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이 살아야 조직이 산다!_팀장의 매니지먼트_팀장의 인사관리
지난 글에서 '팀의 미래를 위한 후임자 선정 시 고려사항'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번 편에는 지난 글에 이어 후임자로 적합한 사람의 자질과 조건을 살펴보고, 완벽하진 않지만 그런 조건을 갖춘 구성원을 어떻게 후임자로 육성해야 하는지 소개한다.
이 논의에서는 자신의 후임자를 외부에서 채용하는 건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신의 후임자를 외부에서 영입한다는 것은 이미 자신이 직간접적으로 후임자 선정이나 육성에 관여할 수 없는 입장에 놓여 있다는 것이기에 그렇다.
조직 내에서 후임자 선정에서 팀장이 중점적으로 확인하고 검증해야 할 자질과 조건에는 어떤 게 있는지 우선순위별로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팀장 후보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해당 분야에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이는 경영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경영진은 해당 조직이나 직무와 관련한 어떤 이슈가 발생했을 때 실무진의 전문성을 믿고 전략과 전술을 세워야 한다. 이때 경영진이 외부와의 전투에서 믿고 쓸 수 있는 총칼(즉 전문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 손에 익은 총칼 같은 존재가 바로 전문성을 보유한 팀장이다.
내부 상황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업의 본질에 입각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팀 차원의 솔루션을 제시할 때 경영진은 통합적 관점에서 필승 전략과 전술을 세워 경쟁할 수 있다.
따라서 팀장 후임자는 최소한 자신의 분야에서는 조직 내에서 높은 전문성과 경험을 갖고 있어야 한다. 팀 내 여러 직무를 쪼갰을 때 적어도 한 두 개 직무분야에서는 확실한 전문성과 경험이 있는 구성원이 우선 대상이다. 직무가 아주 단순하지 않는 한 팀 내에 모든 직무를 다 경험하면서 높은 전문성을 가진 구성원은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사람은 하나를 잘하면 비슷하거나 그 일의 앞뒤에 있는 일은 직접 경험을 해보지 않아도 잘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구성원이 팀장이 된다는 것은 다른 구성원들에게도 결국은 전문성이 높은 사람이 승진하고 핵심 포지션을 맡는다는 강력한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다. 이런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면 다른 구성원들도 직무 전문성 향상을 위한 동기부여되고 자연스레 그 자리를 일에 몰입하게 만드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둘째, 리더십과 더불어 팔로워십을 잘 살펴야 한다.
조직 내에서 후임자를 선발할 때 현재 같은 팀에서 근무하든지 아니면 다른 팀에서 일하고 있든지 경우의 수는 둘 중 하나다. 물론 이전에 팀장이었던 구성원이 어떤 이유로든 팀원 레벨에서 일하다 다신 팀장으로 선임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를 제외하고는 조직 내에서의 리더로서 직접적인 경험치가 없다. 설령 있다손 치더라도 TFT 팀장이나 프로젝트 리더처럼 단기간의 제한된 역할만 수행한 경우가 대부분일 테니 그 경험치를 가지고 직접적으로 리더십 역량이 어떤지를 객관화하기란 쉽지 않다.
360도 리더십 다면진단을 시행하는 조직의 경우라도 비직책인 상태에서는 진행할 수 없다. 의욕적으로 차석 레벨까지 진행한다 하더라도 직접 경험에 기반한 피드백을 얻을 수 없기에 진정한 의미의 리더십 진단이라 볼 수 없다.
낭중지추(囊中之錐)는 ‘주머니 속에 있는 송곳’이라는 뜻으로, 날카롭고 뾰족한 송곳은 가만히 있어도 반드시 뚫고 삐져 나오게 되어 있다는 말이다. 조직에서도 역량을 가진 사람은 관심 있게 관찰만 한다면 눈에 띄게 되어 있다. 수많은 회의와 보고, 발표와 프레젠테이션, 행사와 이벤트 등에 참여하게 되는 데 이때가 좋은 리더로서 자질이 있고 조건이 되는 낭중지추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관찰 기회다. 팀장은 평상시 구성원이 하는 말과 행동이 곧 리더십 그 자체이기에 관찰과 평가에 촉을 세워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팀장이 촉을 세우고 있어도 리더십은 리더로서의 상황에서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하느냐이기 때문에 관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때 팀장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 팔로워십(Followership)이다. 팀장의 팔로워십은 향후 별로 챕터로 다를 예정이기에 여기서는 구성원의 팔로워십을 가지고 팀장 후임자 후보로서 판단할 때 확인할 것 정도만 짚고 간다.
