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만두 왕만두!
제가 어렸을 적에 겨울이 되면 기다리는 이벤트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만두 빚기! 친할머니 댁에서 겨울마다 있었던 행사 중에 하나였는데 직접 반죽부터 소까지 다 만들 고어서는 만두를 잔뜩 빚어서 만둣국을 먹고, 차에 가득 실어와서 냉동실을 가득 채우는 이벤트였습니다.
만두피부터 속, 만들기까지 모두 손으로 진행되었었습니다. 할머니 댁에 가면 이미 엄청나게 거대한 반죽이 비닐 안에 쌓여 따뜻한 방바닥 위에 있었습니다. 아빠가 그걸 비닐 위로 밟고 그게 재미있어 보여서 저도 같이 밟으면서 반죽을 만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렇게 반죽이 완성되면 한편에서는 밀대로 반죽을 밀고는 주전자 뚜껑 같은 것으로 동그란 원형 피를 찍어냈었습니다. 그 와중에 주방에서 완성된 속이 대야에 가득 쌓여서 방에 들어오면 그 속을 정말 터질 듯이 꽉꽉 채워서 엄청난 크기의 왕만두를 만들어냈습니다.
지금처럼 얇은 피가 아니라 조금 두꺼운 피라서, 밀가루를 좋아하는 저는 정말 만족스러웠는데, 속이 정말 가득해서 크기가 큰 게 특징이었습니다. 나중에 어디선가 보니 추운 지방일수록 만두 크기가 컸다는데 파주라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하튼 어린 저는 조금 장난하거나 웃긴 모양의 만두를 빚고는 놀다 보면 저녁이 되고, 그럼 맛있게 만든 왕만둣국을 먹고는 했습니다. 가족들이 먹을 거니 좋은 재료를 꽉꽉 채워서 만둔 왕만두는 정말 맛있었습니다.
이 왕만두가 빛을 발하는 건 개인적으로 찌개에 넣었을 때라고 생각합니다. 김치찌개에 넣었을 때 특히 맛있는데 엄마랑 아빠가 만두가 하나 터져서 속이 나와야 더 맛있다고 하시면서 일부러 두어 개 터뜨리셨던 기억도 있습니다. 뜨끈하고 매콤한 국물 안에서 잘 끓여져 보들하고 양념이 잘 밴 맛있는 왕만두를 숟가락으로 크게 대충 잘라 놓고 알 맞게 식었을 때에 먹으면 정말 맛있었습니다.
커다란 왕만두를 만들고 나서는 한동안 떡국이며 찌개며 만두가 들어간 음식을 잔뜩 먹을 수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에는 사실 감사한 줄 몰랐었는데, 겨울이 되어 만두가 생각나던 계절이 되면 할머니와 온 가족들이 십시일반 해서 열심히 만두를 만들던 모습과 이제는 먹을 수 없는 두꺼운 피의 맛있는 왕만두가 생각이 나곤 합니다.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있으면, 이 왕만두가 들어간 김치찌개를 다시 한번 먹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