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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아이들과 결혼에 대해 이야기하다

by 지천

관용어를 배우는 시간, 오늘 배울 관용어는 ‘국수를 먹다’이다. 이 말은 ‘결혼을 하다’라는 의미를 지닌 관용어인데, 아이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이야기여서 제법 많은 이야기를 했다. 나 역시 캄보디아의 결혼 문화에 대해 많이 궁금해하고 있었는데 비록 아이들이기는 하지만 20세가 넘어서 그런지 비교적 이야기는 잘 되었다. 먼저 캄보디아에서는 대개 몇 살에 결혼을 하는지 물어보았다. 아이들 대답은 제각각인데 대개 25세에서 30세 정도에 결혼을 한다는 대답이 많이 나왔다. 한국에서는 요즈음 결혼을 늦게 하는데 대개 30세 이후에 결혼을 하며 35세가 되어 결혼을 해도 그렇게 늦은 결혼이라고 보는 것 같지 않다는 이야기를 했다.

명절 때 고향에 가고 싶지 않다는 여자의 이야기가 본문에 실려 있었다. 명절 때 고향에 가면 언제 국수를 먹게 해 주느냐는 고향 사람들과 친척들의 말이 듣기 싫어서 명절만 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는 이야기, 그래서 아이들에게 이 여자는 나이가 많을 것인지 적을 것인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아이들은 쉽게 나이가 많을 것이란 대답을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아마 나이가 많이 들도록 결혼을 하지 않고 있으니 마을 사람들과 친척들이 결혼을 하라고, 국수는 언제 먹도록 해 주느냐는 말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말과 함께 나는 한국의 저출산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 전에 형제가 몇 명 있느냐고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두 명부터 다섯 명 있다는 대답이 나왔다. 한 명인 집은 하나도 없었다. 아직은 캄보디아 사람들이 결혼도 한국 젊은이들보다 조금 일찍 하고 아이도 많이 낳는 모양이다. 이어서 나는 합계출산율이라는 말을 칠판에 적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남자와 여자가 결혼을 해서 두 명의 아이를 낳아야 현재의 인구가 유지된다는 것, 그런데 한국은 지금 합계출산율이 0.7명, 남자와 여자가 결혼을 해서 한 명도 낳지 않는다는 것은 심각한 인구 문제를 불러올 것이란 이야기 등등 결혼과 관련된 이야기를 폭을 넓혀가며 해 주었다. 아이들은 그 이야기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내가 캄보디아에 와서 부러워한 것 중의 하나가 이곳에는 어린아이들이 참 많다는 것이었다. 공원에 가 보면 어린아이를 데리고 소풍을 나온 듯한 가족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거리에서 어린아이 한두 명씩 데리고 장사를 하는 사람들 역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도시에서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시골에 있는 학생 집을 방문했을 때 그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보면서 느낀 것도 바로 이것이었다. 새총과 같은 것을 들고 집 주변을 돌아다니는 아이, 할머니의 자전거 뒤에 타고서 이동을 하는 아이, 코흘리개부터 초등학교에 다닐 법한 아이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그 아이들은 무리지어 자기들끼리 동네를 다니며 놀고 있었다. 내 어린 시절이었던 70년대, 친구들과 어울리며 동네를 쏘다니던 그 시간을 떠올리게 했다. 캄보디아는 전체적으로 매우 젊은 국가이며 이렇게 아이들이 많다면 더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나라라는 것을 그때 생각했는데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다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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