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번째 상자: 토요일 등교

토요일의 추억에 관하여

by 지현

지금은 당연히 토요일 일요일에 학교를 안 가지만, 제가 처음으로 초등학교에 갔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6일을 등교했었습니다. 덕분에 방학이 조금 더 길었던 기억이 있네요. 그러다가 격주 토요일에만 학교에 가는 시스템이 생겼었습니다. 이때, 학교에 가지 않는 토요일을 '놀토'라고 부르기도 했었습니다.

토요일을 보통 등교를 해도 4시간 정도 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때는 사실 평일처럼 열심히 공부를 하는 것은 아니고 다양한 활동들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었습니다. 영화를 보기도 하고, 운동을 더 열심히 하기도 하고, 각자 부서별 활동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그중에 기억에 남는 것 하나는 바로 다 같이 요리를 해 먹는 것이었습니다. 사실상 담임 선생님의 재량이었는데, 이렇게 뭔가 음식을 해 먹기로 하면 조 별로 각자 가져올 재료를 정했었습니다. 떡볶이라고 하면 누군가는 떡, 누군가는 고추장, 이런 식으로 담당 재료를 정했습니다. 학교 과학실에서 빌렸던 것으로 기억되는 부르스터를 조별로 올려 두고, 선생님의 말씀에 따라서 친구들과 함께 준비해 놓은 음식을 차례로 넣어서 만들었던 것이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리 어려운 음식은 아니었지만, 다 같이 요리를 했던 기억. 그리고 너무 무겁거나 힘든 재료는 피하려고 나름의 머리를 굴렸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리고 CA활동을 하기도 했었는데, 저는 편안하게 앉아서 할 수 있는 영화감상부를 선호했던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때 영화 감상부는 끝나고 나서 영화감상문을 써야 했었습니다. 이때 '인생을 아름다워'같은 나름 심오한 종류들의 영화를 꽤 봤다는 기억과, 열심히 영화감상문을 써내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느 날은 노트가 다 떨어져서 엄마한테 영화감상부에서 쓸 노트를 부탁했었는데, 제가 고학년이었는데도 카드를 모으는 만화 주인공 노트가 귀엽다며 사 와서 되게 부끄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선택지가 없으니 그 노트를 들고 활동하는 반에 들어갔었는데, 그때 어떤 남자아이가 저한테 너도 이 만화 좋아하냐 나도 좋아한다며 엄청 반가워했는데, 저는 사실 제대로 본 적이 없어서 곤란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지금 학교를 6일 나가라고 하면 절대 못 나갈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그때는 아이들과 이런저런 활동을 하는 것이 즐거웠는지, 아니면 평일에는 안 하는 활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약간은 일탈 같은 기분에 좋아했는지 그렇게 싫어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토요일의 낮잠과 폭신한 이불에서 보내는 시간은 언제나 행복했기 때문에 주 6일 등교 후 다음 주에 맞이하는 놀토가 더욱더 달콤하고 행복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평소와는 왠지 다른 분위기의 그 아련한 느낌이 가끔은 그리워집니다. 그래도 다시 주 6일은 힘들 것 같지만요.

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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