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사진 : 한 장의 사진으로 들려주는 조금 특별한 이야기 / 031
그런데, 이짜나요······.
“아주 늦은 가을날이었어요, 아니 초겨울이었는지도 몰라요. 그거 알죠? 겨울은 춥고 배고픈 계절이라는 거 말이에요. 조금 더 추워지기 전에, 하늘에서 차가운 흰 가루가 떨어지기 전에 살을 많이 찌워놓아야 한다는 것쯤은 기본이지요. 아무리 내가 두살 밖에 안된 고양이라도 알건 다 안단 말이에요.”
“오!”
“오늘 날씨가 참 좋아요, 햇살도 따듯하고 공기도 맑고, 산책하기 딱 좋은 날씨에요. 이런 날은 여기 이 아지트에서 낮잠이나 실컷 자야 하는데, 아까도 말했죠? 더 추워지기 전에 살을 찌워 놓아야 한다고. 참. 먹고살기 힘든 시절에요. 그쵸?”
“아. 배고파. 그래그래. 가만히 있어라.”
“요렇게 얌전히 앉아 있는 길고양이는 많이 못 보셨죠? 그럴 거예요. 요즘 어디 길냥이들이 사람 말 듣는 것 봤어요? 사람도 그래요. 그냥 좀 예뻐해 주면 되는데, 막 발로차고, 돌 던지고. 그래도 당신 같이 젊은 인간들은 좀 괜찮은데, 애들은 아주 그냥······. 특히 이 동네 초등학생들이 몇 번이나 저를 잡으려 했어요. 아. 맞다. 한번은 잡혔답니다. 거의 두 시간을 빨래바구니에 넣어 놓고 얼마나 만져 되든지. 저를 집에까지 데리고 갈 기세였다니까요. 틈을 봐서 몰래 도망쳐 나오긴 했는데, 그날 온몸이 다 쑤실 정도였어요!”
“음······. 됐나?”
"그뿐인 줄 아세요? 작년 겨울에는 비슷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밥 준다고 어디론가 데리고가서 제, 제, 저의 거기를······. 흑~ 그리고 귀까지 잘라갔단 말이지요. 저도 참 박복한 길냥이랍니다."
"어디 한 번 볼까?"
“저······. 그런데 이짜나요. 요즘은 초상권이라는 것이 있다면서요? 뭐, 사진을 찍고 그러려면 양해를 구하고 그래야 한다고 하던데······말이에요?”
“얼추 괜찮은 사진들이 많이 나왔네.”
“처음에 그러니깐, 아저씨가 카메라를 들었을 때 저는 알 수 있었어요! 참으로 훌륭한 사진작가시라는 걸 말이에요. 그런 분이시니깐, 초상권에 대해서 좀 아시죠?”
“됐다. 이정도면. 배고픈데 밥이나 먹으러 가자.”
“밥? 밥 먹으러 가신다고요? 그렇죠. 밥이죠 밥! 고양이가 돈이 뭐가 필요해요! 밥이면 되죠. 초상권 뭐 그런 건, 그래요. 제가 시원하게 그 정도는 양해해 드릴게요!”
“야옹아. 고맙다. 덕분에 좋은 사진 건졌다.”
“아유~ 뭘요. 고마우신 거 아시는 분이신데. 그래서 다시 말씀드리자면, 제가 살을 좀 찌워나야 해요. 겨울이라고 제가 말씀 드렸죠? 헤헤. 그런 의미로다가 소세지 두 개 정도 먹으면 딱 좋을 것 같아요~”
“그럼 잘 있어. 참 착한 고양이네. 얌전히 앉아서 사진도 다 찍고.”
“네? 뭐라고요? 가신다고요? 저, 저기. 소세지 하나요! 소세지 하나······.”
“건강하고! 바이~”
“저, 저기 아저씨! 아저씨!”
······.
“아놔. 오늘도 공쳤네. 쥐 잡으러 다니기 귀찮은데, 체. 인간 말이라도 배워야 하나? 에잇. 퉤.”
※ Original Print 및 Estate print 출력품 소장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adbada@daum.net 으로 문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