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삼수생이라고? 브런치에서?
거만해 보일 수는 있지만, 꽤나 큰 충격이었다. 내겐.
정말 삼수를 안 하고 넘어가는 분야가 없구나 유나경!
대입, 운전면허, 자격증시험, 임용에서 수십 번의 광탈을 겪은 만년 삼수생에게도 아직 상처받을 심장은 남아있던 모양이다. 하여튼 이놈의 회복 탄력성이 너무 좋아도 문제라니까. 맨날 회복해 놓으니까 새롭게 생긴 생채기 한 줄이 더 잘 보이잖아.
아니 어떻게 내가 떨어져?
나보다 글 잘 쓰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뭔가 잘못된 거 아닐까?
뭔가 꼭 써야 할게 오류로 누락됐나?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이어지는 자기 부정과 성찰의 시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이유를 짐작하긴 힘들었다.
정확한 사유를 알지 못한 채 듣는 서류 탈락은 멘탈을 흔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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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이번에는 모시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날은 더웠고 저 한 줄은 계속해서 거슬렸다.
브런치가 사람 보는 눈이 없네, 하고 넘기기에는 너무나도 찝찝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럴 수도 없었다.
글깨나 쓴다는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 브런치
현대판 신춘문예와 등단의 발판
작가지망생들의 SM엔터테인먼트 같은 곳
마치 들어간다고 모두가 에스파가 되는 건 아니지만, 에스파가 되려면 일단 SM에는 들어가고 봐야 하는 원리다. 대형 기획사 연습생조차 되지 못한 채로 소녀시대를 꿈꾼다 하면 아마 대부분이 비웃을걸? 브런치 작가는 그렇게 흔하고도 특별한 수식어가 되었다.
재수까지는 단순 실수와 판단 미스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삼수는 아니다. 그게 바로 삼수의 특징이다. 어떤 특정 크리티컬한 부분이 '분명'하게 잘못되었다는 신호. 만년 삼수생인 나는 시야를 45도 각도 정도로 틀어서 계획서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내가 알 수 있던 정보는 '보내주신 신청 내용만으로는 좋은 활동을 기대하기 어렵다' 뿐이었다. 필력이 약하거나, 소재가 부적절하거나, 재미가 없어 수요가 없을 것 같다가 아닌 '보낸 내용이 부실하다'.
당장 각종 브런치 합격 후기들, 그리고 실제 작가의 조언 등을 찾아서 읽고 분석해 봤다. 다들 각자가 생각하는 중요 포인트를 다양하게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하나의 공통점이 추려졌다.
그것은 바로 유일함.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가' 이 글을 써야 하는 이유
내가 쓸 글이 대체불가능한 이유
누구나 쓸 수는 있는 거지만 내가 제일 잘 써
가 아니라
'이건 나만이 쓸 수 있어'를 보여주어야 했다.
내가 초수 재수 때 작성했던 대로 단순히 '나 글 개잘쓴다, 심지어 좋아한다, 이런이런 신박한 글을 썼었고 조회수 짱이다, 내가 낸데~' 이런 게 아니라
싱가포르 조기유학생
강남구 8 학군 토박이
대치동 한복판에 살면서 기숙학원에서 삼수한 학생
영어가 싫었던 영어교육과 신입생
국제중학교 튜터
백만 뷰 파워블로거
인 내가 쓰는 글
이러한 내가 쓰는 글은 혹여나 같은 소재여도 다를걸?
이런 식으로 짧디 짧은 300자 활동계획란을 수정하고 '내가 보여주고 싶은 글', '내가 제일 자랑하고 싶은 글'이 아니라 해당 소개에 맞는 예시글을 3개 첨부했다.
그 결과는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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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가 작문의 영역까지 대신하려는 요즘, 인간에게는 그에 대적할 만한 가치를 지녀야만 한다는 숙명이 생겼다. 그 가치가 바로 고유성, 즉 유일함이다. 하여 유일함이란 참으로 특별한 것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나는 늘 나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이었다. 그것이 객관적으로 유일한지 아닌지는 모를 일이지만, 어쨌든 나는 이러한 의견들이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렇게 글을 적어 기록하는 과정을 거침으로서 그것이 유일해지는 것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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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수식어만 봤을 땐 흔하지만 그 전부가 합쳐지며 특별해진 수식어들로 유일한 글을 쓰려합니다. 누구나 궁금해하지만 아무나 얘기할 순 없는 관점의 이야기들을 다룹니다.
이번 수식어는 아무래도 '작가' 차례인 것 같습니다.
#유일한사대생
#유일한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