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사진 : 한 장의 사진으로 들려주는 조금 특별한 이야기 / 023
항구의 휴식
2010, 갤러리 아우라 신진작가 선정 / 사진부문
2010, 갤러리 아우라 신진작가 수상전 발표 : 항구의 휴식
맑은 하늘, 푸른 신록, 깨끗한 야경보다 난 이야기가 있는 풍경이 더 좋다. 한 장의 사진은 하나의 세계고 그 세계에는 그 세계만의 이야기가 있기 마련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 사진은 그저 달력사진에나 어울리지 않을까?
항구는 역동성의 상징이다. 삶의 가장 거칠고 진실 된 날 것의 이야기들이 무한히 쏟아져 나오는 공간이다.
항구는 생산자가 있는 공장이고, 물류를 담당하는 유통이고, 소비자가 있는 시장이다. 한쪽에선 그날 잡은 고기를 다듬고 다른 한 쪽에선 그물에 붙은 멸치를 털고, 다른 쪽에선 잡은 고기를 퍼다 나르며, 경매인들의 목소리는 재빠르고 우렁차다.
그런 항구에도 휴식의 시간은 있다. 바로 비가 내리는 항구다.
거친 비와 바람에는 어떤 배도, 어떤 어부도, 마음 편하게 쉬지 못할 테지만 잔잔히 내리는 겨울비와 함께라면, 내륙으로 향하는 전초기지이자 바다로 진군하는 야전기지의 복작하고 시끄러운 곳도 그 어느 곳보다 조용한 쉼에 들어간다.
그래서 난 그런 항구의 휴식이 좋다. 쉼이 있는 항구는 쉽게 볼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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