 멀어 리스크를 제대로 보지 않고 결과적으로 파산한 - 내가 몸담았었던 - 유럽계 회사도 있다 (참고로 전 세계적으로 증권회사들이 돈을 벌기 위해 규제를 어겨서 과징금을 부과당한 경우는 수두룩 하다. 단지 빅테크 회사들 대비해서 한국 언론에서 덜 커버하는 것뿐이다). 어떤 부서는 일도 워낙 많고 군대문화로 유명해서 내가 새벽 6시 반에 출근할 때 퇴근하는 것도 보았다.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업종에서 일했기 때문에, 다른 업종의 외국계 회사들에 다닌 분들이 보았을 때는 생소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나의 외국계 회사 경험은 증권업에 한정되어 있고, 그 부분을 이해하고 읽어주었으면 한다.
한국에서 초/중/고 그리고 대학교를 나오고 교환학생으로 캐나다에서 5개월만 있었던 내가 한 명 뽑는 외국계 회사 RA자리에 어떻게 들어가게 되었는지, 처음 외국계 증권회사에서 인턴은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 업계 천재로 불리던 애널리스트 보조를 하면서 moron이란 단어를 처음 알았던 이야기, 가서 말도 안 되게 부족한 영어는 어떻게 배워나갔는지, 문화에 대해서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업무 강도나 연봉에 대해서는 어떻게 느꼈는지, 한번 쭉 써보고 싶다. 알고 싶은 궁금한 주제가 있는 분들은 쪽지를 보내주시면 써보도록 하겠다.
어렸을 때 글 쓰는 게 꿈이었는데, 이렇게 써보게 되다니. 연재 브런치 북들을 보다가 나도 무엇인가 써볼 수 있지 않을까 고민을 하다가 나의 이야기에 대해서 써보기로 했다. 주말이며, 아이들을 도서관에 넣고 쓸 수 있기에 일요일에 연재를 하기로 했다. 기본적으로 일주일에 한 두 개는 리서치를 써야 했던 애널리스트 기간이 생각이 난다. 17년간 열심히 일한 나의 커리어를 바탕 삼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써보자 한다. 그럼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