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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라니아리니 Dec 31. 2023

2023년도를 돌아보며 마무리 글


* 23년도를 한번에 정리하는 말 = 피곤 지침 방전 *


다이어리는 한달만 쓰고 방치하는 타입은 아니어서 오랜만에 들여다봤는데,

세상에 1월부터 12월까지 빠짐없이 피곤하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체력 기르기에 실패했거나

엄청 열심히 살았단 소리 같은데, 반반인것 같다. 나태한 적도 분명히 있었을 테니까.

카테고리 별로 정리할 힘은 없어서 - 쓰리잡을 벗어난지 이제 일주일 여전히 투잡중- 대충 다이어리보고 월별로 돌아보기를 해보기로 했다. 

가을부터 빚갚느라 닥치는 대로 일했더니 연말인 지금 그저 피로 맥스가 되어 낭만같은 걸 찾지 않게 되었다. 케이크도 안 먹었다. 근데 사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먹었다. 놀랍게도 나를 잊지 않은 담당자님이 선물을 주셔서. 좋은 글을 드려야하는데 참 죄송하다. 

아무튼 그래도 23년 마지막 날을 그저 누워서는 보내기 싫어서 보고 싶었던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다녀와 점심을 먹고 쉬고 있는데, 예약해둔 책이 도착했다는 카톡이 도착해서 잠시 웃었다. 이상하게 한 번 더 갈 것 같더라니 그 예감이 맞더라. 밥을 먹고 산책 한 번 하는 것 정도야 좋을 것 같아서 웃으며 다녀왔다. 

길거리에 연말의 분위기는 더이상 느껴지지 않았지만, 도서관을 다녀오는 길 반대편에 있는 시장에 사람이 북적북적한 게 보였다. 어쩐지 생동감이 느껴져서 홀리듯 그쪽으로 걷다가 다이소 홍보 아저씨에게 잡혀서 지하로 들어가게 되었다. 생각해보니 다이소를 가긴 해야 했다. 이 다이소는 오래된 건물에 있던 다이소가 새로운 건물로 옮겨온 것이었다. 새로운 곳에 자리잡은 다이소는 엄청 깨끗했고 스파 브랜드처럼 직원들이 곳곳에 서있었다. 내가 손에 물티슈를 들고 다니니 쇼핑백도 건네주셨다. 하하 웃기고 재밌었다. 이런건 자라나 흐앤므에서나 겪었던 일이기에. 내 구매목록은 이렇다. 사야했던 물티슈, 일할때 먹을 사탕 하나, 그리고 엄청 고민하다가 오천원짜리 슈렉 팩 하나. 피부에 돈 쓸 여유가 있나 싶다가도 요즘 세수할때 불을 안 켜고 하는데, 그것 좀 오버인 것 같아서 피지 관리를 한 번 해보기로 했다. 다이소 화장품이 은근이 퀄리티가 좋다고 해서 기대중이다. 이게 12월 31일의 내 기록이다. 현재는 대상혁 페이커의 아프리카 방송을 켜두고 마지막 글콘티 작업중이다. 원래라면 저번화의 피드백이 오고 수정 후에 진행해야 하지만, 원고료를 받기 위해 미리 말해둔 계획표가 있어서 일단 작업해서 보내려고 한다. 웹툰사와 원작사 사이에 끼인 나는 그저 용역이고 돈도 얼마 받지 못하지만 글쓰는 일을 계속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다만 내 이름이 그 웹툰에 박힐지는 잘 모르겠다. 웹툰 진행상황을 공유해주지 않아서. 그건 좀 쓸쓸했다. 하지만 대상혁과 새해를 함께 맞이할 것이다. 그만큼의 영향력은 바라지 않고, 그저 자신을 믿고 앞으로 나가아가는 그의 성품을 닮고 싶다. 정후 선수도 오늘 글을 남겼길래 파이팅이라고 글을 남겼다. 그는 잘할 것이다. 나만 잘하면 된다. 말이 너무 길어졌다. 정리를 시작하자. 


