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버린 신경 안정제 열두 알
종종 숨 쉬기 힘들 때가 있다. 이상하게도 내가 가장 편안하고 좋아하는 시간. 바로 자려고 누웠을 때다. 깊게 숨이 안 쉬어지고 숨이 막힐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심장이 빠르게 뛴다. 나는 그 증상을 ‘모른 체’ 해 왔다. 빨리 자고 나면 아무 일 없을 거라고. 이제껏 그래 왔다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 ‘우울한 나’가 어디선가 튀어나왔다. 내 우울의 원인을 찾고 싶었다. 밖에서는 웃고 쾌활한 얼굴을 잘도 걸고 다니면서, 혼자서는 밑바닥까지 내려가 괴로워하는 나. 도대체 왜 그러는지 알고 싶었다. ‘알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 그랬겠지. 현실의 나는 문제가 생기면 원인을 찾아 분석하고, 그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좋든 나쁘든 확실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우울한 나’의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은 없었다. 내가 우울할 이유가 없잖아? 가족도 있어, 직업도 있어, 차도 집도 있는데 우울하다는 건 네 욕심이 지나친 것 아니야? 나는 ‘우울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글쓰기를 하면서 ‘불안하고 우울한 나’의 한 조각 정도는 받아들이게 되었다. ‘문제를 가진 나’도 나다. 하지만 솔직히 내가 불안과 우울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아직도 완전히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러다가 어렴풋이 그 ‘우울한 나’가 글쓰기를 계속하게 하는 원동력임을 깨닫는다. 문제 있는 나라서 글을 쓸 수밖에 없음을. 나라는 사람의 행복한 단면만 인정하고 존중해줄게 아니라 내가 부정하고 싶은 모습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