팔로워십 발휘 여부를 측정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점적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1) 조직 로열티와 2) 직무 몰입 3) 주도성 그리고 4) 소통 역량이다. 이런 역량을 기반으로 평상시 팔로워로서 제 역할을 한다면 리더로서도 잘 해낼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고 볼 수 있다.
피터 드러커는 '프로페셔널의 조건'에서 후임자 선정과 관련하여 다음 세 가지를 유념하라고 충고했다.
1) 전임자인 자신과 똑같은 유형은 곤란하며,
2) 참모형이 필요한지 아니면 리더형이 필요한 자리인지 구분하여,
3) 경력 사항에 있는 성과가 어부지리로 쉽게 얻은 것인지, 좋은 보직(일명 꽃 보직)만 좇은 건 아닌지 잘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그간 보여준 성과다.
많은 조직에서 후임자 선정에서 범하는 실수 중 하나가 성과를 최우선적인 평가 요소로 하여 직책을 맡기는 것이다. 성과는 누적된 자료나 근거가 비교적 많고 평가 순위를 정하는 데에도 적잖은 도움이 될뿐더러 향후 공정성 이슈에 대응할 수 있는 확실한 대비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직에서 성과에 대한 보상은 직책을 맡기는 게 우선이 아니다. 성과에 대한 보상은 연봉이나 인센티브 또는 기타 금전적 비금전적 복리후생 요인들로 하는 것이 우선이다.
또한 성과를 볼 때도 유의해야 할 게 있다. 성과 창출에 그 구성원의 역할이 어느 정도였냐는 것이다. 이는 당시 상사나 동료들의 적극적인 도움과 지원이나 환경적인 요인이 크다면 성과에 대한 판단도 충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작더라도 누적적인 성과나 결과를 함께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떤 큰 이슈에 대응을 잘했거나 특정 부분에 성과가 좋아 의심 없이 팀장으로 선임했는데 해당 팀을 망치거나 팀 차원을 넘어 상위 조직에까지 피해를 주는 '조직 파괴자'들은 셀 수 없이 많다. 성과를 최우선으로 아니 성과만으로 직책을 맡겼을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실패 사례들이다. 이런 이유로 후임자 선발과 관리의 중요성이 갈수록 더 부각되며 그 과정에서 HR 부서의 역량과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기도 하다.
네 번째는 러닝 어질리티(Learning agility)로 굳이 우리말로 하자면 학습 민첩성이며, 몇 년 전까지는 학습 지향성이라는 용어로 사용하던 개념이다.
이는 아무리 후임자 후보가 전문성이 있다 하더라도 전사 차원의 경영 역량으로 보자면 알고 있는 경영 관련 지식이나 경험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팀장이 된 이후 수행해야 하는 일은 자신의 영역을 넘나들면서 지원하고 직간접적으로 의사결정에 관여해야만 하는 일로 구성원 때와는 차원이 다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보다 더 큰 이슈는 팀장이 된다는 것은 임원 즉 경영진으로 가는 디딤돌이자 관리자로서 역량을 검증받는 첫 번째 관문이기 때문에 이 역할을 잘 해내는 것은 향후 커리어 관리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그렇기에 과거의 지식이나 경험에만 의지하거나 현실에 안주하고 머물러 있으려는 성향을 가진 사람은 적합하지 않다. 하물며 요즘처럼 사회 전체의 변화가 극심한 시대에 과거에 머물러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거나 학습하지 않으려는 사람에게 조직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가 대리 때는 말이야~~”
“내가 현장에 있을 때는 말이야~~”
등 ‘라떼는 말이야’를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은 과거에 갇혀 사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트렌드와 변화를 살피며 선후배 등 누구에게라도 배우려는 자세와 실제 학습하고 적용하려는 적극성을 가진 사람이라야 책임감을 갖고 조직의 미래를 함께 도모할 수 있다.
이러한 자질과 조건에 부합하는 후임자 후보가 팀 내에 있으면 적절한 방법으로 자신의 아바타이자 조직의 미래를 이끌어갈 후보자를 육성해야 한다. 후임자 육성을 시행하기에 앞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는데 그것은 '후임자 후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인식과 정체성의 문제'다.
즉, 후임자 후보를 팀장 자신의 경쟁자로 생각이 앞서서는 다음 단계를 진행할 수 없다. 육성에 앞서 자신의 파트너로 인식하는 게 우선이라는 뜻이다.
