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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Aug 24. 2024

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어찌 되었든 저는 저니까요

 자기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당장 친구가 찍어준 사진 한 장만 보더라도 어찌나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많은지요. 내 피부에 난 뾰루지, 곱지 않은 피부결, 머리는 또 왜 이런지..... 조금 전에 SNS에서 본 사람들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죠. 


 아주 어린아이였을 때에는 저마다 집안의 공주로 자라다가 학교에 가고, 사춘기를 지나면서 내가 예쁘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학교에서 남자애들에게 생긴 걸로 놀림을 당하면서 그 부분이 크게 상처가 되었어요. 대표적으로 얼굴이 크다는 것, 어깨가 넓다는 것, 털이 많은 편이라는 것 등으로 놀림을 받았습니다. 중학교 시절에는 집에 가는 데 뒤에 남학생들이 저에게 다리가 무처럼 굵다고 놀렸고 그때 받은 상처는 커서까지 오래 저를 따라다녔습니다. 


 관련 없는 이야기이지만  이 글을 10대 남학생들이 읽는다면 여자친구들에게 절대로 외모로 놀리지 말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네요. 감수성이 예민한 그 시기에 받은 상처는 어른이 돼서 받은 상처보다 훨씬 오래가니까요. 빨간 머리 앤에 나오는 마릴라 아주머니처럼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려야만 용서를 할 수 있을 거예요.


 다시 돌아와서 이야기하자면 저는 제가 원하는 모습과는 거리가 있는 외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위의 내용처럼 놀림을 받으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머리가 크지 않다는 걸 확인하고 싶어서 가족이며 친구들에게 묻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휴지로 머리둘레도 재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렇게 체격이 있나 하는 생각에 사람들의 다리도 많이 보고, 피부도 많이 보고 하면서 끊임없이 저를 비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외모에 자신감도 없고, 그러다 보니 꾸미는 것도 사람을 만나는 것도 즐겁지 않았습니다. 민소매도 절대 입지 않았고요. 나중에 살이 좀 빠진 뒤에도, 날씬하다고 칭찬하는 것도 불편했고 한동안은 정해진 시간에 건강해 보이는 음식이 아니면 배고파 죽겠어도 음식을 먹지 않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체형에도 멋지게 자신을 꾸미는 사람들을 보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스타일들이 있고, 나이가 많든 적든, 살이 쪘든 아니든 자신을 사랑하고 꾸미고 돌보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던 겁니다! 그 사실을 아는 순간 행복하고 자유로워진 느낌이었습니다. 그냥 저는 저이고, 제가 완벽한 외모가 아니더라도 저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있고, 제가 입고 싶은데로 입고 꾸미고해도 체포되거나 법에 저촉되는 일은 없으니까요. 


 그리고 저 자신에 대해서도 좀 더 관대해졌습니다. 제가 원하는 모습이 아닌 그 모습 그대로 저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어린 시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단점도 많지만 장점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저는 머리가 큰 편이지만, 머리숱이 아주 많습니다. 뼈대는 얇지 않았지만, 과거의 제가 생각한 것처럼 엄청 굵지도 않았어요. 튼튼한 뼈를 가지고 있으니 노후에는 조금 더 즐거울 수도 있겠죠? 도자기 같은 피부는 아니더라도 트러블이 적어 좋은 피부라고 생각합니다. 어깨도 조금 넓은 편이지만, 오히려 머리와 균형감을 맞춰준다고 생각해요. 허리가 얇은 편이고, 다리가 얇지는 않지만 그래도 튼튼해서 좋은 점들도 많아요. 대신 발이 작은 편이라서 신발을 예쁘게 신을 수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험은 쉽진 않지만 자유하게 해 주고, 오히려 나를 좀 더 사랑하게 해 준다고 생각을 합니다.


 내가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처럼 완벽하지 않으면 좀 어떤가요?

 저는 저만의 매력이 있고, 저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있고, 어찌 되었던 나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서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함께 살아가야 하는 것을요. 앞으로 나이가 들어가고, 무언가 변해도 그냥 있는 그대로 나를 보고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도 여러분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봐주고, 좀 부족하고 원하는 모습이 아니더라도 '그럼 뭐 어때'하며 꼭 안아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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