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아이가 우울증이 심합니다.(4)
질문
보통 그런 질문을 가끔 받습니다. 저는 제 에너지에 맞추어 잘 살고 있습니다. 외로움 같은 감정은 오히려 인간을 사랑하게 하는 긍정적인 감정입니다. 의지하고 기대는 마음이 아니라. 안부를 물어주어 감사합니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저도 부모인지라 딸과 대화해 보니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깊지만 내용을 다 말씀드릴 수는 없어요. 힘겨워도 집에 돌아가면 꽉 잠긴 방문 안에서 숨 죽이는 아이들에게 "아빠 왔다. 별일 없지? " 먼저 이야기하고 마주치면 한 번쯤 웃어주거나 다정히 대해 주시게 될 것입니다.
그
저는 그런 것은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정말.
질문
자신이 사랑하고 그들을 위해 열심히 인생을 사시는데 물론 자신을 위해서도 그러시겠지만 이미 가족과 당신은 하나입니다. 그 가족을 짐으로만 느끼며 사는 것은 불행의 씨앗입니다. 잘 생각해 보시면 어떻게 해야할지 알게 되리라 믿습니다. 앞으로 따님이 힘이 생기면 당신에게 대들고 화를 낼 지도 모르는데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볼까요? 그녀가 화를 내면 오랜 우울증을 털고 비교적 빠르게 건강해지는 건데... 이대로 마냥 적당히 누르고 지내면 아마 오래 걸릴 거예요. 그러나 당신이 답답해서 터뜨리려고 자극하면 그녀는 아직 준비가 안 되어 공격으로 이해하고 숨어 버릴 테니 침묵하시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만 앞으로 그녀가 어떤 모습이든 깨어서 진심으로 수용할 마음을 키우는 것은 중요합니다.
(일주일이 흘렀다.)
그
안 그래도 답답하고 걱정이 되어서 엊그제 '괜찮니? 나는 너를 돕고 싶다.'고 카톡을 보냈는데 무시하더라고요. 방에 처박혀 미동도 없고 고개를 푹 숙이니 답답합니다. 두째와 세째 아이들에게도 똑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잔소리 줄이고, 같이 볼링도 치고 외식도 자주 하고 있습니다.
질문
그들은 순수하고 아름다운 본성을 더 많이 지닌 존재입니다. 자신을 존중하는 사람은 어린아이 안에서도 신성을 봅니다. 그들의 자유의지를 사랑하고 책임을 지닌 노력을 존중해 주면 고난이 있어도 좀 더 쉽게 극복이 됩니다만. 너무 강요된 질서 속에서 눈치 보며 자란다면 정말 최악이지요.
그
이번을 기회로 아이들에게 자유와 책임감을 배우게 함께 공부도 하고 카페도 가고 볼링도 치기 시작했어요. 큰 딸은 여전하지만 아주 조금씩 얼굴이 밝아지고 있네요. 무엇을 더 추천해 줄까 고민이네요.
( 한번 내디딘 소중한 변화를 유지하고 발전시키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런 시도가 쓸모없는 해프닝으로 끝나면 별수 없다는 패배감으로 작용하지 않게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마음을 계속 깨어나도록 설득했다.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아빠 자신이 짜증에서 수용과 유쾌함 혹은 소통의 즐거움으로 관심을 갖고 존재하는 것 만으로도 집안의 분위기는 정말로 바뀔 것이란 점을 강조하였다. 엄마는 귀를 열어 딸의 아픔을 들으려 했고 그녀의 고통을 안아 주었다. 딸은 긴장을 풀고 대화를 시작했고 아버지는 조심스럽게 방향을 잡아가는 카톡 대화를 시작해 영어 과외 대신 그녀가 좋아하는 미술을 하게 되자 권투도 하겠다 하여 딸에게 변화가 찾아왔다.)
질문
그녀를 방에서 탈출시키기 위해 춤이나 권투 등으로 내면에 억눌린 공격성과 방어 본능 두 가지를 일깨워 침체된 마음 에너지를 열어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녀에게는 그것이 명상인 것이죠.
그
한번 권해 볼게요. 올해 수능은 시험 삼아 보고 내년에 재수해서 원하는 대학에 가겠다고 엄마에게 이야기했다 하더군요. 아직 저를 보고 말하지는 않지만. 너무나 다행입니다.
질문
어둠 속에서 이제 걸음마를 시작했네요. 축하합니다.
그
이제 집에 들어가면 조용히 설거지하고 청소도 합니다. 습관적인 감정의 태도를 알아차리니 짜증이 멈추는군요.
질문
당신은 하나를 말하면 이치를 이해하고 서너 가지를 즉시 행동으로 옮깁니다. 놀랍습니다. 전에도 공황을 단 시간에 극복하시더니... 마음 공부를 해오고 예민하게 지성이 깨어 있어서 가능했다 생각해요. 당신은 꿈꾸는 미래가 있나요?
그
그런 거 별로 없습니다.
질문
지금은 세 아이의 아버지이니 그럴 만도 합니다만 당신은 10년 후에는 좀 더 편하게 삶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마음 공부는 현실에서 깨우쳐 가는 것이지 수행 만으로는 과거의 상처가 다 치유되지는 않지요. 깨어서 스스로 마음을 현재로 돌리고 지나간 과거 마음들을 정리해 스스로를 용서하고 사랑해보세요. 삶이 더 풍요로워지고 좋은 일들이 찾아옵니다. 의식이 깨어날수록 분열된 마음이 많이 움직이지 않고 하나 된 지혜의 생각이 자라납니다. 그래서 당신은 제 말을 즉시 이해하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었지요. 고요한 본성을 알았다 해도 사랑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겠어요? 자신의 삶뿐이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생명은 사랑이지요.
그
저의 부인은 지금도 열심히 선원에 다니지만 저는 피곤해서 잘 안 가고 있습니다. 다녀야 할지 묻고 싶습니다.
질문
지금 당신이 지고 있는 짐도 무거워 보입니다. 수행도 이럴 때는 짐입니다. 당신에게는 특별한 수행이 사실상 없기도 합니다. 당신이 지금 살고 있는 현실이 수행이 되도록 연결해 자신의 에고의 폭을 넓히고 긍정으로 바꾸는 것이 수행이겠죠. 이제는 자신에게 행복감도 허락할 때 아닐까요? 존재계는 때가 되면 환경과 사람을 통해 내가 깨우쳐야 할 것을 알려주지요. 저도 그렇게 배우고 깨우쳐 가고 있습니다만. 당신의 맏딸은 아빠를 변화시킨 멋진 분이네요. 당신은 아주 잘 해오셨고 저를 잘 이해해 주셔서 앞으로는 가족이 서로 화목하게 저녁 밥상에서 웃을 날이 오리라 기대해 봅니다.
(두달 후, 딸은 권투와 미술을 하며 에너지가 깨어나기 시작했다. 미국에 사는 고모의 초청으로 졸업 후에 미국 여행을 가기로 했고 재수를 준비하기 시작했으며 아빠에게 카톡으로 감사의 표현을 아주 조금씩 시작했다. 그녀는 스스로 죄의식을 걷어내며 한결 자신의 삶으로 돌아오는 중이다. 한 달 후에 아빠는 외국계 기업으로 승진하게 되었다.)
인간의 가능성에 신뢰를 보여준 그 가족에게 경의를 표하며 감동을 받은 멋진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