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번째 상자: 소풍

가슴 설레던 날에 대하여

by 지현


어렸을 때, 학교에서 종종 소풍을 가곤 했었습니다. 항상 멀리 가는 것은 아니고 근처에 있는 산으로, 정자로 떠나는 경우도 많았었습니다. 이런 소풍이 있는 전 날에는 가슴이 콩닥콩닥 설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소풍을 가는 날은 급식도 없고, 그렇다고 당시에는 어딘가에서 사서 먹는 것이 아니라서 각자 준비해 온 음식을 먹곤 했었습니다. 과자랑 음료수, 그리고 밥을 싸가서 친구들과 나눠 먹곤 했습니다. 그래서 전날에는 엄마랑 같이 마트에 가서 저는 제가 먹고 싶은 간식, 그리고 엄마는 제 도시락을 싸줄 재료를 구매하곤 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판다 모양의 팬돌이라는 음료수가 유행했었습니다. 파란색이랑 핑크색이 있었는데, 위에 플라스틱 뚜껑을 열면 입 대는 부분을 빼서 먹을 수 있어서 그 방법 때문에 어린 시절에 더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서 비슷한 형태의 오렌지맛 쿠우 음료수가 나오자 저는 여기에 마음을 뺏겼지만, 저희 동생은 오랜 시간 팬돌이만을 좋아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소풍 가는 날 아침에 설레는 마음으로 일어나면 맛있는 냄새가 집 안에 가득 났었습니다. 새벽부터 일어난 엄마가, 손도 크게 엄청나게 많은 김밥을 말고 계셨었거든요. 일어난 제 입에 꼬다리도 하나 넣어주셨습니다. 통에 들어가기는 안 예쁘지만, 가장 맛있는 부분이라고 항상 말씀하셨었거든요. 그러고 나서는 엄마가 통에 예쁘게 김밥을 담아주셨습니다. 아, 그리고 그때는 선생님 드실 것도 가져가야 한다고 해서 음식이랑 과자를 좀 더 쌌었던 것 같은 기억도 있습니다.


그렇게 정성이 가득 담긴 김밥 통과, 음료수, 좋아하는 과자를 넣고 소풍을 가는 길이 얼마나 즐거웠는지 아직도 생각납니다. 옆에 누구랑 앉을까 고민해서 앉은 친구와 한참 수다도 떨고, 도착해서는 친구들이랑 같이 음식을 나눠 먹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저는 주로 김밥이나, 엄마가 만든 밥전이라는 것을 가져왔었는데요, 유부초밥을 가져오는 경우도 있었고 드물게 음식을 사 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엄마가 요리를 잘하셔서 아이들이 너도나도 제 음식이 가장 맛있다고 했을 때 너무 뿌듯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때, 수능 연습을 한다고 도시락을 싸 오는 날이 있었는데 그날도 친구들이 제 음식이 제일 맛있다고 한 입씩 먹었을 때 뭔가 자랑스러움이 느껴지기도 했었죠.


지금 생각해 보면 새벽부터 김밥을 쌌던 엄마는 너무 피곤하셨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엄마의 사랑이 듬뿍 담겨서 조용했던 저의 기를 은근히 살려준 엄마의 도시락과, 그 조그맣던 시절 열심히 고민해서 골랐던 과자. 지금은 잘 생각도 안 나지만 계속해서 같이 웃기 바빴던 친구들과의 그 몽글한 기분은 아직도 소중한 추억입니다.

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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