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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오도 Jan 22. 2024

소매치기 천국, 그들이 판치는 세상

악명 높은 도시 속 여행객들


눈 뜨고 코 베이는 곳이 여기 아닐까.


길을 걷다가 쎄한 기분에 가방을 뒤적인다. “아, 당했다”는 느낌이 들 때 허탈감이 조급함과 밀려온다. 당황한 기색을 뒤로하고 시스템 정지 요청해야 할 것이고 당장 필요한 것은 재발급 신청을 하기를 바란다.


영국 유학생활 동안 수업을 오며 가며 도서관을 자주 애용했다. 도서관에서는 대강 노트북만 두드려도 무언가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번듯한 대학생 흉내를 내기에는 딱 좋다. 아무튼. 교내 도서관은 학생증을 찍어야만 들어올 수 있는데도 잠시 자리를 비우며 옆사람에게 자기 물건을 봐달라고 부탁한다. ‘그럼 옆자리에 있는 사람에게 생기는 믿음은 어디서 오는 거지?’ 한국에서는 암묵적으로 남의 물건은 건드리지 않는 게 이 구역 룰이지만 이곳에선 만에 하나의 의심이 생긴 이상 오히려 경계하는 편이 낫다.


기숙사 공용 주방은 그야말로 모든 게 "공용"이다. 냉장고 개인칸에 장 봐온 음식을 넣고 며칠뒤면 열려 있는 경우가 자주 있다. 개인칸이라는 의미가 없다는 걸 금방 깨닫는다. 암묵적으로 니껀 내꺼 내껀 내꺼가 된 셈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센트럴 주변의 카페에선 감내해야 할 부분이 더욱 많았다. 화장실을 참아가며 꾸역꾸역 할 일을 마치고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한 적도 있었다. 주변에서 빈번하게 들려오는 도난 사건이 남의 일만은 아니다. 방송에 나오는 해외여행 관련 예능이나 유튜브에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라 예상하겠지만 실제로 정말 많이 일어나는 일이다. 대놓고 빼앗는 위협적인 경우도 있다는데 그런 일은 더욱 피하고 싶을 것이다.


반대로 소매치기가 빈번하다 보니 생긴 에피소드이다. 파리 여행을 하는 2박 3일 동안 호텔에서 묵었는데, 친구의 여권이 보이지 않아 심증만으로 직원을 의심했지만 알고 보니 캐리어에서 발견된 적도 있었다. 호텔 숙소에서 도난 범죄가 종종 일어나다 보니 생긴 오해도 있다.


유럽의 풍경은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외지인을 금세 현혹하곤 한다. 예상 가능한 빌어먹을 상황은 여행 한가운데 긴장을 늦추는 순간 찾아온다. 인터넷에는 매뉴얼처럼 우후죽순 생겨난 도난 방지 꿀팁이 있으니 여행 전 찾아보길 바란다. 유럽 여행의 필수품으로 자물쇠와 힙색은 빠지지 않는 물품이다. 하지만 가방의 자물쇠와는 무관하게 나도 모르는 새 찢긴 가방에 속상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따끔한 말이지만 유럽여행은 생각만큼 평탄치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무형의 낭만을 좇아 유럽으로 떠나는 이유를 알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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