그런 인식이 잘 되지 않는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자. 만약 자신이 후임자에 대한 아무런 준비나 대비가 없이 조직을 떠나게 되어 후임자를 HR 부서나 임원 레벨에서 알아서 결정하게 될 경우 자신의 존재감이 클 것인지 아니면 그 반대일 것인지. 자신이 그동안 온몸을 바쳐 만들어 온 조직을 자신의 눈으로 검증된 사람이 맡는 게 좋을지 아니면 제삼의 인물이 맡는 게 좋을지에 대해서 말이다.
이런 인식의 문제와 정체성 이슈를 넘어섰다면 후임자 육성 방법을 상황과 타이밍에 따라 적절히 활용하면서 구성원에서 비즈니스 파트너로 변화시키면 된다.
첫 번째 후임자 육성의 방법은 쉐도우(Shadow) 프로그램이다. 앞선 후임자로서 자질과 역량이 어느 정도 합격점을 받은 구성원에게 인사 관련 보고나 의사결정을 제외한 1) 주요 보고 자리에 대동하거나, 2) 타부서와 미팅 때 동석을 시키거나, 3) 타부서와의 술자리 등에 함께 하거나, 4) 현장이나 주요 고객을 만날 때 동행시키는 것이다. 이 세도우 프로그램은 팀장의 역할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게 핵심이다. 이를 통해 후임자 후보에게는 향후 팀장으로 선임되었을 때 초기에 빠른 적응을 도울 수 있는 장점이 있고, 팀장 자신에게는 팀 내 주요 현안 등을 처리함에 있어 높은 수준의 조력자이자 파트너를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둘째, 대타(代打)로 기용하는 방법이다. 이는 앞선 쉐도우 프로그램보다 적극적인 방법으로 고참 팀장급이나 조직 내에서 경영진의 신뢰가 높은 경우 활용할 수 있다. 아주 중요하거나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힌 게 아니라면 타팀과의 미팅 등에 팀장 대타로 참여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팀장의 입장과 팀의 관점에서 판단하고 의사결정하는 트레이닝을 직접적으로 해볼 수 있는 것이다.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는 팀장 자신의 상사에게 보고할 때도 대타로 기용할 수도 있다. 물론 이때 팀장 본인은 반드시 동석해야 하며 미리 상사와도 교감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사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대타로 기용하는 방법은 타 팀과 미팅에 보내든 상사와 보고 자리에 보고하게 하든 상사에게 목적에 대한 사전 공감대 형성은 반드시 필요하다.
셋째, 잠시 자리를 비워주는 방법도 있다. 이 방법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짧게는 한 두 주에서 길게는 한 두 달까지 국내외 출장을 가거나 다른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온전히 자신의 팀을 매니지먼트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주어졌을 때 적극적으로 후임자 후보에게 팀장의 역할과 책임을 위임하여 본인이 최전선(Frontline)에 서게 만든다. 이때 팀장 자신에게는 최소한의 보고와 의사결정만 받게 하되 진행사항에 대한 사후 보고는 철저히 챙긴다. 이 방법은 가장 적극적인 방법이기도 하지만 주변 환경이 받쳐줘야 하기에 자신의 의지만으로 되는 문제는 아니다.
필자도 십수 년 전에 당시 상사였던 팀장의 한 달간 장기 해외출장으로 팀장 역할의 최전선에 서본 경험이 있었는데 그 경험은 이후 내가 실제 팀장이 되었을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실제로 글로벌 선진 기업들 중에는 이런 방법을 적절히 활용하는 기업들이 많다.
요즘처럼 불확실성이 큰 시대에 후임자 선정과 관리, 참으로 무겁고 어려운 주제다. 상사나 HR 부서에서 이런 요구를 받았다면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두려움과 배신감 등이 밀려올 것이다. 하지만 인생사 다 때까 있는 법이지 않은가. '들 때가 있으면 날 때가 있게 마련'인 게 사람사는 이치 아니겠는가.
자신의 욕심을 살짝 내려놓고 객관적인 관점으로 자신의 팀과 조직을 바라보자. 그리고 당당하게 자신의 어깨를 밟고 올라서서 더 멀리 보고 내가 맡았던 조직을 더 키울 사람이 누구인지 파악하자. 그런 후에는 비즈니스의 파트너이자 인생의 파트너로 생각하고 그들에게 어깨를 내어 주자. 조직에서든 인생에서는 떠나는 모습이 아름다워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