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번째 상자: 병아리

잠깐의 따뜻함을 주던 존재에 관하여

by 지현


제가 초등학교 때에는 가끔씩 학교 앞으로 병아리를 파는 아저씨가 오곤 했습니다. 보들보들 노오란 솜털을 뽐내고 삐약거리는 소리를 내는 귀엽고 연약한 존재. 어른들 틈에 끼지 못하고, 무엇하나 마음대로 할 수는 없는 존재인 초등학생들보다 더 여리고 작은 존재. 아이들의 마음은 작은 병아리에 무너지고, 연약한 생명체를 데리고 가겠다는 실랑이를 엄마와 아이들이 종종 하곤 했었습니다.

이 작은 병아리는 500원.

한 생명의 값으로는 매우 적은 돈. 엄마들은 이 병아리는 오래 살지 못한다면서 아이들을 말리곤 했지만, 귀여움에 무너진 아이들은 결국 병아리를 집에 데리고 가고 그 병아리는 며칠 가지 못해서 생명을 다하고는 했었습니다. 나중에 어딘가에서 원래 오래 살 수 없는 녀석들을 파는 것이라고 듣긴 했습니다만, 아마 환경이 달라지고 하니 이런저런 이유가 겹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저희 엄마는 절대 살아있는 걸 집에서 키울 수 없다 파였고, 저는 그 뜻에 따랐기에 병아리를 집에 데려온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장난꾸러기 제 친구 녀석 하나는 엄마가 안된다고 했는데도, 어느 날 몰래 한 마리를 샀습니다. 그리고 저랑 같이 또 다른 친구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 친구의 어머니는 조금 나이가 더 있으셔 고, 아이들에게 좀 더 유하셨거든요. 그리고 특히 제 개구쟁이 친구 녀석을 예쁘게 보시는 분이었습니다. 개구쟁이 친구는 자기가 이 병아리를 사 온 걸 들키면 혼날 테니, 아주머니네 옥상에 키워도 되냐고 물어봤고 아주머니는 허락하셨습니다. 셋이 신나서 다 같이 병아리를 만지던 기억이 납니다.


당연하게도, 그 병아리는 며칠 지나지 않아서 죽고 말았습니다. 그 소식을 전해 듣기만 했었는데도, 그 보송보송하고 따뜻하던 존재가 죽었다는 것이 한동안 꽤나 슬펐습니다. 그 뒤로는 병아리를 나도 사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와중에도 다 큰 닭까지 키운 아이도 있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지만요.


아이들에게 보송한 솜털을 뽐내며 귀여움을 느끼게 해 주고, 얼마지 않아 이별의 아픔까지 알려주던 병아리. 마음 한 구석이 쓰리긴 하지만, 그래도 귀엽고 보송한 녀석들이 삐약거리던 모습은 사랑스러운 장면으로 남아있습니다.



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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