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사진 : 한 장의 사진으로 들려주는 조금 특별한 이야기 / 010
아스팔트 돌고래
“엄마. 돌고래!”
엄마의 무릎쯤이나 왔을까?
짧은 팔을 번쩍 들어 엄마의 손을 잡고 걸어가던 희아가 목청 것 외쳤다.
엄마는. 오늘 나온 아파트 관리비와, 어마 무시한 장바구니 물가와, 근로자서민전세대출의 거치 기간이 끝나고 원금 납부달이 두 달 앞으로 다가 온 것에 머리가 다 아파올 지경이었다.
“돌고래~ 돌고래~”
특히 내일은 남편의 생일이라 멀건 미역국을 끓이긴 뭐해서 미역과 함께 소고기를 조금 샀다. 그리고 과일 몇 알. 삶으면 한 줌도 안 될 채소 조금. 그리고 아이가 좋아하는 요구르트 1+1을 함께 구매했다. 그런데도 3만원 가까운 지출이 있었다.
아무리 어려워도 남편 생일 인데, 조그마한 케이크 하나쯤은 내일 길 건너 파리바게트에서 살 생각이었는데, 동네 마트 안에 있는 브랜드 없는 베이커리에서 마감세일로 나온 큼직한 과일 케이크가 50%나 할인을 한다. 아니 했다. 생일은 내일인데, 만 2천원을 주고 한 손에 장바구니와 함께 케이크 상자를 들었다. 다른 한 손에는 희아의 코딱지만 한 앙증맞은 손이 쥐어졌다. 하지만 그 손의 무게는 케이크와 소고기와 반찬거리가 들려진
다른 손의 무게의 몇 배는 더 무거웠다
하지만 그 손의 무게는 케이크와 소고기와 반찬거리가 들려진
다른 손의 무게의 몇 배는 더 무거웠다
“엄마 돌고래가 노래해~ 돌돌돌~ 돌고래~ 라고 노래해~”
엄마는 그런 희아의 손을 더 꼭 잡고서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오늘 아침. 아니 심지어 어제 만들었는지도 모를, 마감 세일로 산 과일 케이크가 한 여름 무더위에 쉬이 상할지도 모를 일이다. 내일 저녁까지 보관을 하려면 되도록 빨리 집에 가서 작은 냉장고 속에 꼭꼭 넣어 두어야 했다.
“······엄마. 돌고래······.”
“무슨 돌고래. 빨리 가자. 희아야. 집에가서 돌고래 나오는 만화영화 틀어줄게.”
희아는 엄마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착한 희아는 엄마에게 노래하는 돌고래를 보여주고 싶었지만 엄마의 손에서 느껴지는 무게에 조용히 엄마를 따라 집으로 향했다.
“어! 아빠! 돌고래!”
석이가 가끔 뜬금없는 소리를 하기 시작한 것은, 아이 엄마가 재작년 교통사고로 세상을 뜨고 나서부터다. 밤이 늦었지만 석이가 아빠랑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이 시간 밖에 없었다. 석이 엄마가 먼- 길을 가고 나서, 석이 아빠는 일이라도 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았다. 때문에 석이는 오전·오후에는 유치원에, 저녁에는 집 근처에 사시는 할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별 반항도 없이 할머니 집에서 아빠를 기다리다, 늦은 밤. 아빠와 손을 잡고 집으로 향하는 이 10여분의 시간이 석이는 하루 중 가장 행복했다. 그래서 유치원에서 배운 노래를 부르고 별님과 햇님, 나쁜 용으로부터 공주님을 구한 왕자님에 대해서 아빠한테 진지하게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아빠의 반응은 옅고 슬픈 미소와 함께, 응. 응. 그래. 응.
하지만 아빠의 반응은 옅고 슬픈 미소와 함께, 응. 응. 그래. 응.
“돌고래! 돌고래! 슈웅~ 돌고래~”
석이 아빠는 손을 잡고 있지 않으면 벌써 저 멀리 날아가 버릴 정도로 발광을 하는 석이를 다잡아 세우면 생각했다. 아이 엄마가 있어야 해. 총무과 미스 최가 요즘 자꾸 저녁 약속을 잡자고 난린데. 나이는 좀 있지만 착한 사람인 것 같고. 작년 사내 체육대회 때는 함께 온 석이를 그렇게 예뻐하며 돌봐 주었는데·······. 내일 저녁 약속을······, 잡아볼까······.
“······아빠. 돌고래······.”
“그래. 석아. 이번 주에 돌고래 보러갈까? 너 혹시 작년에 아빠 회사에서 운동회 할 때 김밥 같이 먹은 고모 기억해?”
석이는 아빠의 말이 무슨 소리인지 몰랐다. 그저 아빠와 함께 돌고래가 부르는 노래를 함께 부르고 싶었을 뿐이데.
“그 고모랑 이번 주 토요일에 돌고래 보러가자.”
착한 석이는 고모가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의 옅고 슬픈 미소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유치원 앞에서 엄마에게 손을 흔들고 들어온 희아에게 석이가 달려왔다.
“희야! 나 어제 돌고래 봤다!”
“어~ 오빠도? 나도 봤어!”
“정말?”
“응! 까맣지?”
“맞아! 새까매!”
“음~ 음~ 그리고! 돌돌돌~ 돌고래 하고 노래도 불렀어!”
“맞아! 돌돌돌~ 돌고래~ 돌고래~ 라고 노래 불렀어!”
그리고 그날 돌고래를 본 아이들과 돌고래를 못 본 아이들은 함께 돌고래 꿈을 꾸었다. 어디에도 없는 차가운 길바닥에 누워 있는 아스팔트 돌고래의 꿈을.
그리고 그날 돌고래를 본 아이들과 돌고래를 못 본 아이들은 함께 돌고래 꿈을 꾸었다. 어디에도 없는 차가운 길바닥에 누워 있는 아스팔트 돌고래의 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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