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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구의 삶 Oct 21. 2022

끄트머리까지 맛있는 빵을 먹으면

“그다음으론 뭐가 좋아?”

“빵 먹는 거”


‘회사 안 가는 날 카페 가는 시간’이 가장 좋다는 C에게 친구는 또 한 번 물었다. 친구는 C의 단순한 대답에 또 한 번 웃었지만 그건 진심이었다. 어려서부터 붙여진 빵순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열심히 빵집을 찾아다녔고, 열심히 먹었다.


밥보다 빵을 좋아하는 C에게 아빠는 ‘커서 빵공장에 취직하라 말을 곧잘 하곤 했는데, 어린 C 진지하게 그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현재 빵과는 전혀 관련 없는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세월이 갈수록 빵을  좋아하게  C 오늘 퇴근길에도 빵집을 들렀다.


“어서 오세요”

“먹물치즈식빵 끝났어요?”

“아이고 네, 새로 구운 지 얼마 안 됐는데 금방 다 팔렸어요”


Photo by Sergio Arze on unsplash


저녁 6시에 구워내도 7시면 다 팔리는 빵들. 어쩔 수 없이 남은 크로와상 빵을 집었는데, 이것 역시 맛이 완벽하다. 이 빵은 맛있어요?라고 물어보면 사장님은 늘 ‘그것도 맛있고, 이것도 맛있고, 저것도 맛있어요’라고 말씀하시는데, 그 말이 틀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특히 C가 좋아하는 먹물치즈식빵은 빵이 촉촉한 건 물론이고 빵 끄트머리까지 치즈가 박혀 있어 마지막 순간까지 풍미를 잃지 않는다. 끄트머리 빵은 다 골라내는 C의 엄마까지 끝까지 칭찬하며 먹는 빵이다.


Photo by Nadya Spetnitskaya on unsplash


계산을 하는 아주머니 어깨너머로는 부자로 보이는 두 남자가 묵묵히 빵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어느 시간에 방문하든 늘 비슷한 모습이다. 요령이나 욕심 없이 묵묵히 만들어내는 그 시간들이 결국 맛있는 빵을 만들어 내는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빵이 왜 좋냐고? 맛있으니까.

그리고? 또 한 번 묻는다면 C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끄트머리까지 맛있는 빵을 먹을 때면 맛있는 밥 한 끼를 먹은 것보다 더 큰 충만함이 느껴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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