1월 - 월세재계약. 올해도 해야하는데 서류 준비할 생각하니 끔직하다. 내시경을 받았고, 너무 깨끗하므로 지금까지의 생활방식을 유지해도 된다는 결론을 얻었다. 매일 밥을 먹지 않는 것이 건강에 좋지 않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것 같다. 나는 가끔 밥을, 가끔 빵을, 그리고 가끔 분식을 먹는데 내 몸에 필요한 적정한 영양소를 주기적으로 공급하는 느낌. 많이 들이부을 필요는 없다. 운동 피티 진행.

일적으로는 싱글브로 콘티 작업 (38화~)과 이달의 장르소설 투고를 목표로 소재를 찾기 시작했고, 개굴맨 외전을 빠르게 마감했다. 이 당시 일하고 있던 영어도서관에 사직 의사를 전달했다. 여러 사람을 만나는 건 좋았지만 학원은 품앗이 사회같았달까? 모두가 모두와 친밀하게 지내고 사적인 모임도 가져야 해서 그 부분이 나는 너무 힘들었다. 다들 좋으신분들이긴 했다. 다만 나와는 결이 맞지 않았다. 


2월 - 싱글브로 콘티 진행. 또 다른 공모전에 응모할 작품 트리트먼트를 구상하려 하였으나 대실패. 실패의 이유는 그냥 내 루틴이 보통 쓰고 가만히 묵히며 다른 일을 하다 일이주 후에 살펴보는데 그때 봤을 때 재미없으면 진짜 재미없는 거였는데, 2편 다 망작이어서 대실패. 도서관 인수인계. 고르적 이달의 장르소설 당선 연락 받았던 게 그나마 기쁜 일이었던 기억. 이때 피티가 4번 정도 남아있었는데, 마감에 이런저런 스트레스도 계속 미뤘던 기억만 있다. 


3월 - 마감 ing. 한겨레에서 오랜만에 강의를 들었다. 줌수업이었는데, 나름 얻은 것도 있고, 또 시간이 아깝기도 한 그런 느낌. 하지만 한겨레 수업들은 아 돈버렸네 하는 건 없어서 관심이 있다면 하나 정도 들어보는 걸 추천한다. 이달 말까지 이달의 장르소설 당선작 조던 시카고 수정 마감이 있었다. 다시보니 문장이 거추장스러운 게 많아 그걸 정리하는 데 꽤 시간이 걸렸다. 3월 25일에는 내가 좋아하는 키움 히어로즈의 시범경기가 있었다. 로얄 다이어석으로 예매해서 갔다. 이때 돈을 좀 아낄 걸. 허허. 이달에 단편 소설 하나를 새로 쓰고 싶었는데 하지 못했다. 이달에는 6시 기상 스트레칭 명상 후 작업 패턴으로 일했는데, 지금은 택도 없다.


4월 - 새로 계약한 로맨스 원고 10화를 보내야 했던 달. 하지만 원고를 다 빠꾸 먹어서 돌아버릴 것 같은 달이었다. 여전히 웹툰 콘티는 어려웠지. 그 와중에 오랜만에 현이씨랑 만나서 즐겁게 놀았던 기억이 있다. 4월 25일, 현이씨를 데리고 고척으로 향했고 1대 0 승리로 ㅋㅋㅋ 안우진 선수와 이정후 선수만 뇌리에 강하게 박아준 경기 되시겠다. 그래도 좋은 사람이랑 좋아하는 걸 함께 보니 좋았다. 다음날인 4월 26일에는 박병호 선수에게 사인도 받았다. 행복 만퍼센트. 박뱅은 응원하러 가서 찍고 있으면 가끔씩 눈을 마주쳐준다. 기억하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나를 한 번 봐준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5월 - 이때도 시카고 수정을 계속 하고 있었다. 이달 말에 최종마감했다.  종이책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너무 뿌듯한 느낌이 있다. 싱글브로 마감도 계속 ing.


6월 - 여름엔 뭔가 더 활발해지는 기분이다. 수원에서 야구로 알게 된 인연들도 만나고, 여전히 웹툰 마감. 6월 15일엔 내 첫 종이책 이달의 장르소설 9호가 서점에 배부되었다. 친구들도 나도 참 신기하고 행복한 경험이었다. 글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그게 그 상황에서의 최선이었고, 분명 매력이 있는 글이었다. 24일에는 고척에서 내 글을 좋아해주신다는 보라님을 처음 만나 과분한 선물도 받고 사인도 해드렸다. 나를 보고 실망하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다행이다. 나름 좋아하는 원피스도 입고 신경을 썼다. 이후엔 야구를 보고 야구로 친해진 인연과 한식을 먹었다. 동네맛집. 이날 요키시도 떠나보낸 것 같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6월이었다. 


