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함, 인내심의 가치에 관하여
건강한 몸, 건강한 정신, 유창한 외국어 실력, 유연한 다리, 훌륭한 인성, 뛰어난 친화력 등. 우리가 가지고 싶어 하는 것들이 눈 깜짝할 시간에 일어나지 않습니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이 말을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뭐 영어를 100일 만에 정복한다든지, 한 달 안에 10킬로를 감량한다던지, 책을 몇 권 읽고서 엄청 똑똑하고 전문가가 되는 것을 바라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성급한 것의 문제는, 결과가 눈에 빨리 보이지 않으니 일찍이 그만두게 된다는 것입니다. 운동을 한 달 했는데, 몸의 변화가 크지 않아서 그만두게 되고, 책을 좀 읽은 것 같은데 뭔가 딱히 달라진 것 같지 않으니 그만두게 됩니다. 올해야 말로 유창해지겠다고 다짐한 외국어 공부도 어느새 흐지부지 되죠. 다시 입에 달고 맛있는 음식을 찾게 되고, 움직이지 않고, 야심 차게 기획했던 공부도 그만두게 되죠.
삶을 살아가는 데에 도움이 되는 것들.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들은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운동도 한 두 달해서 갑자기 근육이 붙고 체력이 좋아지면 좋겠지만, 저 같은 일반인들은 아마도 수년은 꾸준히 해 나가야 할 겁니다. 외국어도, 원어민들은 그 나라에서 그 언어로 공부도 하고, 가족들이 수백 수천 시간씩 말을 걸어주면서 얻은 기술입니다. 단어도, 어순도 같지 않은 나라에서 태어난 제가 갑자기 일여 년 만에 원어민처럼 유창해지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언어에 녹아있는 문화며, 정치적인 내용 유머 역시 캐치하기 쉽지 않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니 꽤나 오랜 시간을 들여서 열심히 하면서도, 아마 외국인인 우리는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삶의 지혜니, 포용력이니 하는 것들도 하루아침에 얻어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죠. 당자 조금만 억울한 일이 생겨도 참기 쉽지 않고,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마음의 여유도 없는데 남들에게 친절하고, 배려하는 것은 언감생심같이 느껴지기도 하죠. 하지만 내게 닥친 시련들을 잘 마주해 가고 거기서 조금씩 무언가를 배워서, 다음에 적용해 본다면 멋진 어른이 되는 일이 꿈은 아닐 겁니다. 시간이 아주 오래오래 걸리고 그 과정이 결코 즐겁지만은 않은 것이 문제라면 문제지요.
진짜 가치 있는 것들은 하루아침에 짠! 하고 나 타자니 않습니다.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고, 그 시간은 그냥 지나가지 않죠. 때로는 고통스럽고, 힘들고, 다 그만두고 싶은 그 시간들을 살아가야 하죠. 그렇게 수년, 수십 년을 쏟아부어야 가질 수 있는 것들이죠.
저는 이제 그것들을 압니다.
그래서 이틀 만에 근육이 붙지 않았다고 해서, 좋은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한 지 반나절 만에 저 사람이 불행해졌다고 생각할 때가 있어도, 영어가 좀처럼 늘지 않고 제자리걸음인 것 같아도 그냥 꾸준히 하는 것의 힘과 가치를 상기시키면서 해 나갑니다.
이 평소와 똑같은 것 같은 하루가. 변화가 없는 것 같아도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저를 이끌고 가고 있다는 것을 믿거든요. 그래도 조금이라도 움직이려고 하고, 생각날 때만이라도 바른 자세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보잘것없는 양일 지라도 읽고, 쓰고, 배우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이러한 습관들이 모여서 언젠가 시간이 지나서 보면 쑥 자라 있는 저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말이죠.
수년이 지나도 제자리걸음인 것 같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보면 과연 그럴까요?
라켓을 쥐는 법이라도 자연스러워졌을 거고, 안무를 배우는 속도라도 조금 빨라지지 않았나요? 운동 가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지지는요? 조금 덜 고민하고 외국어를 이해하지는 않나요? 이제 상사의 이상한 소리를 좀 더 잘 무시할 수 있지는 않나요? 작은 변화들이 눈에 잘 띄지는 않을지라도 우리는 매일매일이라는 시간을 쌓아서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성급하게 굴지 말고, 크게 심호흡을 해 봅시다.
가치 있는 것들은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그러니 침착하게, 하루하루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확인하면서,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해 나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