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한 번째 상자: 연

둥실 떠 있던 한가로운 모습

by 지현


요즘은 꽤나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지만, 제가 어린 시절 좋아하던 것 중에 하나는 바로 연 날리기 였습니다. 그 때는 문방구나 한강에 있는 가게에서 어렵지 않게 연을 팔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연을 날리는 건 처음에는 꽤 어렵지만, 연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두둥실 한가롭게 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 다음에는 바람이나 이런저런 기상 상황에 따라서 실을 조금씩 만져주기만 하면 됩니다.


처음에는 연을 조금 짧게 잡고 뛰어줘야합니다. 그리고 연이 바람에 적응한 느낌이 오면 연을 조금씩 조금씩 풀어주면 됩니다. 딱히 길이나 방법이 정해진 건 없고, 자신의 취향과 감각대로 띄우면 됐었습니다.


옛날에는 연 줄을 끊는 싸움도 있었다고 하는데 제 어린 시절 기억 속에는 다들 한가롭게 자기 연을 띄워놓고, 다른 사람의 연과 엉켜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했던 것 밖에 없습니다.


연의 모양도 마름모 꼴도 있고, 네모난 녀석도 있었고, 비닐로 되어서 그림같은 게 그려진 것도 있었습니다. 실타래도 나름 다양한 색깔로 있었던 것도 기억이 납니다. 그 때는 뭐를 좋아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지금보면 네모난 연이 가장 멋있지 않나 싶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연에 관한 추억 하나는 유치원 체육대회입니다. 아빠랑 같이 참여하는 거였는데, 우선 유치원에서 아빠랑 같이 연을 만들고 그 연을 가지고 한강으로 가서 진행했었습니다. 빳빳한 종이에 대나무를 구부려서 붙이고, 연의 꼬리도 붙여주고, 실타래도 연결해서 나만의 연을 만들어서 뿌듯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또 그 소중하게 가져간 연이 하늘을 잘 날았을 때 쾌감이란...! 실패한 연들도 많았는데, 아빠가 꽤나 잘 만들어줘서 괜시리 자랑스럽게 뿌듯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 때 연 날리기 말고도, 아빠가 애들을 업고 뛰는 코너도 있었는데, 아빠가 번호표를 달고 예쁘게 입은 저를 업고 달려줘서 편안하게 풍경과 바람을 느꼈던 기분. 그 때에는 너무나 넓었던 아빠의 등. 아빠가 운동 신경이 없어서 걱정했지만, 가장 친했던 친구의 아빠도다 조금 더 빨라서 살짝 안도했던 마음. 그 모든 것들이 따뜻한 색감의 영화처럼 제 기억 속에 남아있습니다.

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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