7월 - 재밌는 곳에서 즐겁게 일하고 싶던 7월. SF를 쓰고 싶었으나 모 단편을 쓰느라 패스했다. 저걸 쓸 걸 그랬다. 


8월 - 청년일자리로 구직을 지원했는데, 웹툰이 진행되는 동안 고용보험인가? 그게 가입되어 있어서 탈락. 하하. 아쉬웠다. 스텝퍼를 사서 운동을 시작했다. 꽤 규칙적으로 했다. 2천씩 매일. 일주일에 한번만 쉬었다. 정후를 보러 고양까지 갔다. 그가 나온 지큐를 들이댔더니 그가 '앗' 하며 놀랐다. 재밌었다. 못만나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다행히 사인도 받고 사진도 찍었다. 행복한 여름이었다.  


9월 - 슬슬 고통의 시기가 다가와 다이어리도 빈곳이 많아진다. 배달의 민족 피킹 알바를 하며 운동하며 돈을 버는 거라고 스스로를 속이던 시기. 그런데 진짜 생활 근육이 생기긴 했다. 다만 관리자가 너무 쪼는 사람이면 힘들다. 빨리 하라는 방송이 계속 나온다. 이달 부터 한국 건강관리 협회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최악의 직장이었다. 일이 산더미 같이 쌓여있는데 사람을 하나만 쓰고, 죽어라 일하는 사람 뒤에서 정직원인 그들은 미국 여행, 식사메뉴, 회식등을 토론하고 있다. 그걸 2시간 넘게 떠느는 게 대단했다. 글씨체 하나로 2시간을 의논하고 학교 공문같은 걸 한장 뽑아놓고 피곤하다며 생색을 내는 그들이 참 부러웠다. 내 옆엔 모니터 길이만한 서류가 잔뜩 쌓여있었는데. 버티면 정직원을 시켜준다고 했지만, 그 전에 2년을 일한 사람도 계약직으로 그만두었다. 너무 티나는 거짓말이었다. 


10월 - 이달부터 글콘티를 시작했다. 솔직히 될 줄 모르고 시작한 일인데, 테스트 원고를 통과해서 신기했고, 내가 원고를 주지 못하고 있던 피디님이 나를 추천한 것도 신기했다. 감사한 일이다. 보답해드리고 싶은데, 참 쉽지 않다. 10월 9일엔 싱글브로 마지막 콘티를 완성했다. 드디어 대장정의 끝이 보이는 날이었다. 가족문제가 있었다. 이는 더 기록하고 싶지 않다. 


11월 - 포니짱과 합정에서 신나게 놀았다. 떡볶이를 먹고, 소소하게 놀았지만 그래도 행복했다. 주말엔 연재 완결 축하를 받으며 고교야구를 봤다. 솔직히 큰 재미는 없었지만, 서프라이즈를 받아 좋았다. 박태준 만화회사에 지원했었다. 테스트 원고를 통과하지 못했다. 아쉽지만 결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생일엔 쉬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것이 가장 큰 선물이었다. 쿠팡 고객센터 일을 했다. 정말 하루하루 정신이 깎여 나가는 기분이었다. 콜센터는 불만을 기다리는 곳이다. 내 정신머리로는 오래 견딜 수 없었다. 겨우 재택근무까지 얻어냈으나 잘 때도 깰 때도 그들의 고함소리와 불만 소리를 떠올리며 깼다. 더는 안될 것 같다 생각하던 순간, 여름에 지원했던 동네 치과에서 연락이 왔다. 바로 달려갔다. 근로 계약서 조차 써주지 않는 곳이지만 가깝고 일이 많이 힘들진 않았다. 물어보니 월급은 그래도 잘 준다고 한다. 여기서 경력을 좀 쌓아서 조무사 자격증을 따고 오전 일을 구해서 주기적으로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전부터 트위터 구독을 하고 있는데, 다른 작가님들도 다 생업을 위한 일이 있더라. 진작에 글작가님들과 교류를 많이 했으면 내가 덜 힘들었을 거란 후회가 들었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내 시계는 빠르게 간 적이 없으니 내 속도에 맞춰 느리게 나아가자. 이달엔 정말 가난해서 단 맛이 나는 커피를 사먹기 힘들었는데, 메가커피의 할메가 커피를 마시며 버텼다. 맥심 맛인데 맥심보다 맛있다. 신기하다. 단돈 천구백원이다. 


