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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원 Aug 19. 2022

[아이캠퍼] 수도권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와 조직문화

용궁 가는 줄 알았어요

 지금으로부터 얼마 되지 않은, 8월 8일~8월 9일. 수도권에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이미 8월 8일,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다. 작은 빗방울로 시작해서 갑자기 쏟아지듯 내리는 비는 그칠 줄을 몰랐고, 필자는 회사 앞 작게 파인 홈 위로 폭포가 흐르는 걸 보면서 직감했다. '조짔네... 오늘 집에 잘 들어가긴 글렀다.'


  태어나서 그렇게 비가 많이 내리는 건 처음 보았다. 혹독한 4계절에 단단히 담금질이 된 사람들도 처음 보는 폭우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심지어 점심 식사 중 갑자기 먹구름이 끼더니 천둥번개가 요란하게 내리치는 그 광경에는 감탄도 안 나왔다. 오로지 탄식뿐이었다. 그렇게 점심 12시가 저녁 8시가 되는 기적이 이어지더니, 다시금 거센 빗소리가 들려왔다. 

기록적인 폭우가 만들어 낸 전설, 제네시스좌 (출처 : 네이트 뉴스)

 

 역시나 (필자를 제외하고서라도) 상황은 좋지 않았다. 이미 지대가 낮은 지역(강남이나 신림 등은)은 물난리가 났고, 강남에서 근무하는 지인 몇몇은 귀가를 포기하거나 버스 안에 갇혔다. 다행히도 필자의 회사, 아이캠퍼가 위치한 마포구는 큰 피해는 없었지만 역시 비가 거세게 내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장우산을 꼭 쥐고 퇴근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정말 이런 일은 이번이 처음일 거야.'라고. 


의외로 '처음'은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다르게, 이미 수도권은 여러 번 물난리를 겪은 적이 있었다. 물론 따지고 보면 이번 8월 집중호우가 가장 피해 규모가 크긴 해도, 예전 물난리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특히 2011년 7월 중부 집중호우는 이번 호우 때와 비슷할 정도로 피해가 크고, 그 양상이 비슷했다. 게다가 피해도 어마어마해서, 사망이 69명, 실종이 8명, 이재민이 4천 세대가 넘어가는 규모였다.

산에 폭포가 생긴 게 아니고요, 저게 다 산사태입니다...

 이런 침수피해 및 물난리가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 다시금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나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사람의 손이 많이 닿지 않고 인프라가 부족한 시골에서 일어난 피해라면 모를까, 서울은 대한민국 내에서 가장 많은 인프라와 자원이 몰린 곳이 아니던가. 그런 곳에서 10년 전 있었던 피해가 그대로 재현되다니.

 

 그렇다면 그 원인은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로는 기후변화가 있으나 10년 전과 지금의 시간 변화가 많이 흐른 만큼 기후 변화는 그 원인에서 빠져야 할 것 같다. 그다음으로 제시된 원인은 바로 물 빠짐 및 배수로 역할을 하는 기기들의 노후화다. 물난리 속 제대로 배수가 이루어지지 않아 홍수 피해가 더욱 심각해졌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시에서는 2015년부터 대책을 만들어 대응해왔었다. 이번에 폭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었던 강남역 일대 또한 '강남역 일대 침수취약지역 종합 배수 개선대책'을 세우고 실시해 온 바 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이것은 대책일 뿐, 실제로는 예산과 설계 문제 때문에 공사가 지연되어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았다. 서울시의 관련 예산 또한 줄어들었다. 수방 및 취수 분야에 배정된 이번 예산(4202억)은 작년보다 약 17.6%(876억) 줄어든 수치다. 

 

서울 강남이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는 곳임에도 대처가 어렵다. (출처 : 조선비즈)

  

잠깐, 이거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싶다면

 이 집중호우 사태를 보며 필자는 다른 것을 떠올렸다.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관련 이슈가 있어왔고, 모두가 그 사실을 알지만 애써 무시하는 현상. 조직에선 이런 상황이 자주 벌어진다. 설명하기 편하게 '집중호우 사태'라고 하겠다. 

 

 이런 문제는 어디에나 있을 수 있다. 정말 사소한 것(예를 들면 탕비실에 비치된 차가 마음에 들지 않는데, 아무리 이야기해도 똑같은 차만 들어온다던지)부터 중대한 것(업무 프로세스의 문제, 책임 회피, 부서 간 이기주의 현상 등..)까지, 이런 '집중호우 사태'는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고, 대부분은 해결하기 어렵고 곤란한 것들이 많다. 강남의 종합 배수 개선대책이 인근 거주자들 및 지형 문제로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것과 비슷하다. 

대충 이런 식으로 굴러가더라 (이것도 프로세스일까)

 이런 상황이 두어 번 반복되다 보면 문제 해결은 샤머니즘적인 방식으로 넘어간다. 다들 이번에는 누군가 해결해주겠지, 아니면 그런 상황이 다신 벌어지지 않을 거야, 같은 생각을 하며 간절히 기도하게 된다. 이게 통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뜻이 하늘에 닿지 못하고 다시 문제가 발생한다. 이렇게, 굴러간다. 이 과정 내부에서 누군가 암묵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경우도 있지만, 인력은 영원하지 않기에 그 인원이 나가면 다시금 문제는 반복된다. 


그래서 어쩌라는 거야

 사실 답은 없다. 조직 내부의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는 건 조직문화 할아버지가 와도 어려울 과업이다. 마치 집중호우 사태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 없는 것처럼. 

진정하세요!

 하지만 해결이 아닌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은 물론 있다. 문제를 완벽히 해결한다는 접근보단, 어느 정도 완화시킨다는 접근 방식으로 문제에 다가가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터치 포인트가 충분하다.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은 방법이 있겠다.

 

 1. 공론화

 가장 어렵고 힘들지만, 효과는 확실한 방법이다. 해당 이슈가 발생했다는 사안을 전사에 공지하고 그에 따른 구성원들의 의견과 동조를 얻어내는 것이다. 모두에게 고지하였으므로 누군가 기억하고 있으며, 다음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체적으로 그 문제 처리 또한 빠르게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전사 서베이, 간담회 등 다양한 부가 업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쉽게 사용하기엔 주의가 따른다. 

 TO DO: 사내 추천 등 타 부서 사람들의 전폭적인 협조가 필요한 업무들

 DON'T DO: 업무 R&R, 책임 이슈, 고과 등 전사에 공유하기 민감한 업무들


 2. 명문화

 말은 어렵지만 사실 간단하다. 문서로 정리하여 히스토리로 남겨 놓거나 엑셀에 정리하는 것이다. 구두로만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보단 문서로 정리하는 것이 더 전달력도 좋고 사후 대처도 용이하다. 이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해당 문제를 대응하거나 수습하려 했는지, 눈물의 히스토리도 남겨 두면 좋다.  

TO DO: 민감할 수 있는 이슈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문제(건물 노후화나 행사 기획 등)

DON'T DO: 즉각적인 액션이 필요한 이슈들. 그런 이슈들에 한해 명문화 작업은 오히려 문제 해결의 딜레이만 가져옵니다.


필자도 아직 잘 모르는지라

 앞서 제시한 두 가지 방법 외에도 '집중호우 이슈'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직문화 그 자체는 바로 변하지 않으며 때로는 문제 대처가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기도 하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이어온다면, 그 자체가 하나의 '긍정적인 조직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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