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써니 Nov 09. 2024

선생님, 저희는 어리니까 반말하세요.

7살 짜리 아이가 내게 한 말이다.

키가 크고, 자신들보다 많은 걸 알려주고, 보호도 해주는 어른이라는 걸 아는 똘똘이들은 이렇게 나에게 말해줬다.


자신은 어리니까 반말 해도 된다고.


왜 자신들에게 존댓말 하느냐고 물었다.

존댓말 하는 어른은 나 밖에 없다나.


사실, 이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사회인지가 발달한 아이다. 나는 여태껏 존댓말을 해왔으니, 존댓말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을거다. 아니면 내가 존댓말을 한다는 것을 자신의 부모에게 물었을 것이다.


우리반 선생님은 존댓말 왜 쓰냐고.


나는 이 질문에 대답을 해줬지만 그 대답이 성에 차지 않았던 듯 했다. 자신들에게 반말을 하라고.


아이들도 알고 있는 걸까.

반말의 의미를.


어쩌면 내가 자신들을 놀린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것 같다.


어른도 아닌데, 자신들보다 나이도 많은데, 왜 존댓말을 쓰지? 자신들에게 존댓말 쓰면 그걸 좋다고 할 줄 알았을까? 그것도 모르는 꼬꼬마 애기가 아니라구요.


이런 생각에서 나더러 반말해 달라고 할 수도 있다.


아니면 반말을 써야 더 친해지는 것이라고도 생각할 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반말 쓰는 의미는 그게 더 많으니까.


요즘 들어 이런 말을 들으니, 녀석들 참 많이 컷구나 생각에 바로 눈시울이 붉어졌다.


한 해가 갈 때마다 이렇게 나에게 감동 하나씩을 주는 아이 때문에 힘듦을 견딜 수 있는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의 뜻대로 되었네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