12월 - 겨우겨우 일을 덮고 또 덮으며 여기까지 왔다. 이렇게 힘든 한해는 정말 태어나 처음이었다.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들다보니 이룬 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오랜만에 SNS에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힘들다는 내용의 글을 쓴것 같은데, 아, 브런치였다. 그 덕분에 응원의 편지와 메시지를 몇 받았다. 오랜만에 받아본 편지에 울컥했다. 한자한자 진심을 눌러쓴 그 마음, 그리고 내 작품이 생각만큼 인기를 얻지 못해 잊혀진 작가가 될 것이라 두려워한 마음이 '독자' '팬'이라는 그 단어하나에 사르르 녹았다. 정말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내가 책을 쓰는 것이 보답이 되진 않겠지만, 그래도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니 잘해서 꼭 내 손으로 드리고 싶었다 라는 말을 해보고 싶다. 그를 위해선 생활의 기반도 잘 다져야 한다. 조급해하지 않고 나아갈 생각이다. 나는 올 한해 첫 웹툰도 런칭해 무사히 마무리했고, 단편이지만 종이책도 냈다. 결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나에게 고생했다고 말해주자. 나를 내가 사랑하는 방법을 다시 배우자. 


2023.12.31 이 글을 쓰며 느낀 점 (대상혁 유튜브 클립에서 김밥 먹는 소리가 너무 좋아 급하게 편의점 가서 김밥을 한줄 사와 씹으며 작성했다)

- 지렁이 같은 글씨지만 다이어리를 꼬박꼬박 쓰니 한해를 돌아보기 좋았다. 내년 다이어리는 매번 쓰던 것을 벗어나 stuff diary로 택했다. 블루나 핑크가 인기가 많은 것 같았지만 나는 화이트를 좋아해서 화이트로 선택. 노트와 함께 쓰고 싶어서 좀 두꺼운 걸로 택했는데, 아이디어까지 쓰면 메모 부분을 빨리 다 쓸 것 같다. 그래서 추가 노트를 생각하다가 필요할 때 다시 사기로 결심했다. 지금 부족한 건 아니니까! 브런치는 에세이같은 기록을 남겨야 하지만 일기처럼 쓰고 있다. 이 공간은 그들이 알지 못할 것 같아 안심하고 작성중이다. 편하게 털어놓을 곳을 더이상 빼앗기고 싶지 않다. 


- 2023 마지막에 깨달은 현실은 나 이외에 지킬 것이 없는 삶은 포기가 쉽다는 것이었다. 무연고자들이 소리소문없이 죽어갈 때마다, 그들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듣게 될때마다, 나는 일종의 동질감을 느낀다. 나는 가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참 역설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 현재 나를 지탱해주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빚이다. 작년 가을부터 큰 일이 있었고, 그를 메꾸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결국 친한 이들에게 서운한 소리까지 하게 되었다. 덕분에 급한 불은 껐지만 그 여파는 아직 길게 남아있다. 그래서 내년도 꽤 열심히 살아야 할 것 같다. 


- 내년의 목표는 심플하다. 빚을 없애는 것. 그리고 내 이름으로 된 오로지 내 글로만 가득 채워진 한권의 글을 아주 멋진 출판사와 함께 출간하는 것, 그래서 많은 사랑을 받는 것. 두가지 뿐이다. 그를 이루기 위해 규칙적인 직장에 다니고, 다만 언젠간 그 시간을 줄일 수 있게 간호 조무사 자격증을 따던지, 10급 기술직 공무원을 알아보던지 아무튼 어떤 기술의 형질이 필요할 것이다. 


