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대기 선생, 두 개의 삶을 버티는 진짜 이야기.”
그 문장이 뉴스 자막으로 흘러나왔다.
새벽 방송을 틀어놓은 기팀장이 나를 불렀다.
“쌤, 나왔다! 진짜 나왔어요!”
나는 웃으면서도 어딘가 불편했다. 화면 속의 나는 땀에 젖은 얼굴로 상자를 옮기고 있었고,
자막 아래에는 “감동 실화, 땀으로 가르치는 교사”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학원으로 가니, 학생들이 환호했다.
“선생님! 뉴스 봤어요!”
“저희 친구들이 다 공유했어요!”
아이들의 눈빛엔 자부심이 있었다. 그 모습이 고마우면서도, 내 안에서는 또 다른 감정이 일었다.
희쌤이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
“선생님, 정말 멋져요. 근데… 너무 감동 코드로만 소비되는 게 좀 그렇지 않아요?”
그 말이 가슴에 콕 박혔다.
“그러게요. 나도 그게 조금 걸려요.”
점심시간, 송원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선생님, 이번 일로 학원 이미지도 많이 좋아졌어요.
수강 문의가 늘었어요. 솔직히…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의 말은 진심이었지만, 나는 왠지 모르게 가슴이 조여왔다.
‘내 삶이 누군가에겐 광고의 소재가 되어버린 건 아닐까?’
까대기 현장에서도 뉴스 이야기가 이어졌다.
문이가 웃으며 말했다.
“쌤, 이제 진짜 유명인 됐어요. 근데 기자가 ‘감동적인 노동자’ 이런 식으로만 말하던데요?”
기팀장이 담배를 피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은 늘 그렇게 포장하죠. 눈물로 끝나는 게 편하거든. 생각 안 해도 되니까.”
나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불빛 아래에서 흩날리는 먼지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나는 감동을 주려고 산 게 아닌데… 그냥 살아내고 싶었던 건데 말이죠.”
퇴근길, 휴대폰에 알림이 쉴 새 없이 울렸다.
‘감동 실화’, ‘위대한 선생님’, ‘영웅적인 아버지’. 그 모든 말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나는 차창 밖으로 번지는 불빛을 바라봤다. 그 속에서 생각했다.
“세상은 늘 누군가의 무게를 가볍게 포장하려 한다. 하지만 나는 그 무게 그대로의 진실을 지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