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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Aug 10. 2024

밸런스

흔들리지만 무너지지 않는 삶을 위해서

 'Balance'

 발레를 하다 보면 이 밸런스를 잡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팔 한쪽을 움직였다던가, 다리에 힘이 조금 덜 들어갔다던가 하는 등의 이유로 곧장 높게 들었던 뒤꿈치가 흔들리고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죠.

 

 어느 순간에서부터 인가 저는 인생이 발레에서 손을 떼고 중심을 잡는 이 '발란스'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밸런스'가 만족스럽고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한 전부라고도요. 

 

 청소년기를 지나 어른이 되면서 가장 달라진 것이라고 한다면 이것저것 신경 쓸 게 많아진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학교 잘 다니고, 앞에 닥친 공부를 잘하고, 학교 친구들과 좋은 관계만 유지하면 됐었는데 어느 순간 내가 생각해야 할 것들이 훨씬 많아졌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옵니다.


 집을 구해야 할 수도 있고, 이제 더 이상 학교가 없으니 자신의 미래를 생각해 내야 하는 것도 엄청난 부담감입니다. 뭘 해 나갈지 선택해야 하고, 일을 시작하면 친했던 친구들과 약속을 잡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죠. 뿐만 아니라 돈도 모아야 하고, 여행도 계획해야 하고, 병원도 알아서 가야 하고요. 아마 자식과 남편이 있다면, 가족의 범위가 넓어진 만큼 신경 써야 하는 일들도 더 많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막연하지만 듭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 책임이 지워지는 시기는 사람마다 다르죠. 

 어떤 사람들은 일찍이 자의든 타이든 독립할 수도 있고, 어느 순간에 갑자기 이 모든 것들이 밀려오는 사람도 있고, 천천히 하나씩 어깨에 짐이 지워지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 순간이 언제가 되었든, 우리는 아직 어린아이 같음에도 이런저런 일을 해내야 할 때가 옵니다.


 이럴 때 무너지지 않고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 '밸런스'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균형 잡힌 음식을 먹어야 하고, 일만 해서도 안되고, 사람들도 만나야 하죠. 자기 계발을 위한 시간도 필요하고, 적절히 쉬어가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순간, 모든 것들을 완벽하게 배분해서 해낼 수 있을까요?

 그것 역시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생의 어느 순간 우리는 조금 더 중점을 둬야 할 순간들이 있으니까요. 그것은 입시를 위한 공부일 수도, 회복을 위한 운동일 수도, 지쳐버린 영혼과 마음을 달래는 것일 수도, 커리어의 성장을 위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아이나 또 다른 가족 구성원들이 우선이 되는 시간들도 있겠죠.

 

 발레를 할 때에도, 중심축이 되는 다리가 있고 한 자세를 위해서 그쪽으로 무게 중심을 완전히 넘겨야 하는 동작을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무게 중심을 둔 다리에만 모든 신경을 다 쏟아부으면 어떻되어버릴까요? 등을 펴는 데에, 양팔에, 엉덩이에 힘을 풀면 곧장 바닥으로 곤두박질쳐버리고 말 겁니다. 

 인생에서도 어떤 쪽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해서 다른 부분들을 소홀히 해서는 안됩니다. 그럼에도 나를 위해 짬을 내서 휴식을 취해줘야 하고, 그래도 좋은 음식을 먹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죠. 힘들어도 웃을 수 있도록 재미있는 영화를 보거나, 좋아하는 친구를 만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습니다. 


 어떤 일에 너무 매몰되어 결국에는 무너지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는 충분히 나 자신을 확인해 주고, 발란스가 맞을 수 있도록 작아 보이는 다른 일들에도 꾸준히 신경을 써 줘야 하죠. 그래야 무너지지 않고 오래 버틸 수 있으니까요. 아, 발레를 할 때에도, 잘 서 있는 것 같아도 끊임없이 흔들리곤 합니다. 흔들리는 것은, 그리고 힘든 것은 모두 같겠죠? 게다가 저 같은 초보는 곧 잘 땅바닥으로 다시 떨어지죠. 하지만 뭐 그렇다고 해서, 밸런스를 위한 노력을 포기할 수는 없겠죠? 다시 도전해 보고, 흔들리는 중에도 이 밸런스를 잘 유지할 수 있도록 힘을 조정해 보고, 자세를 고쳐 잡아봐야 합니다. 그렇게 도전하고 도전하다 보면 어느 날엔 내가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도 더 길어지고, 더 예쁜 자세로 흔들림이 적게 서 있을 수 있을 거예요. 


 우리의 삶의 밸런스도 이와 같다고 생각해요. 오늘 당장, 계획을 세운다고 완벽한 삶을 살 수는 없겠죠. 끊임없이 확인하고, 조정하면서 편안한 방법을 찾아가고, 다른 상황이 닥쳐도 또다시 나만의 밸런스를 찾아가면서 무너져 내리지 않는 삶을 만들어 나가는 거죠.


 내가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나만의 밸런스를 찾으면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삶.

 그런 삶을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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