- 나는 나를 잘 들여다본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현실적으로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지금까지, 참 오랜 시간동안 나는 현실에서 멀어진 채 살고 있었던 것 같다. 이제와 현실적으로 살아보려니 코딩, 간호조무사, 10급 공무원 등 알 수 없는, 알기 힘든 직업과 단어들이 다가오지만 그렇게 어렵게 현실과 가까워지고 나면 또 결이 다른 글을 쓸 수 있으리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아, 현실과 떨어졌다는 말이 내가 노동을 하지 않았다는 소린 아니다. 나는 돈이 필요할 때면 닥치는 대로 일했다. 원고를 제외하고 나에게 반 사기를 친 문구류 물류 센터에서도 일해보고, 한약국에서도 일해보고, 패스트푸드점, 진짜 물류센터, 한시도 쉴틈이 없던 사무직 등등 많은 일을 했다. 다만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직업'이라는 형태로 갖게 되는 것과 가까운 자격증이나 일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를 깨닫고 나서는 굉장히 자괴감도 많이 들었다. 상업작가 데뷔가 쉬웠기 때문에 더 높이 올라가는게 힘들지 않을 줄 알았다. 이렇게 말하면 그때를 후회하느냐는 궁금증이 생길 것 같은데 그렇진 않다. 그 당시 그 데뷔가 아니었다면 나는 이미 서울에서 낙오되었을 것이다. 작년엔 낙오가 아니라 정말 한강으로 떨어질 뻔했다. 다만 내가 죽고나서 남는 게 고작 빚 뿐이라면 내 삶이 너무 창피할 것 같았다. 나 진짜 열심히 살았단 말이야!!! 물론 그것 또한 죽으면 다 상관없기에. 다시 생각해본 결과 여전히 나는 살다. 단순하게 그 이유 하나가 나를 살게 한다. 그래서 그 마음을 위해서 하기 싫은 일도 열심히 하며, 그 속에서 무언가를 찾는 사람이, 아니 가끔은 그냥 기계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 모든 일에 의미를 둘 순 없는 법이니까.


- 2023 나를 구원해준 문장들. 앞서도 말했지만 편지를 좋아한다. 친구들이 웹툰 연재를 축하한다며 준 편지를 한동안 책상에 두고 주기적으로 봤었다. 내 편이라는 그 말이 얼마나 든든했던지. 서운한 소릴 할때 뭐 그런걸로, 축의금이다, 설명할 필요없다, 네가 얼마나 힘들면 나한테까지 그런말을 하겠냐, 등의 답을 듣고 참 울컥했었다. 이들에게 면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 살아보려 한다. 나는 나만 놓으면 되는 존재다. 그게 너무 힘들었는데, 기가 막힌 타이밍에 내 독자라고 말해주신, 내 문장을 사랑해주신 독자분이 나를 구원했다. 편지도 두 장이나 꽉꽉 채워서 그 마음이 고맙고 또 죄스러우면서도 행복했다. 그 분을 위해서라도 꼭 재밌는 책을 펴내고 싶다. 해낼 것이다. 


- 글을 마무리하며. 매번 같은 말이지만 모두 행복하고 건강했으면 좋겠다. 거창한 행복은 힘들겠지만, 소소하게 웃을 일이 바닥에 낭떠러지인 줄 알고 떨어진 그곳이 사실은 퐁퐁이었다든지 하는 그런 생각지도 못한 웃음이 찾아오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 글을 보는 여러분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아! 쇼핑엔 큰 관심이 없지만 봄쯤에 미용실에 한번 가고 싶다. 머리를 내가 잘랐더니 아주 가관이다. 딱 한번만 정리하고 싶다. 위에 생업을 위한 일들을 적었는데, 사실 스마트스토어가 해보고 싶다. 주제는 옷! 거창하게 말고 진짜 세네가지 아이템만으로 시작하고 싶다. 이 부분은 공부도, 아주 작은 밑천도 필요할테니 적어두고 계속 기억해두는 기로 했다. 그리고 네컷만화도 아주 천천히 공부해보기로. 2024년은 현실적으로 발전하고 꿈도 현실로 만드는 성실한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년은 용의 해니 아리용 이라는 인사로 마무리해보겠다. 아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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