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버린 신경안정제 열네 알
일다의 기사를 읽으며 운전을 ‘싫어하는’ 내가 오히려 운전을 ‘싫어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던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기사를 작성한 작가와 굳이 비교하자면, 나는 1종 따위는 꿈에도 꾸지 않고, 2종 자동 면허라도 따면 다행인, 운전에 관심이 전혀 없는 사람이었다. 20대 초반, 방학 때 심심하다며 친구와 면허 시험장에 갔고, 합격 후 면허증을 받았다.
가족들은 어떻게 한 번에 면허를 땄는지 신기하다면서도 나에게 운전을 ‘허락’해주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명백한 남녀차별인데, 남동생은 면허를 따자마자 운전을 했기 때문이다.
나는 친구를 만나고 늦게 귀가할 때면 동생을 호출하곤 했다. 마을버스를 갈아타야 하는 집 근처 정류장으로 아빠 차를 운전해서 데리러 왔던 동생의 짜증을 받아주면서. 내가 운전해서 갔다 오면 될 거였는데. 왜 우리 부모님은 ‘운전할 수 있는 나’를 믿어주지 않았을까? (이건 내가 차를 사고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렇다. 부모님은 나에게 ‘웬만하면’ 운전하지 말라고 하신다.)
부모님의 바람대로 (?) 나는 지금도 운전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남들은 차가 생기면 어디도 가고, 너무 좋고 편하다는데 나는 차를 가지고 갈 일이 생기면 길 찾기 모의주행부터 켜서 길이 어렵지 않은지부터 살핀다. 또 낯선 장소에 가게 되면 ‘주차장’부터 알아본다. 내가 오랜 시간 정성 들여 여유롭게 주차를 할 장소가 있는지.
운전할 때는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백미러도 봐야 하고 사이드 미러도 봐야 하고, 차선도 봐야 하고, 네비도 봐야 하고, 애들도 챙겨야 하고... 좀 더 솔직해져 본다. 내가 운전이 두려운 가장 큰 이유는 ‘시선’과 ‘평가’이다. 기사에서도 나온 것처럼, ‘민폐 끼치는 김여사’가 될까 봐.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차만 끌고 나왔다는’ 욕을 들을까 봐 무섭다.
그럼에도, 최근에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근교로 여행을 갈 때 시외 주행을 1시간 정도 한 것이다. 긴장이 너무 많이 되었지만, 남편의 잔소리가 싫지 않았다. 왜냐면, 내가 운전대를 잡고 있으니까. 오른쪽으로 치우쳤니, 속도가 느리니 해도 운전하는 건 나니까. 내 맘대로 해도 된다!
사회는 “운전 귀찮게 뭐하러 해. 옆에 (애도 보고 운전자 간식도 먹여주고 졸리지 않도록 말도 하면서) 타고 가는 게 편하지.”라고 말한다. 나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해왔다. 하지만 운전자 외 요구 많은 아이들 둘 챙겨주면서 피곤한 거나 운전하면서 신경 써서 피곤한 거나 마찬가지라면, 운전에 한 표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